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일이관지(一以貫之)란 말이 있다.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말이다. 지혜가 높으면 다양한 모든 것들을 하나로써 꿰뚫어 볼 수 있다. 지식과 학문이 그렇다. 공부를 많이 하여 모든 것을 알게 되는 방법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전혀 다른 학문도 깊게 들어가면 단 하나의 이치로 꿸 수 있다.
사실 모든 학문은 철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경제학은 사회철학과 관련한 학문이고, 물리학 및 화학 등은 자연철학에서 다루는 분야이며, 음악·공연예술 등은 예술철학에서 발전한 것들이다. 모든 학문을 더욱 깊게 파고들면 철학이란 문제로 귀결된다.
좀더 쉬운 예로서 로봇공학을 들어보자. 사실 로봇공학은 최첨단·신기술의 융합학문으로 생각될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로봇공학 기저로 깊게 파고들어가 보면 어떻게 될까? 먼저 로봇기술은 수많은 모터 등 전자부품이라는 기계가 결합한 것이다. 이 기계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며, 기계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어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기계가 사람의 몸이라면 제어프로그램은 두뇌에 비유할 수 있다. 전기는 음식과 같은 에너지원이다. 물론 에디슨 이전 시대의 기계는 사람의 노동력이나 물의 증기가 에너지원이었다. 증기기관차가 그 예다. 전기가 발명되고 상용화되면서 기계들은 전기를 사용했다. 이에 따라 정밀모터나 초정밀 부품처럼 더 복잡하고 작은 기계부품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런 초정밀 기계는 전자공학의 발전을 수반하는데 즉, 과거 외선 중심의 큼직한 장치 등이 점점 작아지는 기계장치와 결합하면서 내선장치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바로 전자부품 및 전자계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트랜지스터나 반도체 등이다. 요즘 컴퓨터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게임·음악에서부터 실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된다.
결국 단순한 기계에서 발전한 것이 컴퓨터다. 최근엔 인공지능이 발전할 경우 인간과 같은 자유의지 및 의식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과학자간 논의가 뜨겁다. 과거 철학자들의 자유의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논의와 비슷하게, 오늘날 과학자들도 똑같이 고민한다. 예컨대 스티븐 호킹과 같은 우주물리학자는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가끔은 고루하게도 느껴질 과거 형이상학의 중요한 존재론·실체론·우주론과 관련한 철학적 고민이 현대 물리학자들에 의해 똑같이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과거 형이상학에서 천문학이 발달하고 이는 물리학의 발달로 이어지고, 물리학에서 기계공학이 나오며 전기가 발견되면서 전기공학이 출현한다. 전기공학이 전자계산기를 만들면서 컴퓨터가 발달하고 오늘날 컴퓨터공학·제어계측공학·로봇공학이 가능해진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꼭 로봇공학만을 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전기공학·기계공학·제어계측공학·컴퓨터공학 등에서 로봇에 필요한 것들만 따로 모아 배우기 때문에 실제 기술적인 측면의 활용도는 높다. 하지만 최첨단 로봇을 만들고, 연구하기 위한 깊은 지식은 오히려 시간의 추를 거꾸로 돌려야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이치가 하나로 통합됨을 밝히려고 이른바 ‘대통합이론’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우리가 완전히 다른 힘이라고 생각하는 중력·전자기력·강력·약력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더 크게 보고, 더 깊게 보면 하나로 연결된다. 모든 학문도 깊게 파고들어가면 철학으로 연결된다. 이런 의미에서 박사학위에는 Ph. D란 말을 많이 쓴다. 바로 필러소피 닥터(Philosophy Doctor)의 약자이다. 모든 학문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철학이란 학문으로 통합된다.
결국 진로 문제를 위해 학과 선택을 함에 있어 우리는 더 크고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학과 정보만으로 이를 선택한다면 해당 진로의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답을 할 수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나 학문의 계통을 분석해보면, 진로 탐색에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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