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가운데 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방문한 학생들이 임진각 통일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함께하는 교육] 학교 통일교육 현주소
새해 들어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들고나왔다. 청소년 대상의 통일교육도 강화해 간다는 방침이다. 통일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인 청소년들과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본다.
새해 들어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들고나왔다. 청소년 대상의 통일교육도 강화해 간다는 방침이다. 통일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인 청소년들과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본다.
2012년 통일교육협의회가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2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통일 및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묻는 질문에 35.3%의 청소년이 ‘관심 없다’고 답했다. 학교현장의 교사들이 느끼는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이보다 더 낮다. 전남 순천전자고 정경호 역사교사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통일이 될 경우 남한의 물질적 풍요를 양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북한의 이질적인 사회 체제에 대한 반감이 심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한다. 서울 동명여고 2학년 장윤진양은 “남북이 서로 떨어져 산 지도 오래되었고 언어나 문화, 사고방식 등도 점점 달라지니 ‘한민족’이라 여겨지지 않는다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한다.
통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청소년의 경우에도 민족공동체 회복이나 한반도 평화, 역사적 과업과 같은 이유보다는 남한이 누릴 경제적 이익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대구 와룡중의 이준혁 도덕교사는 “설령 통일이 우리의 현실을 힘들게 한다 해도 ‘도덕적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면 기꺼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통일을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고 여기는 인식도 낮다. 경기도 시흥의 진말초 간우연 교사는 “통일의 적절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10년 뒤’를 꼽는 아이들이 가장 많다. 아이들에게 ‘10년 뒤’라는 시간은 한참 후의 먼 미래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통일에 대한 아이들의 낮은 관심 못지않게 학교현장의 교사들도 통일교육에 소극적이다. 타 교과와 달리 통일과 북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자칫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사안도 너무 많아 통일을 다루는 수업시간에는 통일의 당위성을 간단히 설명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경기 의정부여중 김형배 도덕교사는 “남북한 간에 중요한 이슈가 생겨도 굳이 부담을 떠안으며 수업에서 직접 다루려 하지 않는다. 통일교육시범학교(2012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통일·안보교육을 집중 실시하는 전국 초·중·고 60여개 학교)가 운영되기도 하지만 학교나 교사 자체적으로 통일교육을 활발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통일과 북한 문제를 다룬 단원은 ‘절묘하게도’ 1년간 배우는 교과서의 중간 혹은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 1학기가 끝날 즈음이나 학년 말에 다루게 되는 것이다. 방학을 앞둔 시기인 만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지나가게 된다.” 간우연 교사의 설명이다.
중고생 35%가 “통일 관심 없다”
불안감과 이질적 체제 반감 탓 “정치적 민감 사안” 이유 들어
교사들도 통일교육에 소극적
교과서 비중도 적고 내용 빈약
안보 시각서 부정적 측면 강조 정권 따라 오락가락 않도록
독립적 교육전담기구 필요 북한 이해에는 부족한 서술 통일 문제는 도덕과 윤리, 사회와 역사 교과 등에서 다루고 있다. 초·중·고 교과별로 통일 문제를 다루는 범위와 분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통일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교과서 비중이 작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정경호 교사는 “고등학교 ‘생활과윤리’ 교과서의 경우 전체 쪽수는 250~300쪽으로 출판사별로 다른데 통일과 관련된 서술 부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10쪽 정도에 그친다”며 “적어도 대단원 하나 정도의 분량이 필요하지만 ‘평화와 윤리’라는 대단원 아래 ‘민족통합의 윤리적 과제’와 같은 중단원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술 방식도 ‘통일은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게 한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룸으로써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와 같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 교사는 “통일교육은 아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빈약한 탓에 아이들이 통일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 깊이 있게 고민해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도 좁다. 중학교 도덕교과서의 경우 북한 주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부분이 과거 소단원 3~4개를 묶어 중단원으로 다뤘던 데 비해 2009년 개정 이후 소단원 1개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 내용도 주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나 전체주의국가, 통제사회와 같은 부정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 동천고 3학년 최경환군은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독재·기근·핵·이산가족 정도다. 한국사나 생활과윤리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 고교에 올라와서는 통일이나 북한 관련해 배울 기회도 없었다”고 말한다. 경북 구미의 상모중 심근석 도덕교사는 “학생들이 북한의 특수성을 정확히 알면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북한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보에 치우친 통일교육 북한이 통일을 함께 논의할 상대이면서도 정전협정의 상대라는 현실정치의 딜레마는 학교현장에도 이어진다. 교과서 내에서도 통일과 안보는 한 묶음으로 편성되어 있다. 