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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 여러분은 요즘 직업 몇개나 알고 있습니까

등록 2013-12-09 20:07수정 2013-12-09 20:14

“연봉순 진로체험만큼 비교육적인 게 없습니다!” 11월28일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 1기 박소연(왼쪽부터), 현문영, 김미현씨가 서울 세곡중에 모여 진로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A href="mailto:kwak1027@hani.co.kr">kwak1027@hani.co.kr</A>
“연봉순 진로체험만큼 비교육적인 게 없습니다!” 11월28일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 1기 박소연(왼쪽부터), 현문영, 김미현씨가 서울 세곡중에 모여 진로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학부모 진로코치가 말하는 진로교육
성적에 민감한 보통엄마들이 진로코치로 활동하면서 달라졌다. 잘못된 진로교육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많아졌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학부모 진로코치 양성과정을 마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아이는 축구선수를 꿈꿨던 아이입니다. 축구 스포츠단에 직업체험을 갔다가 축구선수를 포기했어요. 소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지난 11월28일,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세곡중학교의 한 교실. 진로코치 박소연(45)씨의 말에 학부모 30여명이 모여 있던 교실이 술렁거린다. “근데 이 아이한테 좀 다른 재능이 있었더군요. 선수들 가운데 누가 어시스트를 잘하는지, 누가 볼 결정력이 높은지를 꿰뚫어보는 눈이 남달랐죠. 축구감독님은 축구 분야 매니저로 활동해보라고 권해줬습니다.”

이어진 상황 설명에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강의는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올해 연수(위탁운영 ㈜테크빌닷컴) 가운데 ‘학부모 진로코치 활동 사례’ 강의였다. 강의 뒤 지난해 이 학부모들처럼 연수를 받고 학교·교육청·진로직업체험센터 등에서 활동하는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 1기 박씨와 김미현(44)씨, 현문영(48)씨가 모였다.

본래부터 진로직업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다. 박씨는 “둘째인 아들이 중학교 1학년 1학기 성적표를 갖고 왔을 때 다른 집 엄마들처럼 ‘왜 이것밖에 못하냐?”고 나무라던 평범한 엄마였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나는 지역에 진로직업체험센터가 있고, 무료로 운영된다는 것도 몰랐던 엄마였다”며 웃었다. 현씨는 지역의 자기주도학습센터에서 자기주도학습 관련 강의를 하다가 꿈이 없어 무기력한 아이들을 보면서 진로교육 분야로 보폭을 넓히게 됐다.

교육 수요자 입장이었다가 공급자가 되면서 느끼는 점도 많다. “체험? 얼마면 하죠?”, “봉사점수도 나오나요?” 학부모를 만나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이렇게 이기적이고, 진로를 진학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구나”라며 실망도 한다. 현씨는 “교육열 높은 지역의 부모들이 진로교육 지식이 많을 거라는 생각도 오해”라고 했다.

“100억 줄 테니까 교도소 다녀오라면 그렇게 할래?”

중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세 사람은 이런 학생들을 많이 봤다.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직업을 꼽아보라면 ‘의사’, ‘판사’ 등을 생각하지만 이것도 틀린 답이다. ‘도선사’(항구에 입출항하는 선박을 부두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사람)가 가장 많이 번다. 종사자 수 대비로는 항공기조종사 월급이 많다. 그런데 무조건 연봉순으로 직업체험을 안 하면 좋겠다.” 김씨와 현씨의 이야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연봉 높고,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는 식의 가치관은 부모를 통해 주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세상에 어떤 직업들이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른다. 연수를 위탁 운영하는 테크빌닷컴 즐거운학교 진로코칭센터의 김지현 센터장은 “아이들이 직업진로 가치관을 형성할 때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부모들이 1만2000개에 이르는 직업 가운데 50개도 모르는 수준”이라고 했다.

아이들 진로 가치관 형성에는
부모 직업관이 가장 큰 영향
잘못된 고정관념 주입하기 쉬워
부모 성에 안 차는 꿈도 격려해야

“일반적으로 ‘직업’이라고 하면 생계유지·자아만족·사회공헌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 개념을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정 내 진로상담은 아이 성적표가 나오는 날 ‘너 뭐가 되려고 이 성적이냐?’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연수는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 진로교육 자체가 달라지기 힘들다는 뜻에서 마련한 거다. 특히 진로는 없고 진학만 있다는 인식들이 많이 바뀌면 좋겠다.”

