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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게임은 공부 뒤에! 컴퓨터 습관이 달라졌어요

등록 2013-11-25 19:58

사이버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컴퓨터로 게임보다 학습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한 강의실에 모여 사이버학습을 하는 학생들 모습.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이버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컴퓨터로 게임보다 학습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한 강의실에 모여 사이버학습을 하는 학생들 모습.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사이버가정학습 어떻게
집에서 사이버학습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학습 사이트는 교재비나 강의료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참여해 학습효과를 높인다. 컴퓨터로 게임 대신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날그날 복습을 하니까 시험 볼 때 실수도 줄고 친구들이랑 더 친해져서 좋아요.”

서울 송파구 마천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윤선아양은 거의 매일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다녀온 뒤에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게임과 인터넷검색을 한두 시간 했지만 지금은 ‘꿀맛닷컴’에 들어가 공부를 한다. ‘꿀맛닷컴’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가정학습 사이트다.

지난 19일 오후 5시, 윤양이 꿀맛닷컴의 수학강의를 듣고 있었다. ‘공부해요-교과학습’ 메뉴를 클릭해 선택한 이날 주제는 ‘소수 한 자릿수와 자연수의 나눗셈을 할 수 있어요’였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화면에는 선생님 역의 캐릭터가 개념 설명을 하고 예시문제를 제시한다. 순서대로 강의를 쭉 들은 뒤 해당 주제에 대한 시험도 보고 자동으로 점수까지 매겨진다. “특히 수학 강의를 좋아해요. 실제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설명해주는데 이해하기 쉽고 중간에 애니메이션까지 넣어서 재밌어요.”

윤양은 하루에 한 과목씩 시간 날 때마다 전 과목을 사이버학습으로 공부한다. 그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배울 자료를 한 달에 12개 정도 올려준다. 미리 보면 예습이고 수업 이후에 들으면 복습이 된다”며 “사이트에서 원래 제공하는 강의 내용도 학교 진도와 비슷하게 맞춰져 있다. 꾸준히 반복해서 보니 시험 볼 때 실수를 덜해서 성적도 올랐다”고 말했다.

윤양의 어머니 박정숙씨는 “아이들 대부분 학원에 다니고 특히 송파구가 학원비가 비싸다. 영어만 해도 한 달에 35만~40만원이 든다”며 “그래도 영어는 투자라고 생각해 보내고 피아노나 미술은 방과후나 구에서 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에 보낸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이버학습을 선생님이 신경 써서 관리하고 아이가 열심히 한다면 학원비 부담도 줄고 아이도 컴퓨터로 게임보다 공부를 더 즐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윤양은 “교재도 필요 없고 무료라 언제 어디서든 내가 듣고 싶은 만큼 들어서 좋다. 대신 선생님이 옆에 없다고 대충 흘려듣지 말고 스스로 집중해서 들어야 효과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담임교사가 사이트에 만든 ‘마천의 자존심 5학년 3반’ 사이버학급에도 매일 들어간다. 자료실, 시험, 과제, 토론 등 학습 외에도 공지사항, 질문과 상담, 우리끼리 속닥속닥, 우리들 사진, 알림장방까지 만들어져 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재밌게 봤던 티브이 프로그램, 반 대항 발야구 시합 등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선생님께 고민도 상담해요. 서로 댓글을 달면서 친구의 관심사도 알게 되고 더 친해졌어요.”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마천초등학교 5학년인 윤선아양이 자신의 집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학습 사이트 ‘꿀맛닷컴’을 통해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마천초등학교 5학년인 윤선아양이 자신의 집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학습 사이트 ‘꿀맛닷컴’을 통해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습 사이트
별도 교재 필요 없는데다 무료
학원비 줄고 자기주도 학습 유도
수준 맞춰 원하는 내용 선택 가능
학부모 사이버튜터 활동 효과 배가

정부 주도 사이버학습은 2004년 7월에 발표한 ‘교육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에 따라 시작됐다. 2005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으며 현재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각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교육부 이러닝과 남정란 교육연구사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이나 과제와 연계하고 화상 강의를 통해 시공간 상관없이 학습지도를 할 수 있어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에는 오프라인으로 학습할 방법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강원 산간벽지나 섬지역 등에서 특히 활발하다. 저소득층 학생이나 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학습의 특성상 학생 혼자 꾸준히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게임에 빠지거나 유해한 정보를 접하게 될까 봐 우려한다. 이번에 만난 대부분의 부모가 사이버학습을 열심히 하면 평일이나 주말에 시간을 정해두고 아이가 원하는 게임이나 인터넷 사용을 하도록 했다. 무조건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약속을 해서 스스로 절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가 사이버학습을 하는 동안은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사는 배소연씨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학교에 클레이 공예나 종이접기 방과후 수업을 하러 다닌다. 오전 9시반 정도에 나와서 오후 6시가 돼야 집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은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못하게 하니까 티브이 보고 집에 있는 오락기로 게임을 조금씩 했어요. 이비에스(EBS) 강의를 듣고 제가 내주는 숙제를 하면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한 적도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러다 올해 초 딸 지민이(아산 모산초등학교)가 충남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충남 이(e)-스쿨’에 가입했다. 배씨는 “처음엔 의무로 가입하게 해서 주위 분들 얘기 들어봐도 이용을 거의 안 한다고 하더라. 우리 아이는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수업시간에도 이용하다 보니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골이라 천안까지 학원에 다니는 애들도 많은데 지민이는 사이버학습만으로 영어공부를 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게임도 사이버학습처럼 시간을 정해서 하자고 약속했더니 지켰다”고 했다.