간우연 교사는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라, 하지만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니 조심해라’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도 설명하기 까다롭다”고 말한다. 김형배 교사는 “안보에는 식량안보와 경제안보 등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한데, 교과서에서는 유독 안보라는 개념어가 북한을 떠올리게 기술되어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안보의 중요성이 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이해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통일교육원의 안보교육 강사로 학교현장에 가보면 학생들과 교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굶어 죽었다는 말이 과연 사실인가’, ‘그런데 왜 들고일어나지 못하는가’ 등이다. ‘그러니까 북한은 나쁘다’는 식의 이해가 주를 이룬다. 같은 세상을 살아갈 통일 상대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쉽다.” 북한 교원대학 교원을 지낸 새터민 김아무개씨의 설명이다. 심근석 교사는 ‘군사적 대결 해소를 통한 평화지향적 안보교육’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안보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고, 가장 탄탄한 안전은 평화로운 관계 유지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만큼 통일교육에도 그러한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간우연 교사 역시 “안보가 불안한 것은 우리의 국방 체계가 허약해서라기보다는 남북한 긴장완화가 미흡한 때문이라는 관점에서 남북한 평화교류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편향된 이념교육이라는 색안경 통일교육은 정권의 기조에 따라 부침이 심하고 가변적이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의 전개 양상,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는 탓이다. 타 교과처럼 교사들이 자유롭게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경우도 없다.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자료’도 많지 않다. 간우연 교사는 “학교의 통일교육을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립성을 확보한 기관이 북한·통일 관련한 최신자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심근석 교사는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된 국가기관이나 통일교육가와 학자들이 중심이 된 통일교육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통일교육을 이끌어나갈 기구 설치가 절실한 셈이다. 교사들은 학교현장에서 통일교육이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통일교육을 편향된 이념교육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경호 교사는 독일의 통일교육담당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을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통일과 북한 문제를 더 많이 ‘드러내놓고’ 자유롭게 얘기해야 하지 않겠느냐, 남한은 그럴 만한 역량이 충분하지 않으냐는 게 독일 현지 관계자의 조언이었다.” 통일교육은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풀릴 문제도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통일과 북한에 대한 생각과 관점들이 워낙 다양하고 그 차이 또한 크다. 어느 한쪽의 편향된 주장만으로 통일 논의를 이끌어갈 수도 없다면, 가장 바람직한 통일교육의 방식은 다양한 관점을 두루 살피며 고민해볼 수 있는 토론수업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과 통일 이후의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필요한 논리와 주장, 대응책 등을 익히는 것 역시 풍부한 자료와 사례 연구를 통한 자유로운 토론 수업에서 나온다. 정경호 교사는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해 양극단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들이 마치 지배적 여론처럼 보이고, 오히려 힘을 얻는 것도 합리적인 사고와 상호 공감 안에서의 토론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 교사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예로 들며 적어도 학교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통일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통일교육협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이 극심했던 독일이 1976년 이끌어 낸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서로 다른 이념이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주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둘째 논쟁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셋째, 이러한 논쟁과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과 사상을 갖게 한다는 원칙이다. 통일교육을 편향된 이념교육으로 내몰거나 안보의 중요성만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지금의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진지하고 자유롭게 통일 문제를 고민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불안감과 이질적 체제 반감 탓 “정치적 민감 사안” 이유 들어
교사들도 통일교육에 소극적
교과서 비중도 적고 내용 빈약
안보 시각서 부정적 측면 강조 정권 따라 오락가락 않도록
독립적 교육전담기구 필요 북한 이해에는 부족한 서술 통일 문제는 도덕과 윤리, 사회와 역사 교과 등에서 다루고 있다. 초·중·고 교과별로 통일 문제를 다루는 범위와 분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통일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교과서 비중이 작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정경호 교사는 “고등학교 ‘생활과윤리’ 교과서의 경우 전체 쪽수는 250~300쪽으로 출판사별로 다른데 통일과 관련된 서술 부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10쪽 정도에 그친다”며 “적어도 대단원 하나 정도의 분량이 필요하지만 ‘평화와 윤리’라는 대단원 아래 ‘민족통합의 윤리적 과제’와 같은 중단원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술 방식도 ‘통일은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게 한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룸으로써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와 같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 교사는 “통일교육은 아이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빈약한 탓에 아이들이 통일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 깊이 있게 고민해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도 좁다. 