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교사의 대입 나침반
최근 진학계에서는 대입 전형 간소화 첫해인 2015학년도 전형이 “오히려 복잡해졌다”, “그렇지 않다”는 둥 논란이 분분하다. 어떤 사설 입시기관에서는 “2015학년도 전국 215개 4년제 대학(본/분교 포함)의 전형 명칭에 기준을 둔 전형방법 수가 수시/정시 모두 2988개”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는 “전형 명칭과 관계없이 전형 요소 및 반영비율이 동일하면 하나의 전형방법으로, 모두 892개다. 작년보다 38.6% 감소했다”고 반박한다.
“전형의 총합 수가 2988개다, 892개다”라는 논쟁은 개별 수험생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개별 수험생이 전국 215개 대학을 모두 염두에 두고 대입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 자격이 이미 정해진 수험생은 목표 대학이 어떤 전형 방법으로 어떻게 선발하느냐를 쉽게, 그리고 선명하게 알고 싶을 뿐이다.
교육부도 이를 인식하고 수험생이 준비해야 하는 핵심 전형요소 중심으로 표준화한 전형 유형을 ‘수시 4개, 정시 2개’로 발표(2013년 9월23일)했다. 문제는 대학이 교육부의 의도대로 전형을 하느냐다. 겉으로는 교육부의 ‘4+2 전형유형 간소화’ 방안에 호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컨대, ‘학생부(교과)위주 전형’은 과연 학생부가 좋으면 대학에 합격하는 전형 유형일까. 어떤 대학의 수시 전형 방법을 보면 ‘학생부 55%+논술 45%’이다. 학생부 반영 비율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학생부(교과)위주 전형’ 유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대학의 전년도 학생부 교과 실질 반영비율이 미미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논술 성적이 오히려 중요하다. 여기에 수능 최저 조건이 있으므로 수능성적도 중요하다. 결국 이 대학의 ‘학생부(교과)위주 전형’ 유형은 학생부보다는 수능과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논술위주 전형’ 유형은 어떤가. 어떤 대학의 ‘논술위주 전형’ 유형은 수능 최저 조건도 없이 ‘논술 60%+서류 40%’를 반영한다. 서류는 학생부+자기소개서다. 서류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비교과 활동은 물론 자기소개서에 쓸 거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논술뿐만 아니라, 학생부(교과+비교과)와 수학·과학 등의 특기 실력이 복합된 전형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실기위주 전형’ 유형도 실기로만 선발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전형 유형은 어학· 문학·수학·과학·정보 등의 특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대학은 ‘실기(특기자)위주 전형’ 유형에서 1단계는 학생부·자소서·추천서로 종합평가(3배수)하고 2단계는 1단계 ‘성적 70%+면접 30%’로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위주 전형’과 혼동되는 전형 방법이다.
수험생을 애먹이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이 전형 명칭을 고유명사나 외국어로 제시하여 그 명칭만으로는 어떻게 선발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논술전형’ 하면 될 것을 ‘○○일반전형’, ‘입학사정관전형’ 하면 될 것을 ‘(외국어명)전형’, ‘수학특기자전형’ 하면 될 것을 ‘○○인재전형’ 하는 식이다. 대학은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을 투영하고 수년간 사용된 전형 명칭이므로 전국의 수험생이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대입을 처음 치르는 재학생의 입장에서는 대학의 고유한 전형 명이 항상 낯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왜 수험생이 전형 명칭만 보고도 고민 없이 대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이름을 통일(표준화)하지 못할까? 왜 대학은 학생부(교과+비교과)/논술/적성/특기(어학·수학·과학·정보 등)/실기(예체능)/수능시험 중에서 어느 하나만 잘하면 진학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한 전형을 하지 못할까? 대학은 왜 모호한 전형 명칭과 전형 방법으로 수험생을 애를 먹일까? 진학지도 교사로서 항상 품는 의문이다.
안연근 교육방송(EBS) 전속교사, 잠실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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