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안현수)이 지난달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경기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NIE 홈스쿨] 안현수와 귀화
지난달 폐막한 소치 올림픽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국적을 바꾼 뒤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빅토르 안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입니다. 그를 두고 파벌싸움의 ‘희생양’이자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유목민’이라 칭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국가를 저버린 ‘매국노’이자 실리적 선택을 한 ‘기회주의자’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국에 귀화한 선수로 국가대표 1호는 후인정 선수입니다. 그는 1994년 대만에서 귀화해 10년 넘게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활약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귀화한 당예서는 귀화선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입니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반면 빅토르 안처럼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귀화하는 한국 선수들도 많습니다. 2003년 뉴욕남자양궁선수권 우승자 김하늘은 2004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귀화해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 호주 남자대표팀으로 참가했습니다. 여자 양궁 엄혜련은 2007년 일본으로 귀화해 2012 런던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고, 최대한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왔다”는 운동선수의 귀화가 애국심과 상관 있는 걸까요? 그는 진짜 애국심이 부족해서 귀화를 했을까요?
운동선수 귀화는 국제적 트렌드
꿈 이루기 위해 국적 바꿨을 뿐
국가와 민족은 엄연히 다른 개념
재일한국인의 일본 국적 취득을
비애국적이라 단정하는 건 잘못
우리도 이방인 따뜻이 맞아야죠 귀화란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귀화를 인정하는 조건은 각국의 국적법에 따라 정해집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정 기간 그 나라에 거주하고 계속해서 거주할 의사를 가졌을 경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42만명이며, 같은 해 말까지 귀화한 외국인도 12만3500명을 넘었습니다. 한국사에서 귀화인은 한국의 입장에서 필요해서 적극적인 귀화정책을 펼친 경우와 국제 정세의 변동과 국익 차원에서 들어온 경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한반도는 중국이나 북방 지역에 전쟁이나 대홍수, 가뭄 등의 재해가 있을 때마다 해당 지역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한반도에 많은 귀화인들이 몰려왔던 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혼란기였던 위진 남북조 시대, 당나라가 몰락할 때, 중국 송나라가 멸망할 때 그리고 임진왜란과 명·청 교체기에 대규모 귀화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성씨는 15세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250개, 18세기 <동국여지승람>에서는 277개가 적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라시대에는 40여개, 고려시대 60여개, 가장 폐쇄적이었던 조선시대에도 30여개가 새롭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적별로 보면 우리나라 성씨의 45%가량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고 이밖에 몽골(연안 인씨), 만주(청해 이씨), 위구르(경주 설씨), 일본(우록 김씨로 이후 김해 김씨로 바뀜), 이슬람계(경주 설씨) 등에서 들어온 성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이야기하고 순수 혈통을 자랑하며 혼혈아나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피부색 다른 사람들에 대해 차별의식과 우월의식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본의 국수주의와 미국인의 인종 차별을 비판합니다. ‘민족’이란 보통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문화와 역사를 지니면서 상대적으로 유전적 동질성이 높은 집단을 의미합니다. 그럼 점에서 대한민국은 비교적 민족의 정체성이 높은 편입니다. 피부색이 거의 같고 외모나 언어·풍습 등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 우리 민족의 구성은 결코 단일하지 않고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국가와 민족이 과연 같은 개념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국 한상의 대부이자 귀화한 재일동포인 ㈜마루한 한창우 회장은 “국적(국가)과 민족은 엄연히 다르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바로 ‘비애국적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맹신주의적 애국심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양에서는 민족과 국경의 개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중국 조선족만 봐도 그들은 중국 국적임을 자랑합니다. 또 옛 소련 지역에 사는 카레이스키들은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에 동화된 한민족으로 그들의 국적은 바로 지금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서 ‘국가=민족’이라는 도식적 개념이 고정관념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가=민족’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빛바래고 낡은 개념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국적과 출신지, 피부색이 다른 다양한 인종의 귀화인들을 ‘한국인’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사실 운동선수의 귀화는 이미 국제적 트렌드입니다. 유럽에선 이미 일상이고, 일본과 중동국가도 20여년 전부터 국가대표로 우수선수를 영입했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선수들에게 고국의 대표로 국가 대항전에 출전하는 것은 큰 명예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본인을 원하지 않거나 엄청난 경쟁으로 국가대표가 되기 힘들 경우,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라도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선수의 귀화를 단순히 국가를 배신했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본인의 개인적인 꿈과 명예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봐야 합니다. 국적보다는 그 선수의 노력하는 모습과 실력 그 자체를 보고 응원하는 건 어떨까요. 교과서 펼쳐보기 | 세계화와 다문화 사회의 도래 21세기 한국 사회는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과 내국인의 3D 업종 기피로 인한 인력 부족, 외국 기업의 진출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이탈주민과 외국인 유학생 등과 같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로 여겨져 왔던 한국은 이제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고등학교 <사회·문화>, 금성출판사, 123쪽)
책으로 확장하기 | 우리 땅을 선택한 귀화인들의 발자취
박기현씨가 쓴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는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살고자 귀화한 이들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특히 베트남 망명 왕족 이용상(화산 이씨), 이성계의 오른팔 여진족 이지란(청해 이씨), 원나라 공주를 따라온 위구르 출신 장순룡(덕수 장씨) 등 우리 땅에 정착한 대표적 귀화인 9명을 선정해 시대별로 귀화인의 역사와 특성을 정리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현재 국내에 있는 성씨를 조사한 결과 약 46퍼센트가 귀화 성씨라고 판단되는데, 인구수로 보면 전체 인구의 약 20퍼센트에서 거의 절반까지 달한다”고 얘기합니다. 기원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귀화 성씨로 짐작되는 몇몇 성씨를 합하면 그 정도에 이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거론하며 단일민족 의식을 고집하는 것을 지적합니다.
