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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쉬운 수능시험에도 변별력은 있다

등록 2014-07-28 19:59

안연근 교사의 대입 나침반
올해 수능시험은 쉽게 출제된다고 한다. 만점자 수가 응시자의 1% 정도면 쉬운 문제라고 하는데,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국어B형을 뺀 나머지 영역 모두 만점자 수가 1%를 상회하여 쉬운 수능을 예고했다. 특히 영어 영역은 응시자의 5.37%(3만1007명)가 만점을 받아 난이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쉬운 수능에 대한 비판 의견은 한마디로 “시험은 시험답게 적정한 변별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쉬워지면 점수의 인플레이션, 동점자의 양산으로 눈치 지원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고액의 진학 컨설팅이 성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여 수험생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면 재수생과 삼수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쉬운 수능은 대입에서 과연 변별력이 없을까? 필자는 쉬운 수능도 변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의 4개 영역 조합 방식에 따라, 영역별 반영 비율이나 가산점 부여 방식에 따라 변별력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은 운전면허시험처럼 일정한 점수만 획득하면 그 수와 관계없이 합격시켜주는 절대평가가 아니다. 대학은 점수와 관계없이 모집인원 안에서 등수로 합격·불합격을 결정짓는 상대평가를 한다. 문제가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등수(석차)는 나타난다. 문제가 쉽고 점수가 인플레이션 된다고 해서 상대평가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점자 수는 많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점자우선처리기준’만 명확하다면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논쟁이 2008학년도 ‘수능등급제’에서 있었다. ‘수능등급제’란 수능 성적표에 표준점수·백분위는 제공하지 않고 등급(9등급제)만 표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수능등급제’에 대해 당시 진학 전문가들은 “등급만으로 수험생을 변별하기 곤란하다. 동점자 수가 많아져 진학 상담 시 대혼란이 있을 것” 이라고 우려하였다. 그러나 수능 성적을 반영 영역별 조합+영역별 반영 비율+가산점 등의 전형방법으로 적용하니까 변별력에 큰 문제가 없었다. 여기에 수능+학생부+대학별고사라는 전형요소까지 조합 변수로 작용하여 학생 선발에 큰 혼란이 없었다.

작년도 수능 문제와 비교하여 ‘쉽다’ ‘어렵다’는 논란은 대입에서는 부질없다. 올해 수험생은 올해 수능 성적으로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험생의 학습부담 경감 차원에서 수학을 쉽게 출제하면 좋겠다. 올해 모의고사 수학 5등급 컷 원점수(100점 만점)는 20점대이다. 수학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수학 포기자가 그냥 응시하기 때문에 이런 점수 분포를 보인다. 현재 일반고 3학년 중에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은 반당 3분의 2 정도이다.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도 전체 공부 시간 대비 수학 공부 시간이 문과생은 5할, 이과생은 7할을 투입할 정도로 학습 부담을 하소연하고 있다.

수학에 발목이 잡힌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성취감을 상실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의 난이도를 낮추기보다는 수학의 난이도를 현재보다 대폭 낮추어야 한다. 현재에도 <교육방송>(EBS) 영어교재 지문이 그대로 수능에 출제되면서, 영어 실력이 하위권대인 수험생은 영어가 아니라 지문의 한글 해석 내용을 외우는 웃지 못할 공부법이 성행하고 있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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