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4월22일에는 ‘자살공화국’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향판제 비판 속 한겨레 ‘검찰 책임’, 중앙 ‘지역 결탁’ 주목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현실에도 적용되는가. 최근 논란이 된 하루 5억원 노역형은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실정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보자. 입법절차에 의해 제정된 성문법과 불문법인 관습법, 그리고 판례법과 조리 등을 포함하여 현실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법을 실정법이라 한다. 이에 비해 자연법은 자연의 질서 또는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법이다. 실정법은 시대와 가치에 따라 상대적이며 가변적이지만 자연법은 시대와 민족, 국가와 사회를 초월하여 타당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질서를 의미한다. 자연법과 실정법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형법 제69조 2항에 따르면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범위 안에서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법조항은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이 노역형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판결은 실정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이번 논란은 실정법과 자연법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수백억원대 탈세와 횡령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 허재호의 하루 일당을 5억원으로 책정했다. 노역장 유치 기간 49일만 채우면 254억원의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향판이라 일컫는 ‘지역법관제’에 대해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순환 근무 대신 지방 관할 법원 중 한 곳에 부임해서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는 제도인 향판제는 해당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여 판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지역 인사들과의 유착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단점을 가진 제도이기도 하다. 두 사설은 향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부분에서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봐주기 판결의 냄새’가 짙으며 ‘향판과 지역 기업인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중앙은 ‘국민의 법 감정과 시선’을 무시한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또한 한겨레는 ‘고분고분한 검찰’의 태도를 비판한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했으나 1, 2심 집행유예 판결에 모두 승복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항소, 상고마저 포기한 결과 허재호가 ‘일당 5억원’이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 ‘호남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 회장에게 특혜’를 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유전무죄 논란을 촉발해 ‘사법부의 신뢰’에 크게 상처를 입힌 측면을 지적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한겨레는 법원과 검찰 모두의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 지역주의 향판의 문제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두 사설은 동일한 대책을 제시한다. 현재 시행되는 ‘법관의 재량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유치기간과 노역 일당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두 사설 모두 지역법관제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쉽다. 세부적으로 유치기간과 노역 일당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향판제도의 장단점을 살피고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루 5억원이라는 노역형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다. 이번 논란은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토호들의 유착관계를 살피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재산이나 권력의 유무에 따라 노역 일당이 달라지고 그 액수가 상식선을 넘는다면 누구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할 수 있겠는가. 최근 공개된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 액수처럼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일이 벌어질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는 끊임없이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진다. 우리는 자본의 힘이 막강해진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본과 권력이 손을 잡을 때 특권계층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며 각 분야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학연, 혈연, 지연’이라는 전근대적 패거리 문화도 청산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법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을 디케(Dike)라 한다. 디케는 ‘정의’(正義) 혹은 ‘정도’(正道)라는 의미다. 로마시대에는 유스티티아(Justitia)로 대체되었고, 오늘날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디케는 미술 작품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유스티티아는 여기에 형평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저울이 더해졌다.정의의 여신은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칼은 정확한 판정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을 상징한다. 디케가 맹인인 이유는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서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디케는 고대 그리스에서 모든 사람에게 숭배되었으며, 아스트라이아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아스트라이아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황금시대에서 은(銀)의 시대를 거쳐 청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세상에서 함께 살았으나, 인간들의 타락이 극에 이르자 하늘로 올라가 처녀자리가 되었다고 한다.정의의 여신은 비록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의 혹은 법의 여신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엄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법과 정의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와 힘겨운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이성에 바탕을 둔 실정법은 보다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
[추천 도서]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스티븐 러벳 지음, 조은경 번역