중학교 도덕교과서의 경우 북한 주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부분이 과거 소단원 3~4개를 묶어 중단원으로 다뤘던 데 비해 2009년 개정 이후 소단원 1개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 내용도 주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나 전체주의국가, 통제사회와 같은 부정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 동천고 3학년 최경환군은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독재·기근·핵·이산가족 정도다. 한국사나 생활과윤리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 고교에 올라와서는 통일이나 북한 관련해 배울 기회도 없었다”고 말한다. 경북 구미의 상모중 심근석 도덕교사는 “학생들이 북한의 특수성을 정확히 알면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북한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보에 치우친 통일교육 북한이 통일을 함께 논의할 상대이면서도 정전협정의 상대라는 현실정치의 딜레마는 학교현장에도 이어진다. 교과서 내에서도 통일과 안보는 한 묶음으로 편성되어 있다. 간우연 교사는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라, 하지만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니 조심해라’라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도 설명하기 까다롭다”고 말한다. 김형배 교사는 “안보에는 식량안보와 경제안보 등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한데, 교과서에서는 유독 안보라는 개념어가 북한을 떠올리게 기술되어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안보의 중요성이 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이해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통일교육원의 안보교육 강사로 학교현장에 가보면 학생들과 교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굶어 죽었다는 말이 과연 사실인가’, ‘그런데 왜 들고일어나지 못하는가’ 등이다. ‘그러니까 북한은 나쁘다’는 식의 이해가 주를 이룬다. 같은 세상을 살아갈 통일 상대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쉽다.” 북한 교원대학 교원을 지낸 새터민 김아무개씨의 설명이다. 심근석 교사는 ‘군사적 대결 해소를 통한 평화지향적 안보교육’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안보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고, 가장 탄탄한 안전은 평화로운 관계 유지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만큼 통일교육에도 그러한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간우연 교사 역시 “안보가 불안한 것은 우리의 국방 체계가 허약해서라기보다는 남북한 긴장완화가 미흡한 때문이라는 관점에서 남북한 평화교류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편향된 이념교육이라는 색안경 통일교육은 정권의 기조에 따라 부침이 심하고 가변적이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의 전개 양상,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는 탓이다. 타 교과처럼 교사들이 자유롭게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경우도 없다.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자료’도 많지 않다. 간우연 교사는 “학교의 통일교육을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립성을 확보한 기관이 북한·통일 관련한 최신자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심근석 교사는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된 국가기관이나 통일교육가와 학자들이 중심이 된 통일교육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통일교육을 이끌어나갈 기구 설치가 절실한 셈이다. 교사들은 학교현장에서 통일교육이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통일교육을 편향된 이념교육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경호 교사는 독일의 통일교육담당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을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통일과 북한 문제를 더 많이 ‘드러내놓고’ 자유롭게 얘기해야 하지 않겠느냐, 남한은 그럴 만한 역량이 충분하지 않으냐는 게 독일 현지 관계자의 조언이었다.” 통일교육은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풀릴 문제도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통일과 북한에 대한 생각과 관점들이 워낙 다양하고 그 차이 또한 크다. 어느 한쪽의 편향된 주장만으로 통일 논의를 이끌어갈 수도 없다면, 가장 바람직한 통일교육의 방식은 다양한 관점을 두루 살피며 고민해볼 수 있는 토론수업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과 통일 이후의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필요한 논리와 주장, 대응책 등을 익히는 것 역시 풍부한 자료와 사례 연구를 통한 자유로운 토론 수업에서 나온다. 정경호 교사는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해 양극단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들이 마치 지배적 여론처럼 보이고, 오히려 힘을 얻는 것도 합리적인 사고와 상호 공감 안에서의 토론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 교사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예로 들며 적어도 학교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통일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통일교육협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이 극심했던 독일이 1976년 이끌어 낸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서로 다른 이념이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주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둘째 논쟁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셋째, 이러한 논쟁과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과 사상을 갖게 한다는 원칙이다. 통일교육을 편향된 이념교육으로 내몰거나 안보의 중요성만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지금의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진지하고 자유롭게 통일 문제를 고민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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