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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야자’ 대신 힐링캠프…자존감이 살아났다

등록 2013-12-02 19:56수정 2013-12-02 21:07

11월22일 부천 소사고에서 열린 ‘힐링캠프’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저녁식사를 만들고 있다.
11월22일 부천 소사고에서 열린 ‘힐링캠프’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저녁식사를 만들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부천 소사고 ‘힐링캠프-잡담’
“여러분, 이 사진들 좀 보세요.”

사진 속 아이들은 체육시간인데도 교복에 슬리퍼를 신은 채 운동장에 무리지어 있다. 학부모 공개수업 시간에 부모가 바로 뒤에 서 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학생이 부근 산에 버린 쓰레기와 운동장 스탠드에 뱉은 침을 찍은 사진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고 김연중 교사는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너희 대신 어른들한테 혼나는 것보다 부모들이 상처받고 가시는 걸 알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11월22일 오후 4시 반, 소사고 시청각실에서 ‘힐링캠프-잡담(JOB談)’이 열렸다. 김 교사가 지난해 건강증진모델학교 프로그램 일환으로 기획한 것으로 올해 네번째다.

1, 2학년 60여명과 학부모 10여명이 참여한 이날 주제는 ‘진로’였다. 이 학교는 교사들이 기피하는 학교 중 한곳이었다. 실제 1~2년 만에 학교를 옮기는 교사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 교사는 8년째 학교에 ‘자발적으로’ 남았다. 순환근무제에 따라 정해진 5년이 지난 뒤 태권도부 감독을 맡아가면서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솔직히 거칠고 의욕이 없는 학생들이 많아서 교사들이 힘들어했어요. 이 캠프도 인성교육과 소통의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죠. 무엇보다 아이들의 밑바닥에 있는 정신을 끌어올려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직접 프로그램 기획부터 강사 섭외와 진행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올해는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소통을 주제로 캠프를 진행했다. 이번 캠프는 수료하면 벌점을 삭감해 준다고 해서 오거나 진로에 관심이 있어 온 아이들이 반반이었다.

김 교사는 기초학력 미달과 기초체력 등급, 결석 일수 등이 정리된 표를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이 표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 학교 전교생 절반이 기초학력 이하고 기초체력 등급도 평균 이하인 3, 4등급이 가장 많아요. 전교생이 900명인데 월평균 결석 건수만 따져도 전교생의 3분의 1이 넘네요.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주제별 특강 뒤 함께 저녁식사
벌점 줄이려 억지로 왔던 학생들
같이 이야기 나누며 변화 시작

학생들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김 교사는 “앞서 보여준 사진이나 표는 바로 여러분의 자아존중감이 낮다는 증거”라며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찾아 노력하려면 자아존중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활동지를 나눠주며 “나 자신을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로나 직업을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오늘부터 스스로 개척해보자고 말했다. 활동지에는 ‘나는 누구인가’, ‘숨어 있는 나의 장단점을 찾아라’, ‘20년 뒤 나의 목표나 실천계획’ 등을 적도록 돼 있었다. 친구가 적은 내용을 엿보거나 멍하니 종이를 바라보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에 어수선한 분위기와 달리 사뭇 진지해 보였다.

김 교사의 특강이 끝나고 저녁식사 시간. 가사실에서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조를 짜서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요리솜씨를 뽐내거나 교사와 학생이 서로 음식을 먹여주기도 했다. 재료는 똑같이 주어졌지만 완성된 메뉴는 제각각이었다. 식탁 위에는 김치찌개·달걀말이·참치전·제육볶음 등 다양한 음식이 올라왔다.

2학년 김진희양은 “평소 서로 모르던 동기나 후배들과 요리하면서 얘기도 하고 친해져서 좋다”고 했다. 학부모 임주연씨도 “처음 왔을 때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아서 깜짝 놀랐다. 아이들과 친근하게 요리하는 여자 선생님이 학부모인 줄 알았다”고 얘기했다.

캠프에 참가한 정아무개 교사는 “아이가 엇나가면 담임교사와의 관계도 불편하다. 벌점을 상쇄하러 억지로 오던 아이들이나 소통이 힘든 교사 둘 다 이 기회를 빌려 같이 요리하면서 칭찬도 하고 얘기 나누며 친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담배 피우고 지각을 자주 해서 혼내도 삐딱하게 굴고 남아서 공부하라는 벌을 줘도 도망가던 아이가 이 캠프에 참여하면서 먼저 죄송하다고 하고 나머지 공부도 하고 간다며 기뻐했다.

캠프에 두번째 참가한다는 2학년 이기현군은 “리더십을 주제로 한 캠프에 참석한 뒤 학생임원들끼리 만나서 학급회의 정례화를 하기도 했다”며 “학교 교칙 개정계획을 듣고 우리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각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좋은 교칙을 내려받아서 학교에 건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벌점을 줄 게 아니라 각 학급에서 학생들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안건을 내자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양도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힘들더라도 학교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던 친구가 캠프에 참여하면서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힐링캠프는 저녁식사 뒤 직업인 특강과 진로 특강이 이어져 밤 10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김 교사는 “다른 학교 아이들이 부러워한다는 말이나 지난번 캠프에 감동받아서 다시 왔다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며 “힐링캠프는 야간자율학습보다 더 재밌고 값진 시간”이라고 얘기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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