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기출문제로 바라본 2015 논술의 경향
2014 국민대 인문계(오전) 기출문제분석
2014 국민대 인문계(오전) 기출문제분석
2015년 입시를 준비하는 예비 고3 학생들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비유하자면 대장정의 출정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본체력을 기르고 필요한 물품과 정보를 점검하는 등 대장정을 위한 만반의 대비가 있어야 하는 때가 바로 겨울방학인 셈이다. 특히 수시 모집 논술전형에 지원할 계획을 가진 학생이라면 이번 겨울방학 기간 동안 논술에 필요한 기본기와 최근 출제 경향에 대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논술은 단기간에 실력 향상을 이루기 어려울뿐더러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2015학년도 입시 대장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보다 효율적인 실전 논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번 주에는 국민대학교에서 치러진 2014학년도 실전 문제를 통해 최근 논술의 경향과 대응 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014 국민대학교 논술문제(인문계열)의 특징]
국민대학교는 2014학년도 논술고사에서 총 3문항을 출제하였다. 문항(1)과 (2)는 제시문과 주제를 공유하면서 상호연관성을 가진 형태로 제시되었으며 문항(3)은 별도의 제시문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항 (1),(2)가 인문학적 주제를, 문항(3)이 정치 사회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점도 국민대의 특징으로 기억할만하다. 이는 인문사회계열 지원자가 갖춰야할 이해능력과 분석능력을 골고루 평가하겠다는 출제자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인문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문항(1)과 (2)는 점층적인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문항(1)은 서로 다른 내용의 제시문에서 공통적인 논지와 주제를 도출하는 형태로서 학생들의 복합적인 독해력과 이해력을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한편 문항(2)는 문항(1)에서 도출한 논지를 확장하여 현실의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러한 유형의 논제 구성은 국민대학교 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선호하는 방식으로 최근 출제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해력과 분석능력을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응용, 적용하는 능력을 함께 평가함으로서 수능성적이나 내신 등급만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수험생의 종합적인 능력을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에서는 지면 관계상 문항(1)과 (2)를 중심으로 국민대학교 2014학년도 문제를 살펴본다.
【문제 1】 【지정문제 1】 (배점 30%)
(가), (나), (다)의 논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나의 단락을 작성하시오.
【문제 2】 (배점 30%)
(가)~(다)의 논지를 바탕으로, (라)의 입장에서 (마)의 역사적 사례가 갖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가)
.장자.에 다음과 같은 짤막한 ‘우화’가 실려 있다.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이라 하였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이라 하였으며, 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하였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때마다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길이 없을까 의논했다.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서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줍시다.’ 그래서 하루에 구멍 하나씩을 뚫어주었는데 7일째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여기에서 ‘숙’은 남쪽 바다의 임금으로 ‘밝음’을 대표하고 ‘홀’은 북쪽 바다의 임금으로 ‘어둠’을 대표한다. 이 둘은 각각 ‘빨리 나타나는 것’과 ‘갑자기 사라지는 것’ 곧 만물의 ‘생성’과 ‘괴멸’을 나타내기도 한다. 중앙의 ‘혼돈’은 아직 이런 분별이나 경계가 생기기 전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우포늪은 1억4천 만 년 전 한반도의 생성과 함께 태어났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도 전에 낙동강 일대의 지반이 내려앉고 그 위에 물이 차 늪이 됐다.
창원과 마산 일대에는 불과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100여 개의 늪이 있었다. 그러나 물이 깊지 않고 토양이 좋은 늪지대는 대부분 논밭으로 개간돼 버렸다. 이제는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늪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얼핏 보기에 우포늪은 더럽다. 그러나 지렁이 한 마리 살기 힘든 오염된 강줄기와는 크게 다르다. 스스로 완벽한 자정 작용을 한다. 물가에 뿌리를 박고 있는 줄, 갈대, 버들이 인과 질산 등 오염 물질을 빨아들이고 산소를 뿜어낸다. 1헥타르에 들어가는 환경 정화 비용은 40만 달러. 따라서 150헥타르에 달하는 우포늪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자연 정화조인 셈이다.
