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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암기만 하면 싫증 듣고 보고 말해요

등록 2014-03-10 19:54

지난 5일 서울 중동중학교 2학년 2반 교실에서 송영심 교사가 학생들과 위진 남북조 시대에 대한 역할극을 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지난 5일 서울 중동중학교 2학년 2반 교실에서 송영심 교사가 학생들과 위진 남북조 시대에 대한 역할극을 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역사 공부 재밌게 하려면

정부에서 한국사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 역사 과목은 따분한 과목이다. 무엇보다 외워야 할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역사를 재밌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 수! 당! (짝짝짝!)” “송! 원! 명! 청! (짝짝!)”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중동중 2학년 2반 역사시간. 아이들이 손뼉치며 목청껏 외쳤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중국사 중 위진 남북조 시대에 관해서였다. 송영심(53) 교사는 중국 통일국가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역사에는 한국사, 서양사, 동양사가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사를 알아볼게요. 중국은 너무 넓은 나라다 보니 예전부터 합치고 분열하는 과정을 겪었어요. 이 중 중국의 통일제국 7곳이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예요. 여러분이 까먹지 말라고 첫 글자를 따서 외운 겁니다.”

30년차 교사인 그는 역사공부를 축구에 빗대 얘기했다.

“여러분, 축구를 흔히 몸만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감독의 지시대로 동료와 사인을 보내고 전략을 생각하는 동시에 몸으로는 계속 드리블하면서 슛 기회를 노려야 해요. 역사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머리로만 하기보다 말로 하면서, 두뇌를 깨우면서 하면 재미도 있고 내용도 기억하기 쉽죠.”

송 교사는 황건적의 난부터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하는 장면들이 담긴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중간 중간 등장인물과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며 적벽대전을 가르칠 때는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을 보여줬다. 이날 수업을 들은 김대호군은 “역사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 시간은 즐겁다. 영상도 보고 직접 역할극도 하니까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안 까먹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역사 과목은 어렵고 딱딱한 암기 과목이다. 그동안 교과목 집중이수제로 몰아서 한 학기에 끝내거나 입시와 상관없어 등한시되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교 한국사 수업시수도 늘어나고 중학교도 집중이수제가 풀려 역사 과목을 4학기 이상 편성하도록 했다.

단순히 수업시간이 늘어나고 대입과 연계된다고 학생들이 역사를 많이 알게 될까. 사실 단순 사실을 나열한 역사책은 재미없다. 송 교사가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틈만 나면 뉴스 기사, 만화, 동영상, 그림 등 역사 관련 자료를 찾았다.

“1998년 교사 연수를 통해 홈페이지 만드는 강의를 들었어요. 배운 게 아까워서 직접 홈페이지를 열고 자료를 쌓아두기 시작했죠.”

이후 학교 재정상 서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2012년에 한 포털사이트에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수천 개의 자료를 쌓았다. 처음 한 명이었던 회원이 지금은 4600여명 정도로 늘었다. 초·중·고 역사교사와 학생은 물론 일반인 회원도 많다.

“한국사는 수업 차시별로 전부 다 정리가 돼 있어요. 구석기, 신석기 등 시대별 관련 자료와 영상은 바로 링크를 걸어놨어요. 주제별로 가상 수업처럼 학생 질문과 답변, 탐구해볼 만한 문제와 과제까지 자세히 설명해 놓으니 교사들이 안 들어올 수가 없죠.(웃음)”

학교 수업 때 사극 애니·영화 활용
역할극 병행하면 이해력 높아져
시청각 자료 많은 인터넷 카페나
뒷담화식 팟캐스트도 흥미 높여

카페 댓글을 봐도 교사들의 글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올려준 자료를 잘 활용하고 있다”, “흥미 넘치는 역사 수업을 위해 많은 도움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012년 7월에 시작한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는 팟캐스트 포털사이트인 ‘팟빵’에서 현재 사회 및 문화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역사 전문 팟캐스트다.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와주테이의 박쥐들> 등 현대사 관련 책을 낸 이동형 작가,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이종우 박사, 이 프로그램에서 세작(간첩) 역할을 맡아 아예 이름처럼 굳어진 세작 윤종훈씨가 진행한다. 해방 전 독립운동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사를 주제로 ‘골방에서 뒷담화’하듯 재미있고 신나게, 때로는 거침없이 다룬다.

진행자인 이동형 작가는 “주제를 정할 때 기준은 없다. 역대 대통령, 대기업, 사건 중심 등 하나의 소재를 잡아서 모든 것을 파헤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10·26 때는 김재규 특집, 김기춘씨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원로친박 모임으로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과 강창희 국회의장 등으로 구성된 7인회 특집, 이석기 사건이 터졌을 때는 내란음모 특집 등으로 그때그때 시의성 있는 주제를 잡기도 한다.

사실 <이이제이>는 매회 방송 초반에 욕설과 비속어 때문에 ‘19금 방송’임을 공지한다. 하지만 팬카페를 주축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뺀청소년 버전이 제작돼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 실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듣는다는 내용의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이작가는 “자신들이 몰랐던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왜곡된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녀나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는 늘 되풀이되지만 이 나라 정치와 역사가 학습효과가 없어서 역사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면 평생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구조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쉽고 재밌는 역사공부 자료
쉽고 재밌는 역사공부 자료

경상북도 청도 이서고 3학년 우덕원군은 “우연히 알게 돼 처음에는 김영삼, 김대중 편 등 몇 개만 골라 듣다가 약산 김원봉 특집을 들으면서 한 편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다 듣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과서는 딱딱하고 시대별 정책만 외우는 게 싫었는데 근현대사는 진짜 역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의고사 때 한국사를 포기했다가 최근에 다시 풀어봤는데 근현대사 문제는 다 맞았다. 이이제이를 듣는 게 헛된 게 아니었다(웃음)”고 털어놨다.

또다른 팟캐스트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사 전문 수다 방송’이다. 제목 그대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다루며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한 대하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방송한다. 박 화백과 인문 교양서를 주로 내는 휴머니스트 출판사 김학원 대표,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인문학자 남경태씨가 함께 진행한다.

박 화백은 최근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자랑스러운 역사는 자랑스러운 대로, 부끄러운 역사는 부끄러운 대로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이 때문에 이념에 따라 역사를 왜곡하거나 과대 포장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사실 역사 공부는 쉽지 않아요. 외워야 할 것, 알아야 할 인물,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저도 학창 시절 역사 공부가 썩 재밌지 않았어요. 학생들이 역사와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보다 ‘흥미’예요. 지나치게 세세한 사항의 암기보다 시대의 굵직한 흐름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잘 만들어진 역사 소설이나 만화, 영상물을 접하는 것도 좋죠. 어쨌든 역사란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그 시대를 살아낸 이야기니까요. 과거나 현재나 사람 사는 이야기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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