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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6년간 누빈 전세계가 우리 아이들 배움터죠”

등록 2013-11-18 19:49수정 2013-11-18 20:51

김현성씨 가족이 뉴질랜드와 일본, 독일 등에서 받은 학교졸업장과 어학증명서 등을 들고 서 있다. 가족 뒤로 보이는 세계지도에는 김현성씨 가족이 거쳐온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다. 김현성씨 제공
김현성씨 가족이 뉴질랜드와 일본, 독일 등에서 받은 학교졸업장과 어학증명서 등을 들고 서 있다. 가족 뒤로 보이는 세계지도에는 김현성씨 가족이 거쳐온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다. 김현성씨 제공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걱정 마, 아빠. 우리가 ‘장사’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지난해 11월 독일 베를린의 현지 학교 등교를 앞둔 아이들이 아버지 김현성(43)씨에게 내뱉은 말이다. 독일어를 전혀 몰라 랭귀지코스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은 주눅들지 않았다. 김진(17)군과, 김슬(14)양에게 새로운 외국어와 낯선 학교 문화에 적응하는 일이란 반복되는 ‘일상’과 다름없다. 그간 세계 각지에 정착해 본 경험 덕분이다.

올해로 16년째. 김현성씨 가족은 세계 곳곳으로 거처를 옮겨가며 현지에 정착했다가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 중국과 뉴질랜드, 일본을 거쳐 지난해부터는 독일 베를린에 새 둥지를 틀었다. 나라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이상을 살았다. 틈틈이 여행한 나라만 20여개국이다. 전세계 곳곳의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구글어스’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이 생활했던 집과 학교, 거리들을 들여다보며 추억담을 나누는 게 김현성씨 가족만의 즐거움이다.

해외생활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1998년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당시 한 대형 보험회사에 다니던 김현성씨는 직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기업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학 전공인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코로 정했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 신분으로 보고 느낀 멕시코의 여유와 낭만이 선택의 이유였다. 같은 과 선배로 만난 아내 역시 스페인어가 가능했다. 멕시코 생활 한 달째, 수중에 돈이 떨어졌다. “객기를 부린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김현성씨는 양말과 스카프 등을 떼어다가 길거리에서 파는 노점 일에 뛰어들었다. 원단 사업으로 제법 돈을 벌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컨테이너 하역장의 상자 포장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낯선 해외생활은 아이들에게도 쉽지 않았다. 김현성씨의 아내 남혜용(45)씨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바람과는 반대로 이곳저곳 떠도는 방랑자 신세였다. 그 가운데서 아이들은 자랐다”고 말했다. 첫째 아들 김진군은 미국 학교를 다닌 뒤 처음 6개월간 영어를 하지 못해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2007년 중국으로 이주한 뒤 딸 김슬양은 미국과 달리 체벌에 관대하고, 규정이 엄격한 중국 학교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교사의 구둣발에 정강이를 차이고 온 날, 김슬양은 겁에 질린 얼굴로 집에 돌아와 ‘경찰을 불러야 한다’고 울먹였다.

외환위기때 한국 떠난 김현성씨네
나라별 6개월~5년 살며 유랑생활
어려움 겪으며 배려심도 깊어져
아이들 수개국어 대화능력은 덤
1년 전 독일로…다음엔 아프리카

외롭고 힘든 경험이 적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의 마음은 단단해져 갔다. 동생 못지않게 중국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김진군은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고, 사고방식도 다르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세상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살던 시절 욕설과 폭력을 일삼던 한 학생은 유독 김슬양의 말만큼은 잘 따랐다. 독일에 온 뒤 교회에서 일주일간 잠을 자며 학교를 오가는 수련회에 참석했던 김슬양은 ‘집에 혼자 있는 엄마가 외로울까봐’ 일부러 집에 자주 들렀다. 남혜용씨는 “아이들이 겪은 어려움이 많기에 남들보다 먼저 나서서 도우려는 배려심이 깊다”고 대견해했다.

아이들은 외국어 능력도 남다르다. 김진군은 영어, 일본어와 독일어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불어와 스페인어도 기본회화가 가능하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독학으로 익히고 있다. 김슬양은 영어와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특별한 학습법이나 비결은 없다. 김현성씨는 “영어를 쓰는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닌 덕분”이라 말했다. 김진군은 “굳이 비결을 꼽는다면 일본어와 영어로 된 만화영화를 대사를 암기할 만큼 반복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년간 북·남미와 아시아, 오세아니아와 유럽 지역을 누빈 김현성씨 가족은 독일 생활 이후에는 마지막 남은 대륙인 아프리카로 향할 계획이다. ‘세계일주 20년’도 머지않았다. 김현성씨는 “사진 찍고 스쳐가는 관광이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에 정착해 살며 다양한 문화를 익히며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아이들이 깨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꼽는 해외생활의 장점은 무엇일까. 남혜용씨는 “경쟁보다는 공존하는 삶”을, 김진군은 “아무리 힘든 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을 꼽았다. 막내 김슬양이 꼽은 장점은 “학교와 학원 뺑뺑이가 없다”였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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