자녀가 생각하는 진로와 학부모가 원하는 진로 사이의 간극도 크다. 시대가 변하면서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분야도 달라졌고, 전에 없던 세분화된 직업들도 등장했지만 부모세대가 공부하지 않는 한 이런 정보를 알 리가 없다. 현씨는 “요즘엔 네일 아티스트, 메이크업 디자이너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학생들이 꽤 많은데 학부모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는 어떤 분야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는 건데 이걸 재단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충고했다.

“무조건 재단하면 진로탐색 자체에 대한 의지가 꺾이기 쉽다. 사실 중학교 때 어떤 꿈을 꾼다고 해서 그 꿈이 다 클 때까지 가나?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하는 때가 있다는 걸 부모들도 알 거다. 수의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가 동물병원 수술 체험을 해보고 스스로 못하겠다고 말한 친구도 있다. 스스로 탐색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성장기를 지나는 학생들 누구에게나 직업체험, 다양한 일터를 직접 만나는 경험은 중요한 진로탐색 과정이다. 진로코치들이 직업체험 일터 발굴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보통 직업체험은 단체 견학 수준으로 끝나지만 진로코치들은 가능하면 한 번에 소수 인원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특정 직업인의 일터를 여러 번 가보려는 노력도 한다. 김씨는 “날만 잡고 가는 게 아니라 가기 전에 사전 탐색, 사후 결과 정리 등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진로가 비교적 뚜렷한 경우 그 직업에 맞춘 체험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오해다. 박씨의 경우, 둘째인 아들의 꿈은 요리사지만 일부러 소방관 체험 기회를 줬다. “요리를 하면 불을 많이 다룬다. 그것과 관련된 직업인의 일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로교육을 교과 공부와 무관한 활동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김씨는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국어과의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쓰기 등과도 연결이 되고, 사회·윤리·도덕 교과와도 연동이 된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탐색하면서 사회를 배울 수 있다. 지역사회의 역할도 알 수 있다. 직업체험으로 만난 멘토와의 관계를 통해서 사회성을 기를 수도 있다.”

학교에 진로교육 담당 교사 등이 있는데 굳이 부모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을까? 김씨는 “교사 한 사람이 학교 내 진로 행사 진행, 직업체험 일터 발굴 등을 제대로 다 하긴 어렵다. 사회를 경험해본 연륜도 있고, 실제 자녀를 기르며 교육에 대한 현장 노하우도 있는 학부모들이 조금만 참여를 해주면 이런 일들이 수월하게 풀린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프리카 속담 가운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일터 발굴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 하는 분들도 있다. 학생들 진로교육은 학교, 학부모 그리고 사회가 함께 도와야 하는 문제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진로코치는?

학부모 진로코치 양성 연수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11월부터 12월까지 11개 지역교육청에서 지정한 관내 32개 학교(기관)에서 75개 학급으로 나눠 기본과정(20시간), 심화과정(30시간)의 연수를 진행했다. 학부모 진로코치는 학교·교육청·지자체 진로직업체험센터 등에서 활동하며 직업체험 일터 발굴 및 사전·사후 프로그램 보조교사, 단위학교 진로행사 및 진로활동 보조인력 등으로 활동한다. 지난해에는 1013명, 올해는 3093명이 연수를 받았다.

>>> 학부모부터 알아두세요!

● 부모의 직업가치관은 아이의 직업가치관이 됩니다.
● 진로 안에 진학이 있지 진학 안에 진로 있는 게 아닙니다.
● 진로탐색 잘하면 학습 동기도 생깁니다.
● 우리나라에는 약 1만2000개의 직업이 있습니다.
● 허황된 꿈도 인정해주세요. 무조건 안 된다는 말은 진로 탐색에 대한 의지를 꺾습니다.
● 각 지자체의 진로직업체험센터를 반드시 방문해보세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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