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3층 오키드홀에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29개 대학 학보사 편집장들이 ‘우리 사회 대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전국 학보사 편집장 토론회
학문전당·지성인 성장 기대했지만
취업준비와 학자금에 스트레스
기초·교양교육 충실한 대학 원해
학문전당·지성인 성장 기대했지만
취업준비와 학자금에 스트레스
기초·교양교육 충실한 대학 원해
“대학은 ‘썸’이다.” 한성대 학보 <한성대신문>의 한재원 편집국장은 요즘의 대학을 (젊은) 남녀가 서로한테 호감을 느끼지만 공식적으로 사귀지는 않는 아슬아슬한 상태를 가리키는 신조어 ‘썸’에 비유했다. 한씨는 “캠퍼스 낭만에 젖는 것도 잠시일 뿐, ‘취업 준비’라는 바람을 피우느라 대학과 연애를 해보지도 못하고 썸에서 그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국 29개 대학의 학보사 편집장들이 모여 ‘지금의 대학’을 말했다. 지난 6일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겨레>가 후원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전국 대학 학보사 편집장 흉금 토크-이 시대 우리에게 대학이 뭐길래?’에서 이들은 오늘의 대학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했다.
■ 애증의 대학 이들이 경험한 대학은 희망과 낙담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오로지 학업에만 신경을 쓴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은 ‘놀이공원’이 되기도 하고, 여러 색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여러 색을 짜놓은 팔레트’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보사 편집장들은 대학의 어두운 점을 먼저 지적했다. 입학 전엔 무한한 자유가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학은 ‘신기루’였다. <춘천교대신문>의 장보배 편집국장은 “어른들은 대학만 가면 뭐든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취업 걱정은 물론이고, 쓰고 싶은 기사를 학교 쪽의 만류로 학보에 싣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 경쟁 속에서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 학원’ 역할에 만족하는 세태를 꼬집는 발언도 이어졌다. 김도연 <전북대신문> 편집장은 대학을 ‘인터넷에서만 유명한 맛집’에 비유했다. 김씨는 “블로그에 나온 맛집에 직접 가서 먹어보면 실망스럽다. 맛에 중점을 둬야 할 음식점이 홍보에만 신경을 쓰는 것처럼 요즘 대학은 학생들 공부보다 취업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준현 <울산대신문> 편집국장은 “등록금이 비싸지만 4년간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훌륭한 지성인이 될 줄 알았는데 얻은 거라곤 학자금 대출금과 취업 스트레스다. 자판기가 고장나면 넣은 돈도 못 돌려받고 음료도 못 마시고 화가 나듯 지금 대학은 ‘돈 먹은 자판기’와 다름없다”고 했다.
■ 이런 대학, 등록금 아깝지 않다 학보사 편집장들의 토론 결과, 이들이 바라는 대학은 결국 학문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공간이다. 김주환 경희대 <대학주보> 편집장이 “교양교육에 신경쓰는 대학이면 좋겠다. 다들 편집장이라 교수나 학생들 기고문 받아보면 알지 않나. 다들 되게 못 쓴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공감한다는 듯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대학들이 대학평가에 굉장히 휘둘린다. 낮게 나온 분야가 있으면 (예산을) 쏟아붓고 학과를 통폐합한다. 나름의 철학을 갖고 인재를 양성하는 게 대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재원 <한성대신문> 편집국장도 “대학 구조조정으로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을 바탕으로 소위 비인기학과가 통폐합 1순위다. 대학이 마땅한 구실을 하려면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기초학문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대학본부 및 교수들과의 소통에 대한 목마름도 컸다. 충남대 학보 <충대신문>의 오수민 편집국장은 “교수·교직원·학생 모두 ‘따로국밥’처럼 자기 갈 길만 갈 뿐이다.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 학보 <성신학보>의 이윤수 편집장은 “과제도 제출하면 그뿐이고 피드백이 없다. 단지 점수 매기기 수단으로만 사용된다”며 교수와의 소통 부재를 아쉬워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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