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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급증하는 자살’ 대책’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4-04-21 19:51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4월29일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자살 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사회안전망 강화부터

보건복지부가 1일 자살 시도자 면접조사와 심리적 부검, 국민 인식 조사를 토대로 대규모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 자리를 9년째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살이라는 현상은 심리학의 대상이나 사회학의 대상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자살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잔혹한 논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은 통계 수치 속에서 개인이 처한 구체적 삶과 고통을 간과하기 쉽다. 둘 다 경계해야 할 태도다.

그런데 복지부가 내놓은 자살예방 대책은 지나치게 의학적인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이 보인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겠다는 대책은 눈에 띄지 않고 전국민 정신건강검진을 추진하겠다고만 밝혔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약물을 복용하고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적 문제는 감춰지고 자살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결국 자살은 마음 약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지고,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한 국가의 책임은 사라진다.

우선은 자살을 야기하는 사회구조를 고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경쟁에 내몰려 소외되거나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내고,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노인과 빈곤층에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확충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지금처럼 높았던 때가 있었다. 1960~1970년대 개발독재 시기다. 1965년 인구 10만명당 29.8명이 자살했고, 1975년 자살률은 31.9명이었다. 박정희식 압축 근대화가 기존의 가족·친족·지역 공동체를 와해시켰고 사회안전망 없는 개발이 인간을 절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그런 비인간적인 사회구조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다.

그래도 당장 응급조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긴급구조망을 연결해줘야 한다. 전북 진안군이 좋은 사례다. 진안군은 2011년 10만명당 자살자가 75.5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깜짝 놀란 전북도가 전수조사를 통해 자살 위험이 큰 노인 63명을 파악한 뒤 전문가들로 하여금 한 달에 한 번씩 노인들을 찾아가 상담하도록 했다. 2012년 사망률은 21.8명으로 뚝 떨어졌다. 1년 만의 변화다. 누군가가 자기들을 돌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죽겠다는 사람, 어떻게 막아” 인식 바꾸자

“인생은 유희가 아니다. 자기의 의사만으로 그것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 한국은 톨스토이의 명언이 무색한 사회다.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201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8.1명이다. OECD 평균의 2.3배다. 증가율도 1위다. 2000~2010년에 10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에 포르투갈·칠레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감소세를 보였다. ‘자살 대란’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국가적 종합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죽겠다는 사람, 무슨 수로 막아’ 하는 안이한 생각이 오늘의 ‘자살 공화국’을 만들어냈다.

자살 유형은 크게 의학적·사회적·철학적 자살로 나뉜다. 이 중 삶에 대한 궁극적인 회의에서 비롯되는 철학적 자살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지 있었다. 예방·관리하기 어려운 자살 유형이다. 반면 고립감·스트레스·충격 등이 반복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자살이나, 육체적·정신적 질병 때문에 일어나는 의학적 자살은 사회 분위기와 정책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자살 원인·유형을 면밀하게 조사한 경우가 드물었다. 그렇다 보니 적확한 대책도 세우기 어려웠다. 1일 보건복지부가 자살 시도자 면접조사와 심리적 부검, 국민 인식조사를 토대로 대규모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살 시도자 1359명의 시도 이유를 조사한 결과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이 37.9%로 가장 많았다. ‘대인관계 스트레스’(31.2%)가 뒤를 이었고 ‘신체적 질병’(5.7%)도 적지 않았다. 의학적·사회적 자살 유형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흔히 자살연구자는 교통사고와 자살을 비교한다. 1990년 초반, 10만 명당 40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경제가 발전하면 차가 늘고 차가 늘면 교통사고 사망이 늘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교통지옥을 만들었다. 이후 교통인프라를 정비하고 법규를 강화하며 대대적인 교통의식 선진화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지금은 10만 명당 10명대로 떨어졌다. 의학적·사회적 자살 역시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확 줄일 수 있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정책방향도 제시해준다. 자살 시도 인구의 자살 사망률은 10만 명당 7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인구의 25배나 됐다. 단기적으로는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비극적 선택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자살 시도자에게 정기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해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울증 등이 정신이상이 아니라 뇌 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복지·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얼마 전 국회 입법조사처는 매년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최대 3조8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죽겠다는 사람, 수를 쓰면 막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사회안전망 강화”…중앙 “고위험군 집중관리”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보건복지부는 4월1일 ‘2013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규모로 이뤄진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부터 발효된 자살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것으로, 자살 원인, 자살 시도자 특성, 자살 위험 요인 등을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7~2011년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로 후송된 8848명 가운데 2012년 말 기준으로 자살을 한 사람은 236명이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약 700명의 자살률이다. 이는 지난해 일반인 자살사망률인 10만명당 28.1명에 비해 25배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5배나 자살할 위험성이 높다는 말이다. 자살 시도자들은 자살 시도의 이유로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37.9%)을 꼽았고, 대인관계 스트레스(31.2%)와 경제적 문제(10.1%)도 꼽았다.

