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화위 운영규정 제정 나서
국무회의 의결도 거칠 필요없어
“법 위의 훈령·재벌 편들기” 비판
국무회의 의결도 거칠 필요없어
“법 위의 훈령·재벌 편들기” 비판
교육부가 학교 근처에 숙박업소를 지으려는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위법인 법률이나 시행령과도 맞지 않는 자체 훈령을 만들기로 해 ‘법 위의 훈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경복궁 근처인 서울 송현동 풍문여고와 덕성여중 옆에 지으려 하는 7성급 호텔을 허가해주기 위한 ‘맞춤 입법’이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9일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지을 때 거쳐야 하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정화위원회)의 심의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숙박업소 등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운영규정(가칭)’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운영규정은 시행령과 달리 국무회의 의결도 필요 없는 훈령이다.
운영규정의 핵심 내용은 숙박업소를 설치하려는 업체가 정화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또 정화위원회가 호텔 설치 금지 결론을 내렸을 때 금지 사유를 업체 쪽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9월25일 정부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관광호텔과 관련한 투자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데 따른 (후속)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규정 자체가 학교 옆 관광호텔 건설을 위한 것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업체에 정화위원회 참석 권한을 준 것은 학교보건법은 물론 관련 시행령과도 어긋난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근처에 숙박업소를 지으려면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정화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시행령은 정화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대상은 해당 구역의 교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법무법인 정도의 이명춘 변호사는 “애초에 기업 쪽 의견을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화위원회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학교 쪽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어 시행령에 담았고, 업체의 출석 관련 내용은 넣지 않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업체가 정화위원회에 참석할 경우 위원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어 향후 로비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행정법)도 “대한항공 관련 사안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움직임을 벌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교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호텔 사업자의 출석과 의견 개진 권한을 시행령이 아니라 훈령에 두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교보건법의 입법 목적이 학교 주변에는 교육에 좋지 않은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교육부가 추진하는 훈령은 법의 목적을 훼손해 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한겨레> 4일치 1·3·4면 참고)
교육부는 대한항공의 호텔 허용 문제를 이번 훈령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 해 특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한항공 경복궁 호텔을 관할하는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을 포함해 부산남부·인천남부교육지원청에서 다음달 20일까지 이 훈령을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들 지원청을 선정한 까닭에 대해 호텔 건립 관련한 민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호텔 건립을 불허한 중부교육지원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대한항공 쪽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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