“이처럼 외국에서의 귀화인 유입을 알면서도 단일 민족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제는 무조건 순수한 혈통이라며 단일 민족을 논할 게 아니라 포용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다민족을 이야기해야 할 형편이다.”
논제로 정리하기 | 세계화 시대 한국의 단일민족 의식
2007학년도 부산대학교 모의 논술은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단일민족 의식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민족’에 대한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을 소개하고 (나)~(마)에서 실제 사례를 들며 이들 사례의 문제점을 일반화해 우리의 단일민족 의식에 대해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나)와 (다)는 혼혈인 문제, (라)와 (마)는 재외동포와 관련된 차별 사례를 다뤘습니다.
국적이 다르거나 한국을 떠나 국적을 바꾸어 살고 있다는 객관적 요소만으로 민족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관적 요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선택은 될 수 없습니다. 제시문에 나온 사례 중 몇 해 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 신드롬도 순혈주의 풍토에 비판적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문제를 통해 우리 안의 보이지 않는 배타적 측면과 단일민족 의식으로 포장된 혼혈이나 귀화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꿈 이루기 위해 국적 바꿨을 뿐
국가와 민족은 엄연히 다른 개념
재일한국인의 일본 국적 취득을
비애국적이라 단정하는 건 잘못
우리도 이방인 따뜻이 맞아야죠 귀화란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고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귀화를 인정하는 조건은 각국의 국적법에 따라 정해집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정 기간 그 나라에 거주하고 계속해서 거주할 의사를 가졌을 경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42만명이며, 같은 해 말까지 귀화한 외국인도 12만3500명을 넘었습니다. 한국사에서 귀화인은 한국의 입장에서 필요해서 적극적인 귀화정책을 펼친 경우와 국제 정세의 변동과 국익 차원에서 들어온 경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한반도는 중국이나 북방 지역에 전쟁이나 대홍수, 가뭄 등의 재해가 있을 때마다 해당 지역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한반도에 많은 귀화인들이 몰려왔던 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혼란기였던 위진 남북조 시대, 당나라가 몰락할 때, 중국 송나라가 멸망할 때 그리고 임진왜란과 명·청 교체기에 대규모 귀화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성씨는 15세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250개, 18세기 <동국여지승람>에서는 277개가 적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라시대에는 40여개, 고려시대 60여개, 가장 폐쇄적이었던 조선시대에도 30여개가 새롭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적별로 보면 우리나라 성씨의 45%가량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고 이밖에 몽골(연안 인씨), 만주(청해 이씨), 위구르(경주 설씨), 일본(우록 김씨로 이후 김해 김씨로 바뀜), 이슬람계(경주 설씨) 등에서 들어온 성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이야기하고 순수 혈통을 자랑하며 혼혈아나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피부색 다른 사람들에 대해 차별의식과 우월의식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본의 국수주의와 미국인의 인종 차별을 비판합니다. ‘민족’이란 보통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문화와 역사를 지니면서 상대적으로 유전적 동질성이 높은 집단을 의미합니다. 그럼 점에서 대한민국은 비교적 민족의 정체성이 높은 편입니다. 피부색이 거의 같고 외모나 언어·풍습 등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 우리 민족의 구성은 결코 단일하지 않고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국가와 민족이 과연 같은 개념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국 한상의 대부이자 귀화한 재일동포인 ㈜마루한 한창우 회장은 “국적(국가)과 민족은 엄연히 다르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바로 ‘비애국적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맹신주의적 애국심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양에서는 민족과 국경의 개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중국 조선족만 봐도 그들은 중국 국적임을 자랑합니다. 또 옛 소련 지역에 사는 카레이스키들은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에 동화된 한민족으로 그들의 국적은 바로 지금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서 ‘국가=민족’이라는 도식적 개념이 고정관념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가=민족’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빛바래고 낡은 개념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국적과 출신지, 피부색이 다른 다양한 인종의 귀화인들을 ‘한국인’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사실 운동선수의 귀화는 이미 국제적 트렌드입니다. 유럽에선 이미 일상이고, 일본과 중동국가도 20여년 전부터 국가대표로 우수선수를 영입했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선수들에게 고국의 대표로 국가 대항전에 출전하는 것은 큰 명예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본인을 원하지 않거나 엄청난 경쟁으로 국가대표가 되기 힘들 경우,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라도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선수의 귀화를 단순히 국가를 배신했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본인의 개인적인 꿈과 명예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봐야 합니다. 국적보다는 그 선수의 노력하는 모습과 실력 그 자체를 보고 응원하는 건 어떨까요. 교과서 펼쳐보기 | 세계화와 다문화 사회의 도래 21세기 한국 사회는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과 내국인의 3D 업종 기피로 인한 인력 부족, 외국 기업의 진출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이탈주민과 외국인 유학생 등과 같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로 여겨져 왔던 한국은 이제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고등학교 <사회·문화>, 금성출판사, 123쪽)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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