한 전문가는 우포늪의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늪은 수중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의 고리입니다. 늪 주변에 수많은 곤충들이 있어야 새가 살 수 있고 사람도 살 수 있습니다. 생명의 발원지이죠. 우포는 사실상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자궁 같은 곳입니다.”
(다)
‘프랙털’이란 말의 기원은 이 기하학의 개념을 정립한 선구자인 미국의 수학자 만델브로트가 1975년 ‘수학 및 자연계의 비정규적 패턴에 대한 체계적 고찰’을 담은 자신의 에세이집 표제를 프랙털이라고 붙인 데서 출발한다. 기존의 유클리드 기하학은 0차원, 1차원, 2차원처럼 정수의 차원을 가진 형태만 기하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수학적으로 미분이 되지 않는 1.26 또는 1.48차원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는 흉측한 ‘괴물’로 여겨 왔다. 그러나 만델브로트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무질서한(비정규적인) 형태나 운동은 오히려 정수의 차원이 아닌 모양을 갖고, 또 이런 기하학적 형태를 따라 운동한다는 충격적 주장을 함으로써 전 세계 수학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즉, 삼라만상이 온통 불규칙하고 혼돈스럽게 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프랙털 기하학이란 새로운 수학적 언어로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규칙성을 가지고 자기 유사성을 반복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분의 무늬를 보고 전체를 안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형태라고 할까. 자연계에는 겨울에 내리는 눈의 결정이나 고사리 잎처럼 이런 프랙털의 구조를 가진 것이 많다.
(라)
사회가 비일상적이면서 개인적인 감정이나 자유로운 의지의 행동을 일탈이라고 지나치게 억압한다면, 사회는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생동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개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개개인의 욕구나 자유 의지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개성의 발달이 억압된다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호기심, 발명가들의 비현실적인 생각이나 실험들, 예술가들의 전위적인 작업들과 같이 일상적이지 않은 일탈적 사고나 행동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일탈은 때때로 어떤 사회 질서나 사회적 규범이 변화의 요구에 부딪힐 때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는 긍정적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
1644년 청나라가 명을 무너뜨린 그해, 베이징에서 소현 세자는 선교사 아담 샬을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서양과 직접 교류할 통로가 없던 조선 시대에 매우 특별한 사건이었다.
당시 소현 세자는 청의 인질이었다. 8년 전 병자호란에서 패한 조선은 소현 세자와 봉림 대군을 포함한 수많은 인질들을 청에 보내야 하였다. 조선의 왕자로서 처음으로 외국에서 생활하게 된 소현 세자는 자신의 상황을 매우 능동적으로 헤쳐 나갔다. 특히, 외국의 우수한 문화를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청의 문물뿐 아니라 아담 샬을 통해 서양 문물도 적극 수용하였다. 귀국할 때에는 아담 샬의 소개로 천주교 신자인 청의 환관과 궁녀를 데리고 들어왔으며, 망원경·자명종·천구의 등 서양물건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현 세자를 조선의 국왕과 신하들은 반기지 않았다. 자신이 청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인조에게 말하며 서양 책과 물건들을 보여주었으나, 분노한 인조는 벼루로 세자를 내려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상심한 소현 세자는 병이 들어 귀국한 지 두 달 만에 사망하였다.
[문제 1] : (가),(나),(다)의 논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나의 단락을 작성하시오.
<문제1>에서 출제자가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하기 위해서 수험생이 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가)(나)(다)의 논지를 파악할 것. ②세 제시문의 공통된 논지를 도출 할 것. ③공통 논지로부터 찾아낼 수 있는 주제를 제시할 것. ④이상의 내용을 하나의 완결된 단락으로 표현할 것. 우선 (가)(나)(다)의 논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표1
②공통논지 : 세계는 다양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내재적 질서에 의해 유지된다.
