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면 다 공인일까? 유명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유명인에게도 공직자 이상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요구한다. 사진은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장의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NIE 홈스쿨] 공인의 범위
“공인으로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요즘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되어 언론에 나오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공인의 범위에 대한 논란도 많이 일어납니다.
공인(公人, public figure)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공적’(公的)인 일이란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또는 그런 것’을 뜻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치면 공무원,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이 공인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쉽게 말해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공성을 띤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사생활 침해 역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공적인 일에 사적인 이권 등이 개입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생활은 감시의 대상입니다. 공익을 실현해야 할 공직자가 무너지면 사회 전체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인에게는 윤리와 도덕성이 특별히 더 강조됩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음주운전, 폭력 사건 등의 주인공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은 공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공인으로서’로 시작하는 사과를 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연예인, 스포츠 스타, 대기업 회장 등 이른바 ‘유명인’에게 공인으로서의 태도와 사생활 공개를 요구합니다. 특히 언론계, 법조계 등에서는 공인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취재원의 사생활 보호나 명예훼손 문제와 관련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두 개의 기본권이 충돌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두 권리가 충돌할 때 대상이 되는 인물이 공인이냐 사인(私人)이냐는 사건의 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공인에 대한 개념 규정을 먼저 시작한 건 미국입니다.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을 강조하는 미국 사회에서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피해자가 공인이냐 사인이냐는 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어느 범위까지를 공인으로 불러야 하는지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개념입니다. 현실적 악의란,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걸 알았거나 또는 허위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무분별하게 무시했다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인일 때 피고에게 ‘현실적 악의’가 있었다는 걸 원고 스스로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반면 피해자가 사인이면 피고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도 명예훼손이 충분히 성립됩니다.
유명인도 공인이라는 주장은
어느 수준까지 유명인인가라는
또다른 숙제를 낳습니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재벌 회장 등
유명인의 사생활이 공개됩니다
이때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명예보호’가 충돌합니다 현실적 악의 개념은 1964년에 도입됐습니다. 정부나 공공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비판이 보장돼야 하고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의 자율성을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뒤로 공인의 범위 안에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습니다. 정책을 결정할 때 이들이 공직자 못지않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공적 인물’(public figure)이라는 개념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현실적 악의’라는 법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의 공인 개념은 ‘공직자’와 ‘공적 인물’로 나뉩니다. 공직자는 우리가 말하는 사전적 의미의 공인과 같은 인물입니다. 공적 인물은 ‘전면적 공적 인물’과 ‘제한적 공적 인물’로 나뉩니다. 전면적 공적 인물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 입후보자, 주요 언론사의 정기 칼럼니스트,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영화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 운동선수, 작가 등 모든 분야에서 공적 인물로 취급되는 이들을 말합니다. 제한적 공적 인물은 사례별로 다양하지만 판례로 볼 때 사회학 교수, 운동코치, 인권운동가, 의료보험 논쟁 등에 참여한 의사 등 해당 공적 논쟁에서 공적 인물로 취급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공인의 범위가 더 세분화되는 추세입니다. 지역에서의 전면적인 공적 인물(군소 도시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논쟁 사안의 제한적인 공적 인물(공공이 관심을 갖는 특정한 사건이나 일과 관련해 공적 논쟁에 영향력을 갖고 관여하게 된 사람 등), 제한적인 공적 인물(전국적인 지명도는 없지만 다수인을 상대로 일하기 때문에 일정한 전문적인 부분에서 지명도를 누리는 운동선수, 연예인 등), 타인에 의한 공적 인물(유명인사의 가족이나 범죄의 피해자 등) 등으로 더 나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인의 범위 안에 대기업 회장이나 인기 연예인 등 유명인을 포함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판례상 이런 인물들이 공인으로 인정된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1995년 서울지법에서는 출판사가 <소설 이휘소>에서 핵물리학자인 이휘소 유족의 동의 없이 가족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한 행위와 관련해 판결을 내리면서 “유족들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나, 이휘소가 우리 사회의 공인이 되었고, 또한 그가 사망한 지 이미 18년이 경과하였으므로…”라는 판례가 나온 바 있습니다. 또 1995년 서울지법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 초상권 침해 불인정 판결을 내리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뛰어난 기업인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공적 인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진, 성명, 가족들의 생활상이 공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참고 넘어가야) 하고…”라는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유명 여배우인 윤정희씨 등이 판례상 공인으로 인정됐습니다. 유명인을 공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공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유명인은 그냥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일 뿐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사생활도 어느 정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유명인까지 공인의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또 다른 숙제를 낳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유명인의 범위에 넣어야 하느냐는 숙제를 풀어야 유명인을 공인의 범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국민가수 수준의 가수까지 유명인에 넣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 유명해진 사람일 뿐이지 남에게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유명인사는 아니다”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공인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렵습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사회적 지위와 역할 사람들은 가정, 또래 집단, 학교, 직장 등 다양한 집단에 속하여 살아가며, 각 집단에서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족 내에서 아들이나 딸, 오빠 또는 누나, 동생 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집단에서 개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사회적 지위라고 한다. 모든 사회적 지위에는 그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 양식이 있는데, 이를 역할이라고 한다. 개인이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을 역할 행동이라고 하는데 역할 행동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역할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상을 받기도 하고 제재를 받기도 한다.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면 칭찬을 받거나 학업 우수상을 받지만, 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훈계를 듣거나 징계를 받는다. 이와 같은 보상과 제재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은 바람직한 역할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중학교 사회 1> 두산동아, 157쪽) 책으로 확장하기 | 공무원과 공적 인물이 사인과 다른 이유
