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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알통학·잘잘학…하고 싶은 일 배우는 ‘열정대학’

등록 2014-07-07 19:28수정 2014-07-07 20:32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 안에 위치한 열정대학 사무실에서 재학생인 이성미(왼쪽부터)씨와 전혜영씨, 유덕수 학장, 이동완 교육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 안에 위치한 열정대학 사무실에서 재학생인 이성미(왼쪽부터)씨와 전혜영씨, 유덕수 학장, 이동완 교육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셜벤처 ‘열정대학주식회사’

학생이 직접 선택·전공과목 개설
관련 분야 독서와 전문가 인터뷰
한 학년에 3개월…1년이면 졸업
17개 전공 86개 과목 179명 재학
일반대학생들도 입학해 열공중
유덕수 학장 “삶의 무한도전”
‘알통학과’, ‘섹스학과’, ‘습관고쳐볼과’, ‘얼리버드 프로젝트’.

이런 학과가 실제 있을까. 제목만 들어서는 정확히 무엇을 공부하는지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열정대학’(passioncollege.com)에 실제 개설한 학과다. 이 대학은 오프라인 캠퍼스가 없다. 온라인 공간에서 운영한다. 수업이나 특강은 주로 스터디카페나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센터를 빌려서 진행한다.

‘알통’학과는 말 그대로 운동으로 알통을 만드는 줄 알았다. 헌데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을 공부하는 과목이란다. 섹스학과는 20대 성교육전문가를 꿈꾸는 이석원씨가 만든 학과로 책 <인간의 성>을 공부한다. 선택과목으로 ‘습관고쳐볼과’(손톱 뜯는 습관을 고쳐 기타 배우기),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굴 들어가기’(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6개월간 연기 오디션 최소 10번 보기), ‘100일간의 자기혁명 얼리버드 프로젝트’(100일간 새벽 기상해 두 시간 동안 자신을 단련하기) 등도 있다.

열정대학은 일반 대학처럼 일방적으로 과목을 만들지 않는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과목으로 만든다. 20대라면 누구나 입학 가능하다. 소속 학교나 능력보다 진정성과 도전의식을 보고 뽑는다. 현재 179명이 재학 중이며 17개 전공, 86개 선택과목이 개설돼 있다. 신입생은 워크숍 참가비를 포함해 20만원을 내고, 이후 등록금은 3개월에 10만원이다.

유덕수 열정대학 대표이자 학장은 “입학하자마자 학생들은 먼저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할 일을 정리한 목록)를 100개 이상 작성한다. 이중 맘에 드는 걸 선택과목으로 만들어 진행하고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으면 전공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다”며 “단, 전공과목은 관련 분야 독서와 전문가 인터뷰, 프로젝트(플래시몹, 영상 제작, 여행 등 방식은 본인이 정함)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한 대학 문화관광콘텐츠학과에 다니고 있는 전혜영(25)씨는 열정대학에서 ‘잘먹고잘살기학과’(이하 잘잘학과)를 만들었다.

“3수 끝에 대학에 갔는데 학원 다니고 자격증만 땄다.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들 다 하니까 따라한다는 허무감이 들 무렵 열정대학을 알게 됐다.”

전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처음 입학해서 합창과 뮤지컬을 신청해 배웠다. 지금껏 배우고 싶었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못했던 일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매일 살과 다이어트에 집착했다. 그러다 섭식장애가 와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나니 잘먹고 잘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전씨를 포함해 잘잘학과를 신청한 6명의 학생은 3개월 동안 세계적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등 10권의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썼다. 20년 넘게 식물성 식품만 먹어온 황성수 신경외과 의사와 김은경 한국 채소 소믈리에(채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고객들에게 좋은 채소를 권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 협회장, 도혜강 채식 보디빌더를 인터뷰하고 한 달간 직접 채식도 했다. 전씨는 “공부할수록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푸듀케이터(식생활교육 전문 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애초 열정대학은 유 학장이 유학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싸이월드에 만든 클럽 커뮤니티였다. 그는 “당시 돈은 많이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서른 살, 우연한 기회에 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고 난 뒤 ‘20대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왜 다들 똑같은 자기 계발만 하고 있을까. 그건 바로 ‘자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의 <무한도전>을 보는데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감동하고 성장하는 걸 느꼈다. 그 프로그램처럼 젊은이들이 꿈을 위해 도전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유 학장은 결국 2011년 말, 유학 사업을 접고 소셜벤처인 ‘열정대학주식회사’를 세웠다. 그는 “최고라고 손꼽히는 대학은 애초 뛰어난 인재를 뽑기 때문에 최고”라며 “열정대학은 어느 누가 들어와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살며 최고가 되는 학교”라고 얘기했다.

열정대학 누리집 후기 게시판에는 3만5000개의 글이 있었다. 학생들은 드라마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을 연출한 표민수 감독,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 등 본인들이 만난 전문가 이야기나 공부하며 느낀 내용을 공유했다.

열정대학은 한 학년당 3개월 과정이라 1년만 다니면 졸업할 수 있다. 단, 입학과 달리 졸업 자격은 까다롭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로 밥먹고 살 수 있을 때’가 왔거나 ‘열정대학을 나가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당당하게 지낼 수 있을 때’다. 졸업여부는 본인이 결정한다.

이성미(24)씨는 2년 전 입학한 열정대학에서 꿈을 찾았다. 일반 대학에서 식품산업관리학과를 전공하는 그는 지금 시치료(시 쓰기를 중심으로 한 치료법)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원래 시를 좋아했다. 힘들 때마다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열정대학에서 사회적 자기치유학과 그림치유학 수업을 신청해 정신분석학과 상담 등을 공부했다. 4학년 때 문학치유를 접하고 직접 학과를 만들었다.”

이씨는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연구실 앞까지 찾아가 문 앞에 편지를 두고 오기도 했다. 최소영 한국시치료연구소장을 인터뷰한 인연으로 현재 일반 대학을 휴학하고 연구소에서 일을 도우며 시치료 전문가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열정대학에 온다고 해서 무조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금방 찾는 건 아니다. 설령 못 찾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정대학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건 특정 진로를 정한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노력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내’가 됐다는 거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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