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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면권은 왜 법치 훼손 논란에 휩싸였을까요

등록 2014-01-27 21:17

2013년 1월3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특사로 풀려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출소 후 <한국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무죄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3년 1월3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특사로 풀려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출소 후 <한국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무죄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NIE 홈스쿨] 대통령의 사면권
박근혜 대통령이 설 명절을 맞아 취임 이후 첫번째 ‘특별사면’을 추진 중입니다. 청와대 쪽은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한 서민생계형 범죄가 그 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택시기사나 화물운전자 등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라는 것입니다. 평소 법치를 강조하며 대통령이 되더라도 특별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까지 내걸었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정입니다. 이에 대해 그동안 ‘불통’ 논란에 휩싸였던 박 대통령이 민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특별사면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헌법 제79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습니다. 1948년 제헌헌법 제63조에서 처음 규정한 대통령 사면권은 그동안 몇 차례의 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큰 변함 없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습니다. 1960년 정부 형태가 내각책임제로 변경되자 사면권의 요건이 ‘국무회의의 의결’로 잠시 바뀐 적이 있지만, 1962년 정부 형태가 다시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사면권은 제헌헌법과 마찬가지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사하는 것으로 되돌려졌습니다.

이처럼 사면권은 헌법 규정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유무죄를 따지는 데 오판의 가능성이 있고, 법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인 만큼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구제 수단을 부여하자는 것이 사면권의 주요 근거입니다. 사회의 법적·도덕적 가치가 과거와 달리 변화했는데도 법 규정이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이라거나,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내렸다면 훗날 이를 바로잡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형사정책적 고려’도 사면권의 필요성을 뒷받침합니다. 죄를 지어 수감되었지만 자신의 죄를 충분히 반성하고 교화되었다면 계속해서 형을 집행하기보다는 사면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입니다.

사면은 크게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뉩니다. 범죄의 종류를 정해 그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을 ‘면죄’하면 일반사면, 특정인을 지목해 형벌을 면해주면 특별사면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 시행된 일반사면은 1948년 9월27일에 이뤄졌습니다. 36년간의 일제 강점을 끝내고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의미였습니다. 일제 시기의 법은 악법이었던 만큼, 그 시기에 받은 유죄 판결은 부당하다는 인식도 사면의 이유였습니다. 살인과 방화, 강간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범죄자가 사면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이후 일반사면은 지금까지 총 7차례 실시되었습니다. 집중적으로 실시된 시기는 5·16 군사 쿠데타 직후입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1961년부터 3년간 총 4차례의 일반사면을 시행했습니다. 전두환의 신군부 역시 1981년 1월31일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일반사면을 단행합니다. 공무원들의 마음을 얻어 행정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후 1995년 12월2일 문민정부가 실시한 일반사면을 마지막으로, 일반사면은 아직까지 시행된 적이 없습니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
법·판결에 오류 있을 수 있으니
최종 구제수단 필요하다는 취지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 필요없어
역대 대통령들 자의적 행사 눈총
사면권이 되레 법치 뿌리 흔들어

이에 비해 특별사면은 훨씬 자주 행해졌습니다. 일반사면이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비해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사면 대상자를 일일이 거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야 모두의 동의를 끌어내야 하는 일반사면보다 손쉬운 까닭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를 이용해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된 측근 인사를 풀어주거나, 정략적 판단에 따라 특별사면권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직전인 2013년 1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을 특별사면했습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청탁을 대가로 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사건에 연루되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6인회’의 멤버였던 두 사람을 포함해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셀프사면’이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대통령의 사면권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정치적 비리 사범과 대통령의 측근, 대기업 회장과 같은 경제계 인사에게 대통령이 자의적 판단으로 선별적인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면 대상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권력에 가까운 이들은 죄를 면하고, 힘없는 사람들만 죗값을 다 치러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법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지는 셈입니다.

사면이 잦으면 잦을수록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력을 과도하게 평가하게 됩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마치 군주가 베푸는 은혜처럼 받아들이면서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법원의 판결을 뒤엎을 수도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대통령이 사법부 위에 군림한다는 인상마저 주게 됩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의 사면이 잦았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로 이해하기 | 사면제도의 기원

사면권은 영국에서 유래한 제도입니다. 영국의 헨리 7세 때부터 의회가 관여할 수 없는 군주의 특권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의회의 힘이 세지면서 상대적으로 군주의 권력이 줄어들자 국왕과 의회 상호 간의 견제를 위해 사면권을 제도화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이 미합중국 헌법에 사면권을 처음으로 명시하면서 세계 각국 또한 사면권을 헌법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사면제도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문무왕은 669년 2월21일 교서를 내려 사면을 단행합니다. 교서를 내린 날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저지른 범죄자의 죄를 사하여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마침내 삼국통일을 이룬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고려시대에도 왕의 즉위나 태자 책봉과 같은 경사가 있거나 반대로 왕이 질병에 걸리거나 홍수가 나는 등 흉사가 있을 때 사면이 이뤄졌습니다. 고려 말에 이르러 사면권 행사가 빈번해지자 정도전은 ‘상을 주고 벌을 내리는 것은 하늘의 권한을 임금이 대신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임금이 사사로이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상소를 공양왕에게 올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왕조 역시 고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흉사가 있을 때 사면을 시행했습니다. 다만 연산군 이후에는 천재지변 등을 이유로 사면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습니다. 나라에 궂은일이 생겼다면 사면을 통해 민심을 달랠 것이 아니라 국왕이 스스로 덕을 닦아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한 통제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강력한 권한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탄핵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 수단이 없고, 다만 대통령의 권한 행사 방식에 대한 간접적인 통제 수단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첫째, 헌법 제89조에 따라 대통령은 정책을 결정할 때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둘째, 대통령의 국가 행위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 위원이 부서(함께 서명하는 것)하여야 한다. 셋째, 각종 자문 기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넷째, 예산안의 확정, 계속비 및 예비비의 설치, 추가 경정 예산안의 확정, 조약 체결 및 비준, 주요 헌법 기관 조직 등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 승인 및 의결을 받아야 한다. 그 밖의 대통령에 대한 통제 수단은 선거에 의한 통제, 여론에 의한 통제가 있다. 하지만,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단임제로 선출되므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통제는 힘들며,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 대한 간접적 통제만이 가능할 것이다.(<고등학교 법과 정치> 천재교육, 113쪽)

논제로 정리하기 | 포퓰리즘의 극복 방안

2012학년도 국민대학교 수시논술에서는 ‘포퓰리즘의 극복’을 중심 주제로 논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선심성 공약과 복지 논쟁,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등 인기 영합주의를 살펴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인문학적인 가치 판단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역시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걸면서 사실은 민심을 얻기 위한 편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포퓰리즘 극복의 관점에서 대통령 사면권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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