복지부는 자살을 앞둔 이들이 보이는 연령대별 징후도 분석했다. 20대 이하의 경우 에스엔에스(SNS)에 자살 관련 문구나 사진을 올리고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의 특성을 보였다. 30~40대는 음주가 심해지며 가족, 주변인과의 관계를 단절했으며 가정 내 문제도 심해졌다. 50~60대의 경우 자식들에게 ‘부모님을 잘 모시라’는 당부의 말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지나친 호의를 베푸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한국의 자살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사실을 적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중앙은 한국의 자살률이 오이시디 평균의 2.3배요, 자살 증가율도 1위임을 강조하며 보건복지부의 ‘2013 자살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도 이번 조사가 ‘앞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게 쓰일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복지부가 내놓은 자살예방 대책이 지나치게 의학적인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한다. 자살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자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자살을 막으려면 자살을 하게 만드는 사회를 고치자는 개혁론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과도한 경쟁 지양, 노인과 빈곤층에 대한 물질적·정신적 지원이 자살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은 죽겠다는 사람은 막을 수가 없다는 안이한 생각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자살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교통인프라를 정비하고 법규를 강화하며 대대적인 교통의식 선진화 운동’을 벌인 결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줄어들었듯이 자살을 막기 위한 국가적 종합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중앙의 입장이다. 물론 중앙도 자살의 예방책으로 복지·안전을 촘촘하게 다듬어야 함을 말하고 있지만 그 언급의 수위는 한겨레보다 낮은 편이다.

한겨레는 자살의 원인으로 ‘비인간적인 사회구조’를 지목한다. 1960~1970년대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박정희식 압축 근대화가 ‘기존의 가족·친족·지역 공동체를 와해시켰고 사회안전망 없는 개발이 인간을 절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겨레는 현재의 높은 자살률도 과거의 비인간적 사회구조가 그대로 존속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책담당자들이 경제 성장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복지와 분배에도 힘을 써달라는 간접적 주문인 셈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겨레의 해법이 구조적이고 거시적이라면 중앙의 해법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중앙은 자살 시도 인구의 자살 사망률이 일반 인구의 25배나 된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자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할 것을 주문한다. 자살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증 등이 정신이상이 아니라 뇌 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자살률을 낮추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자살 위험성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상담서비스가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라는 높은 자살률을 효과적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청소년들은 자살하기 직전, 이를 암시하는 문구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연합뉴스
청소년들은 자살하기 직전, 이를 암시하는 문구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연합뉴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찾아가는 심리 상담 서비스

전국에서 자살률 1위이었던 전북 진안군의 2012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1.8명으로 71.2%나 감소해 234위로 떨어졌다. 진안군은 65살 이상 전 주민을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하여, 자살 위험도가 높은 진안군 주민 63명을 파악해 ‘찾아가는 심리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을 이장, 학교 양호교사, 노인돌보미 등으로 구성된 자살예방 상담사들이 매주 한 차례 이상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한 달에 한 번은 직접 찾아가 심리 상태도 살핀다. 1년에 서너 번은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청해 주민들을 모아놓고 웃음 치료도 한다. 누군가가 나를 돌봐주고 있다는 느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이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추천 도서]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에밀 뒤르켐 지음, 황보종우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 2008년

뒤르켐은 자살의 원인을 개인적·심리적 측면보다는 사회적 영향에서 찾고 있다. 그는 “자살 경향은 사회적 원인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그 자체가 집단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살을 그 원인에 따라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한다.

일상적인 현실과 타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살이 이기적 자살이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팽배한 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

이타적 자살은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집단에 지나치게 밀착됐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집단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 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살하는 경우가 이 유형에 속한다.

아노미적 자살은 서로 다른 가치 규범이 뒤섞여 있는 사회, 급격한 변동의 와중에 있는 사회에서 일어난다, 뒤르켐의 이 책은 자살이 개인적 사건이기에 앞서 어떻게 사회적 현상인가를 고찰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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