공무원이나 공적 인물을 사인과 달리 취급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1)정부의 직을 보유해 공적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 2)공인은 자의에 의해 자신을 공적인 논란의 대상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증가된 명예훼손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위험인수론, 3)통상적으로 공인은 미디어에 의해 보다 잘 접근할 수 있어 사인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고, 따라서 허위진술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보다 많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명예훼손법>(현암사) 가운데)
논제로 정리하기 | 공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공인은 나라의 세금으로 공공성을 띠는 일을 하기 때문에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인사 청문회 등을 거쳐 장관 후보자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2004학년도 수시 1학기 건국대학교 학교장추천전형 시사구술 문제에서는 고위 공직자 후보 본인이 아니라 그 자녀의 이중국적 유지 여부나 외국 국적 선택 여부가 본인의 고위 공직 취임에 영향을 주는 게 타당한가를 묻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공인의 범위 안에 넣은 공직자, 공무원 등에게 어느 수준의 도덕적 책임이나 사회적 책무를 요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참고로 이 공직자의 자녀가 공인의 범위에 들어간다면 ‘타인에 의한 공적 인물’이 될 겁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어느 수준까지 유명인인가라는
또다른 숙제를 낳습니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재벌 회장 등
유명인의 사생활이 공개됩니다
이때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명예보호’가 충돌합니다 현실적 악의 개념은 1964년에 도입됐습니다. 정부나 공공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비판이 보장돼야 하고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의 자율성을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뒤로 공인의 범위 안에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습니다. 정책을 결정할 때 이들이 공직자 못지않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공적 인물’(public figure)이라는 개념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현실적 악의’라는 법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의 공인 개념은 ‘공직자’와 ‘공적 인물’로 나뉩니다. 공직자는 우리가 말하는 사전적 의미의 공인과 같은 인물입니다. 공적 인물은 ‘전면적 공적 인물’과 ‘제한적 공적 인물’로 나뉩니다. 전면적 공적 인물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공직 입후보자, 주요 언론사의 정기 칼럼니스트,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영화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 운동선수, 작가 등 모든 분야에서 공적 인물로 취급되는 이들을 말합니다. 제한적 공적 인물은 사례별로 다양하지만 판례로 볼 때 사회학 교수, 운동코치, 인권운동가, 의료보험 논쟁 등에 참여한 의사 등 해당 공적 논쟁에서 공적 인물로 취급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공인의 범위가 더 세분화되는 추세입니다. 지역에서의 전면적인 공적 인물(군소 도시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논쟁 사안의 제한적인 공적 인물(공공이 관심을 갖는 특정한 사건이나 일과 관련해 공적 논쟁에 영향력을 갖고 관여하게 된 사람 등), 제한적인 공적 인물(전국적인 지명도는 없지만 다수인을 상대로 일하기 때문에 일정한 전문적인 부분에서 지명도를 누리는 운동선수, 연예인 등), 타인에 의한 공적 인물(유명인사의 가족이나 범죄의 피해자 등) 등으로 더 나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인의 범위 안에 대기업 회장이나 인기 연예인 등 유명인을 포함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판례상 이런 인물들이 공인으로 인정된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1995년 서울지법에서는 출판사가 <소설 이휘소>에서 핵물리학자인 이휘소 유족의 동의 없이 가족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한 행위와 관련해 판결을 내리면서 “유족들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나, 이휘소가 우리 사회의 공인이 되었고, 또한 그가 사망한 지 이미 18년이 경과하였으므로…”라는 판례가 나온 바 있습니다. 또 1995년 서울지법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 초상권 침해 불인정 판결을 내리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뛰어난 기업인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공적 인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진, 성명, 가족들의 생활상이 공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참고 넘어가야) 하고…”라는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유명 여배우인 윤정희씨 등이 판례상 공인으로 인정됐습니다. 유명인을 공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공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유명인은 그냥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일 뿐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사생활도 어느 정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유명인까지 공인의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또 다른 숙제를 낳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유명인의 범위에 넣어야 하느냐는 숙제를 풀어야 유명인을 공인의 범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국민가수 수준의 가수까지 유명인에 넣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 유명해진 사람일 뿐이지 남에게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유명인사는 아니다”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공인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렵습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사회적 지위와 역할 사람들은 가정, 또래 집단, 학교, 직장 등 다양한 집단에 속하여 살아가며, 각 집단에서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족 내에서 아들이나 딸, 오빠 또는 누나, 동생 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집단에서 개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사회적 지위라고 한다. 모든 사회적 지위에는 그에 따라 기대되는 행동 양식이 있는데, 이를 역할이라고 한다. 개인이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을 역할 행동이라고 하는데 역할 행동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역할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상을 받기도 하고 제재를 받기도 한다.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면 칭찬을 받거나 학업 우수상을 받지만, 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훈계를 듣거나 징계를 받는다. 이와 같은 보상과 제재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은 바람직한 역할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중학교 사회 1> 두산동아, 157쪽) 책으로 확장하기 | 공무원과 공적 인물이 사인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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