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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퇴직 교장들, 대안학교서 공교육 틈새 메운다

등록 2014-03-24 20:00

경기도 오산의 ‘행복한 학교’ 이재천 교장(가운데) 예닮대안학교’ 민정탁 교장은 자신들이 쌓은 풍부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공교육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행복한학교’ 공
경기도 오산의 ‘행복한 학교’ 이재천 교장(가운데) 예닮대안학교’ 민정탁 교장은 자신들이 쌓은 풍부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공교육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행복한학교’ 공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교직 경력 36년. 이재천(62)씨는 공교육의 정점인 ‘교장’에 올라 있었다. 1년 후면 정년퇴임을 하고 노후를 편히 보낼 수도 있었다. 지난해 8월31일 그는 경기도 오산의 대호중학교 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명예퇴직이었다. 다음날인 9월1일 같은 지역의 다문화 대안학교인 ‘행복한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곳에서 교장이자 담임교사, 한국어 교사와 체육 교사를 겸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중국 등에서 온 중학생 10명이 그의 제자들이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한국에 온 부모와 함께 ‘중도 입국’한 다문화 아이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것도 아니어서 아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외국인학교에 가고 싶어도 부모들의 경제적 형편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학교 수업을 따라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는 이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큼의 여력이 없다. 돌보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도태’될 아이들이다. 다문화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절실했다.” 평소 돌봄이 부족한 다문화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이 교장이 정년퇴직까지 기다리지 않고, 명예퇴직을 신청해 이곳으로 서둘러 옮겨온 이유다.

‘행복한 학교’는 경기 남부 지역의 유일한 ‘위탁형’ 다문화 대안학교다. 이곳 아이들에게는 한국의 일반중학교가 ‘원적 학교’다. 소속은 한국의 일반중학교지만 교육은 이곳에서 받는다. 공교육에서는 이 아이들을 따로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아이들은 행복한 학교에서 받은 출결점수와 성적으로 ‘원적 학교’의 졸업장을 받게 된다.

“교과 수업을 맡은 강사들에게 수업시간 45분 중 40분은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5분만 교과 학습을 시키도록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급한 건 한국어 능력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혀 대안학교를 ‘나가는’ 게 이 교장의 바람이다. 오는 6월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복지활동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경기도 오산의 ‘행복한 학교’ 이재천 교장 예닮대안학교’ 민정탁 교장(가운데)은 자신들이 쌓은 풍부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공교육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평택예닮대안학교’ 제공
경기도 오산의 ‘행복한 학교’ 이재천 교장 예닮대안학교’ 민정탁 교장(가운데)은 자신들이 쌓은 풍부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공교육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평택예닮대안학교’ 제공

오산 행복한학교 이재천씨
다문화 아이들 한국어 교육
사회복지사 자격증에도 도전

평택 예닮대안학교 민정탁씨
학업중단 아이들 맞춤형 교육
은퇴후 상담전문가 과정 수료

“교육의 현장이 꼭 학교여야 할 필요는 없다.” 경기도의 ‘평택예닮대안학교’는 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업중단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다. 학칙이나 규칙은 없다. 오고 싶을 때 오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 학교에 등록된 20명의 아이 중 꾸준히 다니는 아이들은 7명 정도다. 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교사가 있다. 민정탁(68) 교장이다. 32년간의 교직 생활, 경기도 송탄의 은혜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2008년 퇴직했던 그는 지난해 3월 이곳 교장으로 취임하며 다시 아이들 곁으로 왔다.

“돌아보면 교직 생활은 엉터리였다.” 그는 원칙과 상식을 중시하는 엄격한 성격으로, 교직 생활 중에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했다. “평교사 시절, 길을 걷다 제자를 만났다. 10년 만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제자가 물었다. 그때 왜 때렸느냐고.” 그 자리에서 즉시 사과를 했지만, 민 교장에게 그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공교육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한다. 교사로서 가르치고, 학생으로서 배울 뿐, 진정한 공감은 없었다.”

민 교장은 교직 은퇴 후 연세대에서 1년 6개월간 상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아이들에게 원칙만을 강조하던 그는 아이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학생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사회 공동의 책임이자 문제였다. 그는 다시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다. 대안학교 운영에 참여해 달라는 지인의 요청에 선뜻 응한 이유다. “웅덩이에 빠진 아이들을 건져 올리려면 위에서 손을 내밀어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웅덩이로 직접 걸어 들어가 아이를 밀어 올려주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눈높이’로는 부족하다. 아이들과 공감하는 ‘마음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예닮대안학교 아이들은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에 9명이 합격했다. 그중 3명은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됐다. 그러나 검정고시와 진학 준비가 예닮대안학교의 주된 목표는 아니다. “졸업이 없는 학교였으면 좋겠다.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이 늘 편히 찾는 곳이길 바란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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