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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다문화가정 아버지들의 ‘불타는 금요일’

등록 2013-12-16 19:54

10일 저녁 인천시 부평구 부평시장 근처에 있는 ‘아이다마켓 시스터푸드’에 인천지역의 다문화가정 아버지 모임인 ‘다모아’와 인천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로 이루어진 ‘인천교육연구소’의 종강 파티가 열렸다.
10일 저녁 인천시 부평구 부평시장 근처에 있는 ‘아이다마켓 시스터푸드’에 인천지역의 다문화가정 아버지 모임인 ‘다모아’와 인천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로 이루어진 ‘인천교육연구소’의 종강 파티가 열렸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인천 ‘아버지인문학카페’
“제가 이 선생님 강의 듣고 감동 먹었잖아요. 아이들이나 아내한테 하는 것도 많이 달라졌어요.”

필리핀인 아내와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노성호(41)씨가 마주앉은 인천 부평초 김국태(43) 교사를 가리켰다. 김 교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지난 10일 저녁 7시30분. 인천시 부평구 부평시장 근처에 있는 ‘아이다마켓 시스터푸드’(‘인천여성의전화’를 모태로 해서 만들어진 아시아이주여성다문화공동체가 운영하는 다문화음식점 겸 문화공간)에서는 노씨와 김 교사를 비롯해 17명이 모여 식사를 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인천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버지 모임인 ‘다모아’(다문화가정모임아버지)와 인천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로 이루어진 ‘인천교육연구소’의 종강 파티였다.

이들은 지난 5월24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에 시스터푸드 2층 ‘패티김홀’에 모여 ‘아버지 인문학 카페’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패티김홀’은 인천여성의전화 교육 공간으로 가수 패티 김씨가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연 인천 지역 공연 수익금을 기부해 붙여진 이름이다.

노씨의 아내 메리제인 노씨는 한국말이 서툴다. 세 자녀에게도 ‘엄마는 한국어 모르니까 그냥 필리핀어로 말해!’라고 했었다. 자녀들이 엄마를 무시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 노씨에게 김 교사의 충고는 생각을 바꾸게 해줬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가정 안에 이중언어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한국어, 타갈로그어 가정교사가 한명씩 있는 셈이죠. 아내가 한국어를 몰라서 타갈로그어를 한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아내 스스로 자기 나라 언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게 해야 아이들도 엄마를 존중합니다.” 김 교사의 강의(‘자녀와 책읽기’ 주제) 내용이었다.

교사들이 마련한 인문학교실서
자녀와 대화, 부부 소통법 등 배워
가족과 함께 춤추는 댄스교실도

이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건 시스터푸드의 김성미경 대표였다. 인천교육연구소 소장인 인천해양과학고 임병구(49) 교사와 인연이 있던 김 대표는 2011년 9월에 꾸려진 다모아의 멤버들이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뜻을 임 교사에게 내비쳤다.

김 대표는 “여성의 변화뿐 아니라 남성의 자존감 회복도 중요하다. 다문화가정 아버지들이 자존감도 기르고, 가정 내 소통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자리만 마련했다. 나머지는 양쪽이 알아서 잘 꾸려가더라”며 웃었다.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13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 다리사업’의 일환으로 받은 지원금 일부로 운영했다.

다모아에는 초·중학교 저학년 자녀를 키우는 4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아버지들이 있다. 총무 강호규(45)씨는 “아직 어린 자녀들을 키우기 때문에 자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부부 사이에는 어떤 소통이 필요한지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인천 하정초 이정숙(51) 교사는 “문패에 ‘인문학’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인문학은 어떤 분야와도 접목이 된다. 교사들이 각자 가진 분야별 재능을 기초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다”고 했다. 마음열기(심리, 관계 들여다보기), 즐기기(역사, 영화, 시와 소설 즐기기), 나누기(가족과 책읽기, 요리하기, 음악으로 소통하기) 등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천 부현동초 김미형(42) 교사는 “마지막에는 가족들이 함께 춤을 추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다모아 회장 구자응(53)씨는 “금요일 저녁 시간이라 아버지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이 했다”고 했다. 전화, 문자 등 구씨의 참여 독려 덕에 매번 많게는 8명의 아버지가 모였다. 덕분에 얻어간 것도 많다. 송용길(51)씨는 “늦게 귀가하다 보니 아이들 자는 모습만 봤었다. 10분, 20분씩 짧게라도 아이들과 해볼 수 있는 놀이, 소통법을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다.

교사들도 달라진 점이 많다. 석정여고 김진숙(47) 교사는 “다문화 학생을 가르쳐 본 적도 없고, 주변에 다문화가정도 없어서 교과서적인 지식만 있었다. 아버님들과 친해지면서 나 스스로 다문화가정을 베일을 씌운 채로 바라봤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국태 교사는 “인문학 강의를 준비하며 나 역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내 자녀, 내 가정,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갖게 됐다”며 “일반적으로 교사는 동료 교사, 학생들, 관리자, 학부모 등 비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는데 아버지들을 통해 관계의 보폭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귀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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