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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오늘은 만우절…거짓말은 인간의 생존 본능?

등록 2014-03-31 19:55수정 2014-04-01 08:17

나무토막을 깎아 만든 인형 피노키오는 외모뿐 아니라 거짓말을 잘하는 것까지 사람을 쏙 빼닮았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 당나귀섬의 비밀>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나무토막을 깎아 만든 인형 피노키오는 외모뿐 아니라 거짓말을 잘하는 것까지 사람을 쏙 빼닮았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 당나귀섬의 비밀>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NIE 홈스쿨] 만우절 거짓말
4월1일은 ‘만우절’입니다. 1년 365일 중 단 하루, 가벼운 거짓말도 ‘용서’가 되는 날입니다. 만우절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그 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널리 이야기되는 것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했다는 설입니다. 1564년 프랑스 국왕 샤를 9세는 그레고리력(오늘날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양력)으로 달력을 개정하는 칙령을 발표합니다. 이전까지는 4월1일이 한해의 시작이었지만, 달력 개정에 따라 새해 첫날은 1월1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하지 못한 탓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예전처럼 4월1일을 ‘새해 첫날’이라 축하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놀림을 받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속이 텅 빈 가짜 새해 선물을 건네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라고 부르는 만우절의 유력한 유래입니다.

만우절 거짓말은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지만, 인류의 선조들에게 거짓말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습니다. 인류가 거짓말을 하며 지적 진화를 이뤘다는 ‘사회적 지능’ 가설입니다. 1976년 영국의 이론심리학자인 니콜라스 험프리는 <지성의 사회적 기능>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은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인류의 선조들은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무리를 이룬 덕분에 외부의 위협에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무리가 크면 클수록 먹이와 짝을 둘러싼 내부의 경쟁 또한 치열해집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이들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속임수를 쓰기도 하니, 이에 대응하려면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는 법도 터득해야 합니다. 무리가 커질수록 속임수는 더욱 복잡해졌고, 생존 전술을 익히는 과정이 거듭되면서 인간의 지적 능력도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영장류 학자였던 리처드 번과 앤드루 화이튼은 1988년 <교활한 지능>이란 책을 펴냅니다. 우리의 지능은 ‘사회적 조작, 속임수, 교활한 협력’에서 비롯됐으며, 영장류의 속임 행동을 관찰한 결과 생물종이 속이는 빈도는 뇌의 바깥층인 ‘신피질’의 크기에 정비례한다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거짓말을 잘할수록 뇌도 크다는 얘기입니다.

생사가 걸린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 해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하곤 합니다.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이 지난 2010년 성인남녀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영국 남성들은 하루 평균 3번, 여성은 하루 2번꼴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매번 사실 그대로를 말한다면 다른 사람과 불필요한 갈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친구가 새로 산 옷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촌스럽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가는 그 친구와 멀어지기 십상입니다. 모두가 ‘진실’만을 원한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진실만을 듣고 싶어합니다. 연인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 등 슬픈 일이 닥쳤을 때 ‘차라리 이 모든 게 거짓말이었으면’하고 바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거짓말의 상대는 때로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실제보다 더 능력있다고 믿는 ‘자기기만’이 대표적입니다. 자신의 연애담은 남들보다 더 아름답고, 자신의 자녀는 다른 아이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가리켜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풍자작가인 개리슨 케일러가 만든 상상의 마을인 ‘워비곤 호수’에는 한결같이 강인한 여자들과 잘생긴 남자들만 살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평균 이상’입니다. 통계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남보다 더 빼어난 사람들만 사는 워비곤 호수 이야기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한 풍자인 셈입니다.

