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6일 오후 강원도 인제의 원통초등학교 신덕분교를 찾은 ‘재능나눔버스’에서 학생들이 유리병을 이용한 ‘타임캡슐’을 만들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한국문화예술위 ‘재능나눔버스’
한국문화예술위 ‘재능나눔버스’
“언제 시작해요?”
분교 운동장에 들어선 샛노란 버스로 아이들이 서넛 무리를 지어 다가왔다. “춥지 않니? 교실에 들어가서 기다려.” 학교 건물 벽에 걸린 온도계는 영하의 날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이들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괜찮아요.” 아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 주변을 맴돌았다. 예정된 시각인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은 분 단위로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3분!” “2분!” “1분!”
지난 11월26일 강원도 인제의 원통초등학교 신덕분교. 시각예술가들이 버스를 타고 전국 각지의 작은 학교 등을 찾아가 아이들의 예술체험활동을 돕는 ‘재능나눔버스’가 아이들을 향해 활짝 문을 열었다.
“오늘 우리가 만들어 볼 작품은 ‘타임캡슐’이에요. 현재 자신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들,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사진에 담아 유리병에 밀봉한 뒤 10년 후 미래의 시간으로 보내는 거죠.”
45인승 좌석을 모두 떼어내 작은 예술체험장으로 꾸민 버스 안에서 신덕분교 12명의 전교생이 사진가 박형근씨의 말에 쫑긋 귀를 세웠다.
“무엇을 찍어도 좋아요. 학교 주변 풍경도 좋고, 친구나 선생님 모습도 괜찮아요. 여러분 12명의 서로 다른 추억과 기억들이 담긴 타임캡슐이 나오길 기대해 볼게요.” 잠시 아이들의 표정이 골똘해졌다. “셀카도 되나요?” “물론이죠!”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떼처럼 무리지어 교정 이곳저곳을 빠르게 돌아다녔다. 찍고 싶은 곳을 정하면 카메라를 든 보조교사를 향해 ‘저요! 저요!’ 소리를 쳤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지기도 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터졌다. 신덕분교 4학년 박상준 군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앞까지 뛰어가서는 학교 건물 전체를 사진에 담아왔다. “10년 후에 학교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요. 지금과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사진작가, 설치미술가 등
버스 타고 시골학교 찾아
아이들과 함께 미술 활동
올해 15곳 소외지역 방문 사진 촬영을 마친 아이들이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이제 미래의 여러분에게 보낼 메시지를 적어볼 거예요. 오늘 찍은 사진에 대한 글도 좋고, 편지나 시를 써도 돼요.” 왁자지껄하며 떠들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잠잠해졌다. 비밀 이야기라도 적는 듯 손으로 종이를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또박또박 글을 써나갔다. 다 쓴 후에는 종이를 돌돌 말아 끈으로 묶은 후 병에 담았다. 전교생의 이름을 빠짐없이 적는가 하면, 교정의 작은 돌을 주워와 병에 담은 후 달랑달랑 흔들기도 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사연들이 아이들의 ‘타임캡슐’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신덕분교 6학년 함정은양은 그 중에서도 유독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오려붙이고, 글을 적고 있었다. 유리병 안쪽 벽에는 초등학교 1~2학년 때 수업했던 교실과 지금 수업을 받고 있는 교실의 책걸상 등을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올해가 지나면 학교를 졸업해요. 곧 헤어질지도 모를 6학년 단짝 친구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이야기를 적었어요. 우리 학교 6학년은 저랑 그 친구 둘 뿐이거든요.” 이날 수업을 진행한 박형근씨는 어린 시절을 제주도에서 보냈다. 예술가를 꿈꿨지만 그림 그리기가 그 당시 예술 교육의 전부였다. “한 번의 체험활동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겠지만, 오늘의 경험이 자극이 되어 아이들이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거죠.” 유리병을 이용한 타임캡슐 작업은 박형근씨가 그동안 고민했던 사진 설치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의 모습과 미래의 꿈,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등을 사진과 글, 그림 등으로 담아 밀봉하면 유리병은 그 자체로 시간을 뛰어넘는 입체적인 액자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덕분교 손영철 교사는 “산골 분교는 강사 선택의 폭이 좁아서 아이들의 관심이나 흥미보다는 강사 수급에 맞춰 방과후 활동 등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능나눔버스처럼 직접 학교로 찾아오는 예술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사진작가와 설치미술가 등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진행하는 ‘재능나눔버스’는 올해에만 전국 15곳의 문화 소외지역을 찾았다. 신덕분교를 찾은 이 날이 올해의 마지막 일정이었지만, 재능나눔버스는 내년에도 전국 각지를 돌며 예술체험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버스 타고 시골학교 찾아
아이들과 함께 미술 활동
올해 15곳 소외지역 방문 사진 촬영을 마친 아이들이 버스 안으로 돌아왔다. “이제 미래의 여러분에게 보낼 메시지를 적어볼 거예요. 오늘 찍은 사진에 대한 글도 좋고, 편지나 시를 써도 돼요.” 왁자지껄하며 떠들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잠잠해졌다. 비밀 이야기라도 적는 듯 손으로 종이를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또박또박 글을 써나갔다. 다 쓴 후에는 종이를 돌돌 말아 끈으로 묶은 후 병에 담았다. 전교생의 이름을 빠짐없이 적는가 하면, 교정의 작은 돌을 주워와 병에 담은 후 달랑달랑 흔들기도 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사연들이 아이들의 ‘타임캡슐’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신덕분교 6학년 함정은양은 그 중에서도 유독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오려붙이고, 글을 적고 있었다. 유리병 안쪽 벽에는 초등학교 1~2학년 때 수업했던 교실과 지금 수업을 받고 있는 교실의 책걸상 등을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올해가 지나면 학교를 졸업해요. 곧 헤어질지도 모를 6학년 단짝 친구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이야기를 적었어요. 우리 학교 6학년은 저랑 그 친구 둘 뿐이거든요.” 이날 수업을 진행한 박형근씨는 어린 시절을 제주도에서 보냈다. 예술가를 꿈꿨지만 그림 그리기가 그 당시 예술 교육의 전부였다. “한 번의 체험활동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겠지만, 오늘의 경험이 자극이 되어 아이들이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거죠.” 유리병을 이용한 타임캡슐 작업은 박형근씨가 그동안 고민했던 사진 설치작품이기도 하다. 지금의 모습과 미래의 꿈,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등을 사진과 글, 그림 등으로 담아 밀봉하면 유리병은 그 자체로 시간을 뛰어넘는 입체적인 액자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덕분교 손영철 교사는 “산골 분교는 강사 선택의 폭이 좁아서 아이들의 관심이나 흥미보다는 강사 수급에 맞춰 방과후 활동 등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능나눔버스처럼 직접 학교로 찾아오는 예술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사진작가와 설치미술가 등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진행하는 ‘재능나눔버스’는 올해에만 전국 15곳의 문화 소외지역을 찾았다. 신덕분교를 찾은 이 날이 올해의 마지막 일정이었지만, 재능나눔버스는 내년에도 전국 각지를 돌며 예술체험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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