이성대 해직교사 기사를 보고…교사가 된 제자가 띄운 편지
해직을 감수하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를 이뤄냈으나 다시 해직과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겪게 된 이성대(53) 교사의 이야기(<한겨레> 25일치 2면)가 보도된 뒤, 이 교사가 4년 반의 첫 해직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서울 관악구 상도중 교사 시절 제자였던 정대연(33)씨가 스승에게 전하는 편지를 <한겨레>에 보내왔다. 정씨 역시 현재 서울 명지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전교조 소속 교사다. 정 교사도 지난 24일 스승과 함께 노조를 빼앗겼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20년이 다 돼서야 인사드리는 불충한 제자입니다. 어제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감독하던 중 우연히 선생님의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을 뵙는 순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더군요.
선생님께서 복직하신 게 1994년도였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복직 후 첫 제자라는 것을.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서 그 힘든 세월을 견디셨다는 것을요.
항상 선비같이, 허허 웃는 웃음으로 아이들을 아껴주셨지요. 그런 선생님이셨지만 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불같이 목소리를 높이고는 하셨습니다. 그때 가르침을 받았던 선생님의 제자가 지금은 선생님과 같은 길을 걸어 역사교사로서 교단에 섰습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이 돼서야 뒤늦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교생을 하면서 제가 교직에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꽃처럼 여기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업무에 지쳐가며 저는 저의 다짐을 잊어갔습니다. 그래서 전교조에 가입했습니다. ‘참교육’을 하고 싶어서요.
선생님, 저는 역사교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올바른 생각으로 자신의 뜻을 펼치며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아이들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는 잘못된 사관으로 가득한 역사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선생을 내모는군요. 이런 시대에 역사교사로, 전교조로, 무엇보다 아이들의 선생으로서 저희는 어디에 서야 합니까?
이제 정부는 저희를 ‘법 밖의 사람’이라 규정지었습니다. 전교조에 들어온 지 3년차, ‘이제 진정 올바른 교육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법외노조라니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선생님, ‘법 밖의 삶’은 어떠한가요? 전교조가 불법으로 치부되던 시절에 선생님의 삶은 어떠하셨는지요? 저와 제 동료들은 이제 법 밖의 사람으로 교단에 서야만 합니다. 이제 저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법 밖의 삶을 이야기해야 하나요? 아이들은 저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불법 교사로 바라볼까요? 안타까운 시대에, 한숨이 나옵니다.
선생님, “해직교사인 나를 내치지 않은 동료들이 고맙다”고 하셨나요?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신산스러웠지만 이 땅의 민주교육을 위한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투쟁의 삶이 있었기에 저희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내치다니요?
“내 세대가 더 열심히 싸웠어야 했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읽고 부끄러웠습니다. 선생님의 반성문은 저희 세대가 써야 할 반성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제자가 이제 같은 길을 걷는 동료가 됐습니다. 동료로서 약속드립니다. 전교조가 선생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 세우셨던 전교조의 숭고한 가치를 지켜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지난 젊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선생님, 전교조가 다시 ‘법 안의 삶’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날이 머지않아 올 겁니다. 그땐 서울 종로 뒷골목의 오래된 주점에서 선생님과 함께 탁배기 넘치도록 잔을 흔들고 싶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집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오.
제자이자 동료인 정대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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