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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결국 남는 건 사진뿐?” 마음에 담으면 더 생생

등록 2014-07-28 19:48수정 2014-12-31 08:39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휴가철을 맞아 여행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많아졌다. 사진은 추억하고 싶은 순간과 당시의 감정으로 안내해주는 고마운 도우미다. 사진 찍기는 여행지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활동이 되었다. 공들여 찍은 사진의 메모리카드를 분실하면 여행은 허무해진다.

2013년 2월 독일 훔볼트대학 연구진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느끼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 부러움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휴가지 사진이 타인들의 부러움을 유발하는 으뜸 요인이었다. 지난날 저마다의 추억을 위해서 간직하던 사진이 이젠 찍은 즉시 공유하는,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로 변하고 있다. 주변의 한 친구는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지” 하며 수시로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다른 친구는 “난 사진 안 찍어”라고 말한다. 사진 촬영을 꺼리는 친구는 “나는 ‘결국 사진밖에 안 남는다’는 말을 싫어한다. 인상적인 곳을 사진 대신 마음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사진으로 남겼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순간과 풍경을 마음에 새겨두려는 마음이 제대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크라테스도 문자의 확산 현상을 두고 비슷한 말을 했는데, 제자 플라톤은 이를 <파이드로스>에서 전한다. “문자를 배운 사람은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더 많이 잊게 될 것이다. 기억을 위해 내적 자원에 의존하기보다 외적 기호에 의존하게 된다. 사람들은 적절한 가르침 없이도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어 실제로는 거의 무지하다 할지라도 지식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진정한 지혜 대신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장차 사회에 짐만 될 것이다.”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의 말을 오늘날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기억하려는 대신 손쉽게 외부 장치에 의존하는 행위가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오늘날 디지털 문명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예지적이다. 사진은 여행과 휴가를 지배하는 대신 추억을 위한 실마리가 될 때 더 유용하다. 인증사진 찍느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공유만 하는 여행을 되돌아볼 때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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