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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법적용…헌법의 ‘노동자 단결권’도 모르쇠

등록 2014-06-19 20:17수정 2014-06-20 15:4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도부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도부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교조 법외노조로] 1심 법원 판결 뜯어보니
“근로자 아닌자 가입…노조 아냐”
해직자 가입 다른 노조도 ‘사정권’

“시정령·벌금 그치면 정의에 반해”
15년전 허위규약 제출 문제삼아

“교사는 다른 노동자와 다르다”
단결권 적용에 엄격한 기준 강변
법원이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면서 법적 다툼의 1차전은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보수 정권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경시한데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둔 다른 노조들의 법외노조화도 당연시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정부 손을 들어준 논리는 단순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직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정의하는 교원에 해직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두 법률은 노동위원회에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해놓은 사람은 예외적으로 노조원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9명의 전교조 해직교사들은 송원재 전 대변인처럼 유죄를 선고받아 퇴직당하거나, 다른 일로 해임이 확정된 이들이라 이런 단서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재판부의 쟁점별 판단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재판부의 쟁점별 판단
재판부는 또 전교조가 법외노조라고 선언하기 위해 15년 전 노조설립 신고서 제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1999년 6월27일 이미 해직교사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주는 내용을 포함한 규약을 마련하고도 며칠 뒤인 그해 7월1일 설립신고를 하면서 이를 빼고 “허위 규약”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립신고 당시에 이미 규약이 노조법에 위배됐음에도 허위 규약을 제출해 설립신고를 했는데, 이럴 경우 시정명령과 5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받으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의 논리는 전교조가 설립 뒤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이런 ‘트집’을 잡고 시정명령을 내리기 시작한 노동부의 입장을 충실히 받아들인 것이다. 노동부와 재판부는 전교조가 허위 규약을 제출했다고 판단했지만, 전교조는 당시 대의원대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규약 변경이라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단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 조항을 좁게 해석했을 뿐 아니라, 노조 등 결사체의 자주성·독립성·민주성 등도 전반적으로 가볍게 본 것으로 분석된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어용노조를 경계하려는 뜻이라는 게 전교조 등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법원은 그 반대 취지에서 노조법을 적용한 셈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전국금속노조나 전국언론노조 등 여러 노조들도 법외노조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미 개별 사업장이 아닌 전국 단위 노조나 부문별 노조에 대해 ‘현재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과 활동을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결론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듯 교원들의 단결권에 대해 보수적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판결문은 “교사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특히 윤리적, 중립적, 전문적이어야 하고, 교육권을 가진 학생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점에 비추어 더 특별한 규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규정으로 제한되는 교사의 노조 단결권에 견줘 학생들의 교육권이나 교육제도 유지 등 공익이 더 크다”고도 했다. 전교조 설립 초기부터 보수 진영이 보여온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는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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