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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전 사냥꾼은 ‘멜팅 포인트’를 노리지요

등록 2014-03-10 19:45수정 2014-03-10 21:15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화폐는 정부에 대한 신용을 근거로 그 가치가 발생하는 ‘신용화폐’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화폐는 정부에 대한 신용을 근거로 그 가치가 발생하는 ‘신용화폐’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NIE 홈스쿨] 동전의 역사
지난 2월21일 10원짜리 구형 동전을 용광로에 넣어 녹인 뒤 구리파이프를 만들어 판 이른바 ‘동전 사냥꾼’이 한국은행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습니다. 10원짜리 구형 동전 1개를 녹여 얻게 되는 구리의 시세가 34원에 이르다 보니, 돈으로 쓰기보다는 ‘금속’으로 팔아 그 시세차익을 얻으려 한 범죄행위입니다.

동전의 소재로 쓰이는 금속의 시세가 동전의 액면금액과 똑같아지는 시점을 경제학에서는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라고 합니다. 멜팅 포인트를 넘어서면 동전을 녹여 액면가 이상의 금속을 뽑아낼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은행은 2006년 12월18일부터 10원짜리 동전의 재료를 구리(48%)와 알루미늄(52%)으로 바꾸고, 무게(1.22g)와 지름(18.00㎜)도 줄인 신형 동전을 발행했습니다. 1983년부터 발행한 10원짜리 구형 동전이 멜팅 포인트를 넘어선 탓에 동전의 크기를 줄이고, 금속 함량도 조절한 것입니다. 이번에 동전 사냥꾼이 노린 동전은 2006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로, 소재는 구리 65%와 아연 35%였고 무게는 4.06g, 지름은 22.86㎜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주화는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전까지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서로 맞바꾸는 물물교환을 하거나 쌀이나 가죽, 옷감과 같은 생필품을 상품화폐 삼아 사고팔기도 했지만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쌀과 같은 곡물은 부피가 너무 커서 운반하기에도 어렵고, 생산량도 일정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썩기도 합니다. 이에 사람들은 금속화폐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금이나 은 같은 금속은 상품화폐에 비해 가볍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같은 종류의 금속은 무게를 동일하게 하면 그 가치 역시 똑같으니 교환의 중개물로 적합했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동전과 같은 주화가 쓰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의 금속화폐는 일정한 형태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점차 괴(덩어리·bar)와 같은 형태로 유통되기도 했지만, 금속화폐는 무게와 순도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는 만큼 교환할 때마다 일일이 이를 측정해야 해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금속화폐를 규격화된 모양의 주화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세계 최초로 주화를 만든 것은 기원전 7세기께 지금의 터키 중서부 지역에 살던 리디아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금과 은을 합금한 호박금(electrum)으로 사자 머리를 새겨 넣은 주화를 제작했습니다. 주화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금속의 무게를 증명하는 내용도 새겨 넣어 ‘스탠더드’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금속의 ‘무게’가 주화의 가치 기준으로 쓰이다 보니 오늘날 화폐 단위는 무게 단위에서 유래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파운드(pound)는 고대 로마의 중량 단위인 ‘폰두스’(pondus)가 그 기원으로, 1파운드는 0.454㎏입니다. 멕시코의 페소(peso)는 스페인어의 ‘중량’을 뜻하는 ‘페소’(peso)와 라틴어의 ‘중량’을 뜻하는 ‘펜숨’(pensum)에서 유래했습니다. 조선 시대의 화폐 단위였던 관(貫, 3.75㎏), 냥(兩, 37.5g)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달러(Dollar)는 16세기 체코슬로바키아의 요아힘스탈에서 주조한 은화였던 ‘탈러’에서 유래한 말로, 당시 1탈러의 무게는 27.5g이었습니다.

주화, 즉 화폐의 탄생에 대해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들어 상세히 설명합니다. 사용가치란 ‘사물이 쓰이고 있는 쓸모’ 즉 물건의 쓰임새입니다. 예를 들어 칼의 사용가치는 무엇인가를 잘라내는 것이고, 펜의 사용가치는 글씨를 쓰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쓰임새를 갖춘 물건을 찾아 물물교환을 하려 합니다. 이때 물물교환은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과 상대 물건의 ‘가치’를 따져 그 가치가 서로 동등할 때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서로 물건을 주고받을 때 인정되는 가치는 ‘교환가치’라 부릅니다. 그러나 물건마다 사용가치가 제각각이고, 서로 물건을 맞바꾸려 해도 일일이 교환가치를 따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칼과 펜을 서로 맞바꿀 때 칼 한 자루가 펜 몇 자루의 가치가 있는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물건의 가치를 표현해 줄 수 있는 하나의 기준,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화폐라는 것입니다.

