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특권방지법’(가칭 의원특권 내려놓기법) 제정과 ‘국회 윤리감독위원회’ 설치를 공식 제안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NIE 홈스쿨] 국회의원 면책·불체포특권
지난 3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정치 혁신을 위해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 윤리감독위원회를 신설해 독립적인 조사권을 주고, 축·부의금 등 경조금품 규제를 강화하며, 국회의원 세비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치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반면 혁신안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번 혁신안에서 제외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최대의 ‘특권’이라 일컬어지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논란에 대해 살펴봅시다.
우리나라 헌법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2가지를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45조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헌법 제44조에서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원 특권의 역사는 14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397년 당시 영국의 하원의원이던 토머스 핵시는 국왕이었던 리처드 2세의 방탕한 생활을 비난하며 왕실의 예산을 줄일 것을 주장했습니다. 격분한 국왕은 그를 반역죄로 몰아 사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하원의원들의 탄원으로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고, 이후 왕위에 오른 헨리 4세가 1399년 그를 사면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 의회는 국왕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1689년 의회가 제정한 권리장전에서는 “의회에서의 발언과 토론의 자유, 의사의 진행은 어떠한 법원이나 의회 밖의 장소에서도 소추되거나 조사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처럼 의회의 특권은 절대군주나 외부세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의원들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출발했습니다. 의회의 주권 확립뿐 아니라 대표성 강화 측면에서도 의회는 특권을 부여받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아래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자신의 양심에 따라 활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원들에게 특권 주는 것은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소신있게 의정활동하라는 것 하지만 폭로·비방전 부작용에
특권 제한 여론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권 없애버리면
국회 기능이 크게 위축됩니다
제도 자체보다 운영이 중요
특권의식부터 벗어버려야죠 삼권분립과 권력균형의 측면에서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중요합니다. 의회가 사법부나 행정부의 부당한 법 집행이나 탄압을 받은 사례는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12대 국회 때인 1986년 10월14일 정기국회에서 당시 신민당 유성환 의원은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한 발언인 만큼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당시 전두환 정권은 유성환 의원이 기자들에게 사전에 나누어 준 대정부 질문 원고를 문제 삼으며 사법처리를 강행합니다. 결국 유성환 의원은 1심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게 됩니다. 이후 1992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되지만, 유성환 의원의 이른바 ‘통일국시발언’ 사건은 행정부나 사법부가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국회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의회 기능까지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정치 개혁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보인 부적절한 행태 때문입니다.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국회의원들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동료’ 의원을 구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거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고, 면책특권에 기대어 ‘묻지마’식 폭로와 비방을 일삼았습니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일반국민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특권을 국회의원만이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총리, 국무위원, 증인 등은 비록 원내에서 행한 발언이라도 그에 관하여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은 선거철이 되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공약을 내놓곤 합니다. 2012년 총선에서도 면책특권 제한과 불체포특권 폐지가 선거 공약으로 내걸렸습니다. 그러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정치권이 주관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마치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는 권한처럼 이야기하지만 면책·불체포특권은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규정한 권리입니다.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회의원의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그 손익 또한 분명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원내 발언과 의정활동 등에 대해 일일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 국회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잃게 되고, 의정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시민의 기본권 또한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논란의 근본 원인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제도 운영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치권은 국회의원의 특권 오·남용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뒤로 미룬 채, 마치 특권을 내려놓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합니다. 특권 제도 혁신보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정치권의 변화가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선결과제인 셈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정치발전의 조건과 방안 정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 제도의 민주화와 정치의식의 발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정치 체제의 안정, 권력의 정당성 및 정치적 투명성의 확보, 통치 기구 간 상호 견제와 균형, 정부 조직의 기능 분화와 전문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분권화 등이 필요하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정치 문화의 발달이 필요하다. 정치 문화란 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정치에 대한 태도, 지식, 가치관, 감정 등을 의미한다. 한 사회의 정치 문화가 정치 제도와 조화를 이룰 경우 정치는 안정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심화한다. (<고등학교 사회>, 교학사, 240~242쪽 가운데)
책으로 확장하기 | 입법과 국정감시기관으로서의 국회
“국회는 언론에 의해 국정을 처리하는 공론의 장이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가 가장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공개된 무대이다. 이 무대가 비공개의 밀실이 되어서도 안 되거니와 무대의 주역이 벙어리가 되거나 겁에 질려 할 말을 제대로 못해서도 안 된다.”