이지민양은 “거의 매일 영어 플래시 강의를 서너개씩 듣는다. 우리 교과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내용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간단한 영어게임도 재밌고 질문게시판에 모르는 걸 물어보면 선생님이 바로 답해주는 것도 좋다”고 했다.

학교에서 이양을 지도하는 고숙영 3학년 영어전담교사는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30분씩 사이버학습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에 답글을 달아준다. 수업시간에 손들고 하기 힘들었던 아이들도 곧잘 질문을 올린다. “사이버학습을 안 한다고 혼내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면 칭찬을 해주는데 그게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돼요. 무엇보다 애들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어서 좋아요. 수업시간에 아는 게 나오면 자신감을 보이고 저도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사이버학습은 학생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선생님이나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효과는 배가된다. 특히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학습 사이트는 교사가 직접 사이버학급을 운영하거나 학부모가 사이버 튜터로 참여해 아이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또 돈을 내고 정해진 기간에만 들을 수 있는 사교육 업체와 달리 별도의 교재비나 수강료를 내지 않고 계속 반복해 들을 수 있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경북 김천시 아포읍에 사는 허다영(아포초등학교 5학년)양은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가 숙제까지 하면 밤 10시가 넘어서야 잘 수 있었다. 게다가 동생과 함께하는 학교 컵스카우트 체험활동비도 만만치 않았다. 부모님과 상의 끝에 학원을 끊고 선생님이 추천한 ‘경북사이버학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규칙적이지 않았다. 조금 늦게 들어가거나 가족들이랑 있을 때는 귀찮아서 한 번씩 빼먹기도 했다.

“가족들한테 꾸준히 하기 위해 협조해 달라고 했어요. 일단 사이버학습을 하는 동안은 엄마나 동생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일주일 동안 한 과목당 강의를 6개 이상 들으면 토요일 식사 메뉴 선택권과 아빠 차로 등교할 수 있는 이용권을 달라고 제안했죠. 다들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요.(웃음)”

이후 허양은 저녁 8시부터 30~50분간 사이버학습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그는 “토요일 메뉴 선택권으로 자장면도 시켜먹고 등교차량 이용권도 6개 정도 받았다. 필요한 공부만 집중해서 하니까 자는 시간도 한 시간 빨라졌다”고 말했다.

허양의 어머니는 학원비 마련을 위해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있다. “제가 사이버학습을 하면서 부모님은 학원비 부담이 덜하다고 말씀하세요. 사실 처음 학원을 끊을 때만 해도 두려웠는데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 걸 보니 제가 제대로 활용한 거 같아 참 다행이에요.”

대구에 사는 직장맘 오영아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고민이 생겼다. 사회 과목에 역사 분야가 추가되면서 어려울 거라 생각은 드는데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다. 그는 “다행히 담임선생님이 대구 사이버학습사이트인 ‘대구 e스터디’를 이용해 사회과목 공부를 하게 했다. 아이가 그걸 보면서 개념을 정리하고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체계가 잡혔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의 권유로 사이트에서 ‘학부모 튜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직장에 다니니까 학교에 갈 수는 없지만 인터넷상으로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진도를 얼마나 나갔는지 틈틈이 보기도 하고, 출석률이나 진도율이 낮은 아이들에게는 쪽지를 보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는 역할이에요. 처음에는 민망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아이가 자랑스러워하는 거 같아서 거의 매일 들어갔어요.”

아들 정진(서변초등학교)군은 “엄마와 선생님이 신경을 써주니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영상으로 보면서 공부하니까 이해도 잘되고 개념정리도 쉽게 돼 있어서 시험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씨는 사이버학습에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는 사회 과목만 정해서 꾸준히 했는데, 자기 수준에 맞춰 원하는 내용만 골라서 들었다”며 “영어나 수학은 아이들이 이미 사교육에 많이 노출돼 있고 사이버학습으로 전 과목을 다 하기는 무리가 있다. 학원의 도움을 받기 힘든 과목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고 얘기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2 사이버가정학습 이용실태 및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400만명이 가입하고 학기 중에 로그인 한 사람이 총 2500만명을 넘는다. 또한 사이버가정학습 참여는 교육소외계층처럼 학습지원이 필요한 대상계층에서도 읍면지역 학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가정학습 실시 이후 학생은 가장 큰 변화로 ‘과목별 흥미 향상’을 선택한 반면, 교사와 학부모는 ‘자기 주도적 공부습관 형성’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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