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법 국회상임위 통과
내신시험·대입 출제도 막아
외고 ‘이과반’ 등 제재 가능
사교육업체 규제 빠져 ‘반쪽’
내신시험·대입 출제도 막아
외고 ‘이과반’ 등 제재 가능
사교육업체 규제 빠져 ‘반쪽’
앞으로 초·중·고교에서 교육과정에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문제로 내는 게 전면 금지된다. 대학들도 신입생을 뽑는 입학시험에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을 시험문제로 출제할 수 없게 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2월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오는 2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 법은 공교육 현장의 선행학습은 강하게 규제하는 반면, 학원 등 사교육에 대한 규제는 미약해 사교육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선행학습 전면 금지 선행학습 금지법은 학교가 교육과정에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평가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초·중·고교의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수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가 이른바 ‘이과반’, ‘의대준비반’ 등을 운영하면서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규제할 수 있게 됐다. 또 사립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서도 행정제재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는 학교에 시정이나 변경을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련 교원을 징계하거나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삭감할 수도 있고 학생 정원을 줄일 수도 있다.
대학 등의 입시도 규제 대상이 된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중·고교와 대학이 입학전형을 할 때 입학 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위해 입학 전형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도입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감 산하에 ‘교육과정 정상화 심의위원회’가 신설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5월 공개한 이 법의 시행령안을 보면, 법에서 규제한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 외에 학교 입학전형으로 치러지는 선발고사, 반 배치 등을 위한 배치고사, 시·도 또는 전국 단위의 모의고사 등에서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 출제가 금지된다. 류정섭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당시 안을 바탕으로 최종 시행령의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사교육 감소 효과는 “글쎄” 이번 법안은 공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을 규제함으로써 학생들이 선행학습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이 꼽혀왔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이날 성명을 내어 “학교 교육과정과 시험 및 상급학교 입시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사교육 기관이 학교 시험 및 진도의 선행적 요소를 핑계로 선행교육 상품을 판매하려는 흐름이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사교육 자체가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사교육을 받는 주된 목적은 선행학습을 떠나 다른 학생보다 좀 더 우수한 성적을 받으려는 것이다. 단순히 선행교육을 금지한다고 학원에 학생이 적게 오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원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특목고·대학 진학 문제도 굉장히 비중이 큰데, 이런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입시 체제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선행교육을 금지하더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으로 가는 수요는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등 사교육업체가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에는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만 금지한 상태다. 게다가 이 조항조차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 등 새로 준비중인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고교 3학년의 경우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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