나무의 철학 펴냄, 2013년 미국 노스웨스턴 법학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러벳은 수십년간 법조계에서 벌어졌던 사례들을 소개한다. 의뢰인, 변호사, 판사, 학계, 의학계를 고루 다루면서 부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의미와 교훈을 생각하게 한다. 선과 악, 가치의 선택 등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이 생생한 재판을 통해 던져진다. 이 책으로 법과 정의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2009년 대한민국 법조계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 등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일반 독자들과 친숙한 법학자 김두식은 이 책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을 ‘신성가족’이라고 표현하며 우리의 사법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조계의 문제점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법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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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향판제 비판 속 한겨레 ‘검찰 책임’, 중앙 ‘지역 결탁’ 주목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현실에도 적용되는가. 최근 논란이 된 하루 5억원 노역형은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실정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보자. 입법절차에 의해 제정된 성문법과 불문법인 관습법, 그리고 판례법과 조리 등을 포함하여 현실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법을 실정법이라 한다. 이에 비해 자연법은 자연의 질서 또는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법이다. 실정법은 시대와 가치에 따라 상대적이며 가변적이지만 자연법은 시대와 민족, 국가와 사회를 초월하여 타당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질서를 의미한다. 자연법과 실정법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형법 제69조 2항에 따르면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범위 안에서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법조항은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이 노역형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판결은 실정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이번 논란은 실정법과 자연법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수백억원대 탈세와 횡령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 허재호의 하루 일당을 5억원으로 책정했다. 노역장 유치 기간 49일만 채우면 254억원의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향판이라 일컫는 ‘지역법관제’에 대해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순환 근무 대신 지방 관할 법원 중 한 곳에 부임해서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는 제도인 향판제는 해당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여 판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지역 인사들과의 유착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단점을 가진 제도이기도 하다. 두 사설은 향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부분에서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봐주기 판결의 냄새’가 짙으며 ‘향판과 지역 기업인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중앙은 ‘국민의 법 감정과 시선’을 무시한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또한 한겨레는 ‘고분고분한 검찰’의 태도를 비판한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했으나 1, 2심 집행유예 판결에 모두 승복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항소, 상고마저 포기한 결과 허재호가 ‘일당 5억원’이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 ‘호남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 회장에게 특혜’를 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유전무죄 논란을 촉발해 ‘사법부의 신뢰’에 크게 상처를 입힌 측면을 지적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한겨레는 법원과 검찰 모두의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 지역주의 향판의 문제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두 사설은 동일한 대책을 제시한다. 현재 시행되는 ‘법관의 재량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유치기간과 노역 일당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두 사설 모두 지역법관제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쉽다. 세부적으로 유치기간과 노역 일당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향판제도의 장단점을 살피고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루 5억원이라는 노역형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다. 이번 논란은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토호들의 유착관계를 살피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재산이나 권력의 유무에 따라 노역 일당이 달라지고 그 액수가 상식선을 넘는다면 누구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할 수 있겠는가. 최근 공개된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 액수처럼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일이 벌어질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는 끊임없이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진다. 우리는 자본의 힘이 막강해진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본과 권력이 손을 잡을 때 특권계층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며 각 분야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학연, 혈연, 지연’이라는 전근대적 패거리 문화도 청산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법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을 디케(Dike)라 한다. 디케는 ‘정의’(正義) 혹은 ‘정도’(正道)라는 의미다. 로마시대에는 유스티티아(Justitia)로 대체되었고, 오늘날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디케는 미술 작품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유스티티아는 여기에 형평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저울이 더해졌다.정의의 여신은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칼은 정확한 판정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을 상징한다. 디케가 맹인인 이유는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서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디케는 고대 그리스에서 모든 사람에게 숭배되었으며, 아스트라이아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아스트라이아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황금시대에서 은(銀)의 시대를 거쳐 청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세상에서 함께 살았으나, 인간들의 타락이 극에 이르자 하늘로 올라가 처녀자리가 되었다고 한다.정의의 여신은 비록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의 혹은 법의 여신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엄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법과 정의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와 힘겨운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이성에 바탕을 둔 실정법은 보다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
[추천 도서]
스티븐 러벳 지음, 조은경 번역
나무의 철학 펴냄, 2013년 미국 노스웨스턴 법학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러벳은 수십년간 법조계에서 벌어졌던 사례들을 소개한다. 의뢰인, 변호사, 판사, 학계, 의학계를 고루 다루면서 부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의미와 교훈을 생각하게 한다. 선과 악, 가치의 선택 등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이 생생한 재판을 통해 던져진다. 이 책으로 법과 정의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2009년 대한민국 법조계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 등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일반 독자들과 친숙한 법학자 김두식은 이 책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을 ‘신성가족’이라고 표현하며 우리의 사법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조계의 문제점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법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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