구리 시세가 10원 웃도니
동전 녹여 팔아 차익 얻죠

화폐는 물건들의 교환가치
주화 단위는 무게에서 유래

종이화폐는 신뢰 못 받으니
금 교환 보장해 안심시켰죠

주화의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은 지폐였습니다. 주화에 비해 찍어내기도 쉽고, 들고 다니기에도 간편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속주화와 달리 ‘종잇조각’에 불과한 지폐를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할 경우 언제라도 금이나 은 등의 금속으로 바꿔주는 ‘태환’(兌換)을 해 주지 않으면 지폐를 가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금본위제’입니다. 화폐의 가치를 일정한 양의 금으로 정해두고, 사람들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금으로 바꿀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화폐의 가치가 금으로 보장되고, 금 공급량에 따라 화폐를 발행하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떨어질 염려도 적습니다.

그러나 금본위제는 제1차 세계대전과 1929년 대공황을 거치며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대전을 치르며 각국은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통화를 과도하게 발행했고, 대공황 때는 자국 상품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억제하기 위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며 금본위제를 포기했습니다. 뒤를 이어 ‘금환본위제’ 즉 브레턴우즈 체제가 1944년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미국 달러화로 금을 바꿔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달러화만이 금과 일정한 교환 비율을 유지하며, 각국은 자국 통화와 기축통화인 달러의 기준 환율을 설정하고 유지함으로써 환율을 안정시키고자 했습니다. 이런 체제는 달러화 가치가 유지될 때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달러 대신 금을 갖고 싶어합니다. 실제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거치며 미국은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달러화는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습니다. 1971년 8월31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더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 줄 수 없다는 달러화의 금 태환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브레턴우즈 체제

미국 정부가 금 1온스당 35달러의 교환을 보증함으로써 달러를 국제 무역의 기축통화로 삼는 국제 통화 체제가 성립하였다. 미국 달러가 세계 통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금의 약 80%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는 압도적인 경제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브레턴우즈 체제 안에서 일본과 유럽의 경제력이 상승하고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되어 미국의 금 보유량은 점차 감소하였다. 결국 1971년 미국이 금-달러 교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하였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각국의 통화 가치가 외환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변동 환율제로 운영되고 있다.(<고등학교 세계사>, 금성출판사, 353쪽)

<화폐이야기>
<화폐이야기>
책으로 확장하기 |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금속 화폐 시대에는 금이나 은과 같은 화폐 자체의 소재 가치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었고, 지폐 시대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화 관리 능력이 신뢰를 주었다. 앞으로 과연 무엇이 세계 전자 화폐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화폐이야기>(부키)는 미크로네시아의 야프 섬에서 사용되었던 ‘돌화폐’부터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기구 없이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거래되는 전자화폐인 ‘비트코인’까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역사를 꼼꼼히 설명합니다. 화폐가 생긴 이래 돈을 둘러싸고 벌어진 권력 다툼과 그 이면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화폐에 대한 이론 또한 소개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돈’의 의미를 찬찬히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금속으로 만든 주화가 등장하면서 물물교환의 번거로움은 해소되었지만, 주화를 위조해 이득을 챙기려는 범죄행위도 급증했습니다. 위조범들은 순도가 낮거나 무게가 적은 주화를 몰래 만들어 유통시키는가 하면, 가죽가방 속에 여러 개의 주화를 넣고 탈탈 털어서 나온 가루들을 모으거나 금화와 은화의 가장자리를 칼로 깎아내기도 했습니다. 시중에 불량 주화가 넘쳐나면서 사람들은 순도가 높은 ‘양화’는 자신이 보관하고, 순도가 떨어지거나 무게가 줄어든 ‘악화’만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화는 시중에서 구경하기 힘들어졌고, 불량 주화인 악화만이 유통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1세의 재정고문이었던 그레셤은 여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good)며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101년 고려 숙종은 호리병 모양의 귀금속화폐인 ‘은병’을 주조하여 유통시켰습니다. 은병의 무게를 달아서 그 가치를 따지는 ‘칭량화폐’였습니다. 그러나 곧 위조 은병이 시중에 나돌면서 은병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고 말았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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