<살아있는 우리 헌법 이야기>(삼인)는 우리나라는 물론 각 나라 헌법의 역사를 소개하며, 표현의 자유와 인권 보장 등 헌법에 담긴 사회적 가치를 다양한 역사적 사례로 풀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헌법의 삼권분립주의 체제 아래에서 입법기관의 지위를 누리는 국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와 관련된 헌법 조항들을 역사적 사건과 엮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특권 조항에서는 1952년 이승만 정권이 개헌 강행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체포·구금했던 사례 등을 들어가며 국회의 특권이 외부세력에 의해 무시되고 탄압받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이성적 윤리를 통한 제도 확립
2000년 한양대 모의논술에서는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와 이성적 윤리’를 주제로 학연과 혈연, 지연 등 연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개인적 친분을 앞세우며 ‘동료애’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동양식은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린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동료애’를 발휘해 부결시키는 국회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에서 발췌한 제시문 <나>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는 개개인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보편적 원리에 따른 행동이 관습화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삼권분립과 권력균형을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남용을 막을 목적으로 섣불리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윤리와 도덕의 실천을 통한 특권제도 확립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소신있게 의정활동하라는 것 하지만 폭로·비방전 부작용에
특권 제한 여론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권 없애버리면
국회 기능이 크게 위축됩니다
제도 자체보다 운영이 중요
특권의식부터 벗어버려야죠 삼권분립과 권력균형의 측면에서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중요합니다. 의회가 사법부나 행정부의 부당한 법 집행이나 탄압을 받은 사례는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12대 국회 때인 1986년 10월14일 정기국회에서 당시 신민당 유성환 의원은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한 발언인 만큼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당시 전두환 정권은 유성환 의원이 기자들에게 사전에 나누어 준 대정부 질문 원고를 문제 삼으며 사법처리를 강행합니다. 결국 유성환 의원은 1심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게 됩니다. 이후 1992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되지만, 유성환 의원의 이른바 ‘통일국시발언’ 사건은 행정부나 사법부가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국회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의회 기능까지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정치 개혁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보인 부적절한 행태 때문입니다.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국회의원들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동료’ 의원을 구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거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고, 면책특권에 기대어 ‘묻지마’식 폭로와 비방을 일삼았습니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일반국민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특권을 국회의원만이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총리, 국무위원, 증인 등은 비록 원내에서 행한 발언이라도 그에 관하여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은 선거철이 되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공약을 내놓곤 합니다. 2012년 총선에서도 면책특권 제한과 불체포특권 폐지가 선거 공약으로 내걸렸습니다. 그러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정치권이 주관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마치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는 권한처럼 이야기하지만 면책·불체포특권은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규정한 권리입니다.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회의원의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그 손익 또한 분명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원내 발언과 의정활동 등에 대해 일일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 국회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잃게 되고, 의정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시민의 기본권 또한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논란의 근본 원인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제도 운영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정치권은 국회의원의 특권 오·남용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뒤로 미룬 채, 마치 특권을 내려놓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합니다. 특권 제도 혁신보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정치권의 변화가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선결과제인 셈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정치발전의 조건과 방안 정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 제도의 민주화와 정치의식의 발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정치 체제의 안정, 권력의 정당성 및 정치적 투명성의 확보, 통치 기구 간 상호 견제와 균형, 정부 조직의 기능 분화와 전문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분권화 등이 필요하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정치 문화의 발달이 필요하다. 정치 문화란 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정치에 대한 태도, 지식, 가치관, 감정 등을 의미한다. 한 사회의 정치 문화가 정치 제도와 조화를 이룰 경우 정치는 안정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심화한다. (<고등학교 사회>, 교학사, 240~242쪽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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