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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5월1일이 어떻게 ‘노동자의 날’이 됐나요

등록 2014-04-28 19:55

2011년 5월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기념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등을 외치는 모습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1년 5월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기념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등을 외치는 모습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NIE 홈스쿨] 노동절의 역사
오는 5월1일은 ‘노동자의 날’입니다. 노동이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매일 노동을 하며 돈을 받고 생활을 유지합니다. 한데 이 일상적인 활동을 노동자의 날이라는 기념일까지 만들어 기념하는 이유는 뭘까요?

노동자의 날이 탄생한 배경을 알려면 산업혁명 이후 노동운동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18세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옵니다. 기계가 발명되고 각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농업 중심 사회는 공업 중심 사회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산업혁명은 면직물 공업 분야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방적기(실을 짜는 기계)의 발명은 질기고 고운 실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방직기(직물을 짜는 기계)의 개량은 면직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이전까지 사람이 하던 일들은 모두 기계가 대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1769년에는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하면서 교통, 통신도 발달합니다.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인구는 도시로 몰려듭니다.

산업혁명은 정치구조를 바꿔놓습니다. 과거에는 봉건영주와 귀족, 농노라는 계급이 있었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자본을 가졌는지 여부에 따라 계급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한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은 크게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을 뜻하는 부르주아와 생산수단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프롤레타리아로 나뉩니다.

자본가들이 지배계급이 될 수 있었던 건 생산수단을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수공업 장인 등 노동자 계급을 단순한 임금노동자로 대우하고 노동 착취를 하면서부터 일어납니다. 산업혁명 초기 일반적인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하루 최고 18시간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지나친 노동강도와 노동시간 등으로 힘들어하던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합니다.

1886년 5월1일 시카고에서
8시간 노동제 요구하며 파업한
노동자들 투쟁 기리기 위해 지정

한국 노동자 연간 노동 2092시간
OECD 회원국가 중 가장 길어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에서 8만여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은 ‘노동시간 8시간으로 단축’을 외치며 파업 집회를 엽니다. 노동자의 날은 이 사건을 계기로 탄생하게 됩니다. 노동자 계급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익 보장 등을 외치러 거리로 나오자 자본가들도 움직입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가 연대하지 못하도록 경찰에 협조를 구하고, 보수 언론들은 노동자들을 ‘공산주의자’라며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5월3일, 시카고 경찰이 파업중이던 노동자들에게 실탄을 발사해 4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음날, 이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가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때 누군가 폭탄을 던져 경찰관 70명이 다치고, 7명이 숨지는 사건까지 일어납니다. 경찰은 집회를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에게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결국 여러 사람이 죽습니다. 경찰은 시카고 투쟁을 이끌었던 노동자 8명을 체포합니다. 이들이 헤이마켓 광장 폭탄 테러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경찰은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체포합니다. 이들은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4명이 교수형, 1명은 감옥에서 자살, 나머지 3명은 세계적인 항의 운동 등을 통해 석방됩니다. 훗날 헤이마켓 사건은 노동운동을 탄압하던 자본가들이 조작한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은 ‘시카고의 8인’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과 지식인들을 움직이게 합니다. 1889년 노동자들의 국제 투쟁 조직인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는데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5월1일을 노동자의 날로 정했습니다. 노동자의 날은 메이데이(May-Day)라고도 불립니다. 한데 노동자의 날을 탄생시킨 미국에서 5월1일은 공휴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노동자의 날은 매해 9월1일입니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헤이마켓 사건과 관련한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1887년 9월1일을 노동자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의 날을 최초로 기념한 것은 일제 치하였던 1923년이었습니다. 5월1일 조선노동총연맹은 2000여명의 노동자를 모아놓고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는 메이데이 행사를 열었습니다.

한데 1958년부터 1993년까지 한국에서 노동절은 5월1일이 아니라 3월10일이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우익 노동단체인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한국노총의 전신)의 재발족일인 3월10일을 노동절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박정희 독재체제였던 1963년에는 이름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습니다.

‘근로자’와 ‘노동자’는 얼핏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단어들입니다. 정부나 기업 쪽에서는 ‘노동자’라는 말 대신 ‘근로자’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말 그대로 ‘근면 성실하게 국가나 회사를 위해 시키는 대로 순종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는 ‘스스로 힘써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독재정권은 1960년대 말 ‘산업전사’, ‘수출의 기수’ 등의 수사를 남발하면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근로자, 즉 노동자를 애국자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포장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이에 계속 문제제기를 했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1994년 결국 3월10일이던 근로자의 날을 5월1일로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름은 ‘노동자의 날’이 아닌 ‘근로자의 날’입니다.

요즘도 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현실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광장으로 나와 투쟁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금속 노조, 자동차 노조 등의 활동이 활발한 탓에 우리는 생산직에서 일하는 이들만이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이란 단어의 뜻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인 만큼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주체적으로 일하며 벌이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자입니다. 1886년 시카고에서 노동자들이 외쳤던 ‘하루 8시간 노동 보장’도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유효한 구호입니다. 우리나라의 2012년 연간 실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05시간)을 400시간 가까이 웃도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노동문제의 발생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노동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산업 자본가들은 공장제 기계 공업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과 값싼 임금 그리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며 산업 재해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였다. 일부 자본가들은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성인 노동자 대신 부녀자나 아동을 고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당시의 노동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였으며 노동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고등학교 <사회·문화>, 금성출판사 236쪽)

책으로 확장하기 | 노동의 종말과 서서히 죽어가는 노동자들

인간의 노동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기술이 진보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공고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계급 양극화는 더 심해집니다. 미국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 등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게 아니고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긴 하지만 임금이 낮은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입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사회 양극화를 부르고,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는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노동의 종말> 12장 ‘노동자 계급을 위한 진혼곡’을 보면 인간의 노동력이 죽어가고 눈먼 고용주와 여기에 무관심한 정부가 등장하면서 노동자들이 적은 보수와 긴 노동시간,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잃게 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지식정보산업사회에서의 인간의 노동

서강대 2003년 정시 논술에서는 ‘노동의 신성한 의미’(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나), ‘산업화 초기 유럽 노동자의 비참한 상황’(다), ‘노동자의 소외’(라) 등을 담은 각각의 글을 활용해 ‘현재 이루어지는 노동 상황의 변화와 미래의 노동자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논제가 주어졌습니다. 일찍이 산업혁명은 노동의 비인간성을 불러왔습니다. 이 논제는 지식정보산업사회의 등장이 새로운 노동의 해방이 될 것인지 아니면 산업혁명보다 더한 노동의 질곡이 될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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