자기 확신이 지나쳐 자아도취나 교만으로 치닫지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하지만 ‘나는 늘 이 모양이야’라는 자기 비하보다는 ‘나는 충분히 능력이 있다’는 낙관주의가 낫습니다. 갖가지 위험에 노출된 가혹한 환경에서 버텨야 했던 인류의 선조들의 경우에도 비록 비현실적일지라도 자기 긍정과 낙관을 통해 자신의 짝에게 든든한 믿음을 주고, 먹거리가 부족해도 꿋꿋이 견딜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생존에 유리했던 자기기만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퍼져나가, 사람들을 ‘타고난 거짓말쟁이’로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속여
덕분에 진화했다는 가설도 있죠
진실보다 거짓이 유용할 때 있어
자기 비하보다는 자기 기만이
위험에서 버텨낼 힘이 되지요

거짓말은 병을 낫게 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어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뜻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1944년 1월,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군의관으로 참전한 헨리 비처는 부상병이 넘쳐나 진통제가 바닥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어쩔 수 없이 모르핀 대신 소금물 희석액을 주입했는데 수술을 받는 부상병이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을 발견합니다. 소금물 희석액을 마치 진통제를 투여한 것처럼 믿게 한 선의의 속임수가 실제 진통제와 같은 효과를 낸 것입니다. 진짜 약을 받은 그룹과 가짜 약을 받은 그룹으로 나누어 ‘이중 맹검’(double blind)을 하는 신약 임상시험도 플라시보 효과 때문입니다. 약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환자의 병세가 호전될 수 있는 만큼, 신약 임상시험에서 플라시보 효과라는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편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해가 없지만 해로울 것이라는 암시나 믿음이 실제로 부정적인 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 주술이나 저주는 별다른 근거도 없고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지만, 만약 그것을 누군가 믿는다면 악의적인 저주처럼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 거짓말탐지기

오늘날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는 거짓말 탐지를 위해 혈압과 호흡, 피부 저항 등을 측정하는 ‘폴리그래프 검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 심리적인 불안 탓에 호흡과 혈압, 맥박 등이 변하는 원리를 활용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거짓말탐지 검사를 받게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오셀로의 오류’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 등장하는 데스데모나는 자신이 부관 캐시오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는 남편 오셀로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흐느낍니다. 자신의 결백을 오셀로가 믿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의 죽음 때문에 울음을 터뜨린 것이라 오해하고 그녀를 죽이고 맙니다.

심리적 불안과 생리현상만으로는 거짓말을 탐지하기가 쉽지 않은 셈입니다. 더구나 거짓말을 할 때 아무런 심리적 동요가 없는 사이코패스나, 술과 약물에 취해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는 범죄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정서반응 대신 뇌파를 측정하거나 뇌영상을 촬영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이 역시 모든 거짓말을 가려낼 순 없는 상황입니다.

거짓말을 완벽히 가려내는 탐지 기술이 개발돼도 문제입니다. 개인의 비밀스런 사적 영역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다면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뇌로 통하다>(21세기북스) 가운데)

책으로 확장하기 | 거짓말은 인간 본성의 핵심

“확실한 것은 속이는 능력이 우리 안에 내재돼 있으며, 거짓된 말이 우리 입에 자연스럽게 붙는다는 것이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북로드·사진)은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는 도덕적 선언 대신 ‘거짓말은 우리 본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속이는 능력과 속임을 알아채는 능력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만큼 거짓말의 ‘진실’을 제대로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를 무시한 채 인간에게서 거짓말을 빼앗는다면 사람들은 병들고, 인간관계는 무너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이들의 거짓말부터 정치인들의 속임수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타고난 거짓말쟁이’인 인간들의 속성을 들춰보고, 인간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하며 이를 알아채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아울러 정직의 가치에 대해서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남을 속이는 언행과 그 정당성

2007년 건국대 수시 논술에서는 남을 속이는 언행의 여러 양상을 찾아 분석하고,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제시문 (가)는 중국 고전인 <여씨춘추>에서 죽음을 면하기 위해 왕에게 거짓을 고한 송나라 첩자의 이야기이고, 제시문 (나)는 한국의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에서 토끼의 간을 놓고 서로 속고 속이는 용왕과 별주부 그리고 토끼 이야기입니다.

제시문 속 속임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각자가 처한 입장과 상관없이 거짓말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 행위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정당방위라면 거짓말이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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