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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황제노역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4-04-14 19:34수정 2014-04-14 21:24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4월22일에는 ‘자살공화국’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하루 5억원짜리 노역은 법원·검찰의 합작품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24일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시작했다. 22일은 토요일, 23일은 일요일이라 노역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5억원씩 10억원의 벌금을 탕감받았다. 허 회장이 맡을 일은 쇼핑백 만들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가 쇼핑백을 하루에 100개 만든다면 쇼핑백 하나가 500만원짜리인 셈이다.

형법 제69조 2항에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범위 안에서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돼 있다. 일반서민의 경우 90% 이상의 노역 일당이 5만원으로 계산된다. 허 전 회장의 노역 가치는 일반인보다 1만 배나 크다. 또 이런 계산법은 법원의 실무 관행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판사들은 대개 법에서 규정한 3년(1095일) 대신 1000일로 끊어서 계산을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하루치 노역이 1억1000만원인 것은 그의 벌금 1100억원을 1000일로 나눈 것이다. ‘선박왕’ 권혁 회장도 벌금이 2340억원이었는데 이걸 대략 1000일로 나누니 하루 3억원꼴이 됐다. 유독 허재호 회장의 경우만 노역장 유치 기간을 49일로 잡아 하루 일당을 5억원으로 계산했다. 상식적이라면 벌금액 254억원을 1000일로 나눠 하루 2540만원씩 하거나, 계산하기 편하게 하루 3000만원씩으로 하는 게 고작이다. 더구나 1심에선 하루치 노역을 2억5000만원으로 했는데 항소심에서 두 배나 올렸다. 법원에서 통용되는 셈법을 한참 벗어난 것이니, 누가 봐도 봐주기 판결의 냄새가 짙다. 1·2심 재판장은 모두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근무해온 향판이고 허 회장은 지역 유지다. 향판과 지역 기업인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법원만이 아니다. 검찰도 일당 5억원 노역 판결에 힘을 보탰다. 검찰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했다. 그런데 벌금형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게다가 검찰은 항소, 상고마저 포기했다. 이 덕에 허 전 회장은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밑져야 본전’인 상황에서 항소·상고심을 받을 수 있었고, ‘일당 5억원’ 최종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징역 5년 실형을 구형하고도 1·2심 집행유예 판결에 모두 승복했으니, 참으로 고분고분한 검찰이다.

법원과 검찰이 더는 이런 ‘봐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이번 기회에 벌금형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현행법은 노역 일당을 법관이 재량껏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노역장 유치 기간이나 노역 일당 등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하루 노역에 벌금 5억원 탕감…간 큰 향판

400억원대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귀국해 광주교도소에서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22일) 유치된 허 전 회장은 공휴일에는 노역을 하지 않고도 벌금을 탕감해 준다는 기준에 따라 이틀간 꼼짝도 하지 않고 10억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시작한 노역도 ‘일당 5억원’에 맞지 않는 잡일이었다.

허 전 회장은 2007년 법인세 500억원을 내지 않고 회사 공금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0년 2심 재판을 받던 중 출국해 생활해 오던 허 전 회장은 2011년 대법원에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이 확정됐다. 법원은 허 전 회장이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노역형에 처하도록 환형유치(換刑留置)를 선고하면서 하루 일당을 5억원으로 정했다. 50일만 노역장에서 일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입국한 허 전 회장은 당연히 노역장으로 향했다.

우리 형법은 노역장 유치기간을 최소 1일에서 최대 3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일당을 정하는 것은 법관의 재량에 맡겨 둔다. 통상적으로 일반인의 노역 일당은 5만~10만원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광주고등법원은 허 전 회장의 일당을 일반인의 5000~1만 배로 정했다. 사상 최고의 노역 일당 액수였다.

이를 두고 지역 재판부가 호남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 회장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고법 권역에서만 근무해 온 간 큰 ‘향판(鄕判)’이 국민의 법 감정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결과다. 이번 사태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논란을 촉발해 사법부의 신뢰에 크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다. 사법부는 아무리 법관 재량이라고는 하지만 대다수 납득할 수 없는 노역형이 나온 과정과 근거를 분명히 따져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다시는 특혜성 노역형이 나오지 않도록 일당·유치기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논리 대 논리]
향판제 비판 속 한겨레 ‘검찰 책임’, 중앙 ‘지역 결탁’ 주목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현실에도 적용되는가. 최근 논란이 된 하루 5억원 노역형은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실정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보자.

