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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근 삼성자사고 ‘그림의 떡’ 수십분 통학 “너무 피곤해요”

등록 2014-03-10 20:24수정 2014-03-12 13:22

지난 7일 아침 8시께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고 앞에 도착한 등·하교용 전세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리고 있다. 아산/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지난 7일 아침 8시께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고 앞에 도착한 등·하교용 전세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리고 있다. 아산/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충남삼성고 옆에 두고 원거리 등교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지난 7일 아침 7시 충남 아산시 음봉면 더샵레이크시티 아파트에서 종종걸음으로 뛰어나온 장철수(가명·16) 학생이 상가 앞에 대기해 있던 20인승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또다른 학생 한명을 더 태우고 출발했다. 버스가 7~8분 정도 달리자 도로 오른쪽에는 올해 문을 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충남삼성고가, 왼쪽에는 2008년 개교한 특수목적고(특목고)인 충남외고가 나타났다. 버스는 계속 달렸다.

세차례 더 학생을 태운 버스는 출발한 지 45분 뒤에야 아산시 배방읍에 있는 배방고에 도착했다. 학교 앞에서는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태우고 온 전세버스 여러 대와 승용차가 학생들을 쏟아냈다. 전세버스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먼 학생들의 부모가 등하교용으로 한달에 15만~20만원씩 내어 계약을 맺은 차량들이다. 이 학교 1학년인 장철수 학생은 “매일 이렇게 다니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아무개(46)씨는 아들을 승용차로 30여분 거리의 천안시 중앙고에 보낸다. 역시 집에서 7~8분 거리에 충남삼성고와 충남외고 등 고등학교가 2개나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정씨는 “충남삼성고가 전교생의 70%를 (천안·아산 지역의) 삼성 임직원 자녀들 가운데 뽑고, 10%만 지역주민 자녀 중에서 뽑다 보니 갈 엄두도 못 냈다. 합격했어도 워낙 학비가 비싸 다니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고의 1년간 학비 추정액은 1000만원이 넘는다. 정씨는 “올해 새로 생긴 충남삼성고가 일반고였으면 이상적이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삼성고 정원 70% 임직원 자녀
지역주민자녀 10%밖에 안뽑아
천안·배방고 등으로 멀리 통학
“평범한 학생 공교육 기회 차단”

아산 학생 81명 아산 학교 못가
교육청서 학급당 학생수 줄인 탓
등교하는 데 1시간40분 걸리기도
“교통비 30만원…집에 오면 잠만 자”

충남도교육청은 삼성고 개교를 앞둔 지난해 이 지역 고교의 학급당 학생수 기준을 40명에서 35명으로 줄였다. 그러면서 늘어난 학교 수요에 맞춰 충남삼성고와 배방고를 신설했으나, 충남삼성고는 일반 학생을 10%밖에 뽑지 않다 보니 이 학교 부근에 사는 학생들은 멀리 떨어진 배방고나 천안의 중앙고로 진학해야 했다. 대신 충남삼성고에는 먼 지역에 사는 삼성 임직원 자녀들도 다닌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아산학부모회’(학부모회)의 조사 결과, 한 학년이 350명인 충남삼성고에는 삼성 임직원 자녀를 포함해 아산 지역 학생이 152명밖에 가지 못했고 나머지 198명은 천안 등 인근 지역에서 왔다. 충남삼성고가 일반고였으면 이처럼 먼 거리 통학 학생이 늘어나지 않았을 일이다.(<한겨레> 2월25일치 15면 참조)

학부모회의 박준영 집행위원장은 “아파트 2~3단지가 계속 생기는 등 이곳 인구가 계속 느는데도 일반고가 아닌 자사고를 만들어 평범한 학생들의 공교육 기회를 원천 차단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충남도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에 맞춰 아산과 천안 쪽 고교를 넘나들며 진학하는 게 흔한 모습이었으나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일반 공립고는 언제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아산 지역 학생 81명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아산에 있는 고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박아무개(16) 학생도 81명 가운데 1명이다. 새벽 6시20분 아산시 용화동 집에서 나와 시내버스와 전세 봉고버스를 타고 1시간40분의 등굣길을 거쳐 천안시 목천읍 목천고까지 통학한다. 집 근처 용화고에 배정받지 못했다. 어머니 김아무개(40)씨는 “애가 학교에 다녀오면 힘들어서 잠만 잔다. 교통비도 한달에 30만원이나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용화고에 가려 했는데, (용화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줄고 인근에는) 자사고가 생겨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아산·천안 지역 학생과 학부모 일부는 지난달 24일 충남삼성고 때문에 평등권과 교육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아산/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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