③공통주제 : 그러므로 섣부른 구분과 조작은 자연의 조화와 내재적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각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통 논지와 주제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글감으로 하나의 단락을 구성해야 한다. 한 단락 안에 공통 주장과 논지를 담기 위해서는 가급적 두괄식의 구성을 하는 것이 좋다. 즉 공통 주제를 단락의 앞부분에 배치하고 공통 논지를 제시한 다음 각 제시문의 논지를 근거로 제시하면 된다.
[문제 2] : (가)~(다)의 논지를 바탕으로, (라)의 입장에서 (마)의 역사적 사례가 갖는 의미를 서술하시오,
본 문항은 <문제1>의 주제를 사회적 역사적 영역으로 확장하여 적용하기를 요구한다. <문제1>은 자연의 내재적 질서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본 문항에서 다루고 있는 제시문 (라)와 (마)는 사회현상과 역사적 사례이다. 즉 자연을 대상으로 도출한 원리를 사회적 역사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사고의 확장을 요구하는 문항인 것이다.
<문제1>에서 주제와 논지를 파악했으므로 (라)의 입장과 (마)의 사례가 잦는 의미를 분석해보자
# 표2
(라)는 개인의 자유롭고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이라한 (라)의 입장은 <문제1>의 (가)~(다)의 논지와 일맥상통한다. 세계가 다양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내재적 질서에 의해 유지되므로 인위적인 조작과 분리는 자연의 질서를 해친다는 논리는 사회와 역사에도 같은 논리로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즉 사회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혼재해 있으며 겉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여도 이들의 개성을 최대한 보장할 때 발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논지를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논지에 의거할 때 (마)의 역사적 사례는 기존의 질서에 의해 새롭고 다양한 신물물의 유입이 억압당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결과로 귀결된다. 본 문항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문제1>에서 다룬 주제와 내용을 사회적 역사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능력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한다.
답안의 분량
국민대는 답안 분량을 지정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각 문항의 분량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도 답안의 분량을 학생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학생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답안의 분량을 얼마나 유지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많은 학생들이 계획 없이 답안을 길게 늘려 쓰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원고가 길다고 좋은 답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원고량 조절에 실패할 경우 마지막 문제에 대한 답안이 부실해 질 우려도 있다. 출제자가 원고 분량을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시험 시간은 정해져 있다. 국민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의 논술고사 시간이 2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분량을 정할 수 있다. 학생마다 다르지만 2시간을 기준으로 본다면 전체 분량이 약 1500자~1800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이를 각 문항별로 나누어 계산하면 문항별 적절한 원고 분량을 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문항별 배점에 따른 비율로 분량을 나누면 적절하다. 가령 <문제1>의 배점은 30%이므로 (1500~1800자) X 30%, 즉 450~540자 정도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은 단순 참고 사항이므로 문제의 특성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
사고확장 훈련
위에서 살펴본 국민대학교 기출문제는 <문제1>과 <문제2>가 점층적인 관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문제 사이에 사고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민대뿐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선호하는 문제유형이기도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소 사고를 확장하는 훈련이 요구된다. 다루고 있는 내용과 영역은 다르더라도 논리적 동일성을 다른 영역에 적용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연과학적인 원리를 사회에 적용한다거나 특정한 지역에 적용되는 원리를 국가 또는 세계적인 문제에 적용해보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또한 시간적 시대적 확장도 가능하다. 과거의 사례를 오늘날에 적용해보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가령 구한말 열강들의 각축 속에 결국 식민지의 치욕을 경험해야 했던 역사적 교훈을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사고 확장 훈련은 논술고사에서 창의성 점수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논술 문제나 제시문의 내용을 단지 문제를 푸는 데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 확장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 적용해보는 훈련을 꾸준히 해 나가기를 당부한다.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국내 최대 내륙 습지인 경남 창녕군 우포늪 전경. 경상남도 제공
‘프랙털’ 수학자 베누아 만델브로.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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