입법절차에 의해 제정된 성문법과 불문법인 관습법, 그리고 판례법과 조리 등을 포함하여 현실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법을 실정법이라 한다. 이에 비해 자연법은 자연의 질서 또는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법이다. 실정법은 시대와 가치에 따라 상대적이며 가변적이지만 자연법은 시대와 민족, 국가와 사회를 초월하여 타당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질서를 의미한다. 자연법과 실정법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형법 제69조 2항에 따르면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범위 안에서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법조항은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이 노역형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판결은 실정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이번 논란은 실정법과 자연법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수백억원대 탈세와 횡령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한 허재호의 하루 일당을 5억원으로 책정했다. 노역장 유치 기간 49일만 채우면 254억원의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향판이라 일컫는 ‘지역법관제’에 대해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순환 근무 대신 지방 관할 법원 중 한 곳에 부임해서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는 제도인 향판제는 해당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여 판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지역 인사들과의 유착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단점을 가진 제도이기도 하다. 두 사설은 향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부분에서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봐주기 판결의 냄새’가 짙으며 ‘향판과 지역 기업인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중앙은 ‘국민의 법 감정과 시선’을 무시한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또한 한겨레는 ‘고분고분한 검찰’의 태도를 비판한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했으나 1, 2심 집행유예 판결에 모두 승복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항소, 상고마저 포기한 결과 허재호가 ‘일당 5억원’이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 ‘호남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 회장에게 특혜’를 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유전무죄 논란을 촉발해 ‘사법부의 신뢰’에 크게 상처를 입힌 측면을 지적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한겨레는 법원과 검찰 모두의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 지역주의 향판의 문제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두 사설은 동일한 대책을 제시한다. 현재 시행되는 ‘법관의 재량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유치기간과 노역 일당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두 사설 모두 지역법관제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쉽다. 세부적으로 유치기간과 노역 일당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향판제도의 장단점을 살피고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루 5억원이라는 노역형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다. 이번 논란은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토호들의 유착관계를 살피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재산이나 권력의 유무에 따라 노역 일당이 달라지고 그 액수가 상식선을 넘는다면 누구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할 수 있겠는가. 최근 공개된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 액수처럼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일이 벌어질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는 끊임없이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진다. 우리는 자본의 힘이 막강해진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본과 권력이 손을 잡을 때 특권계층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며 각 분야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학연, 혈연, 지연’이라는 전근대적 패거리 문화도 청산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법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을 디케(Dike)라 한다. 디케는 ‘정의’(正義) 혹은 ‘정도’(正道)라는 의미다. 로마시대에는 유스티티아(Justitia)로 대체되었고, 오늘날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디케는 미술 작품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유스티티아는 여기에 형평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저울이 더해졌다.정의의 여신은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칼은 정확한 판정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을 상징한다. 디케가 맹인인 이유는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서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디케는 고대 그리스에서 모든 사람에게 숭배되었으며, 아스트라이아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아스트라이아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황금시대에서 은(銀)의 시대를 거쳐 청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세상에서 함께 살았으나, 인간들의 타락이 극에 이르자 하늘로 올라가 처녀자리가 되었다고 한다.정의의 여신은 비록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의 혹은 법의 여신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엄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법과 정의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와 힘겨운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이성에 바탕을 둔 실정법은 보다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


[추천 도서]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
스티븐 러벳 지음, 조은경 번역
나무의 철학 펴냄, 2013년

미국 노스웨스턴 법학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러벳은 수십년간 법조계에서 벌어졌던 사례들을 소개한다. 의뢰인, 변호사, 판사, 학계, 의학계를 고루 다루면서 부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의미와 교훈을 생각하게 한다. 선과 악, 가치의 선택 등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이 생생한 재판을 통해 던져진다. 이 책으로 법과 정의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2009년

대한민국 법조계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 등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일반 독자들과 친숙한 법학자 김두식은 이 책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을 ‘신성가족’이라고 표현하며 우리의 사법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조계의 문제점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법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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