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의 한 멘토링실에서 서울 인창고 1학년 김형필(왼쪽)군과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노미래씨가 자기주도학습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서울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관내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주고, 지역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 멘토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관내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주고, 지역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 멘토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노미래씨는 지난 3년 동안 통학하느라 고생이 심했다. 집은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 부근. 학교가 있는 신촌까지는 2시간 거리다. 행여 직장인들의 출근시간과 겹칠까 싶어 아침 수업이 있는 날엔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평소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터라 귀가 시간은 늦어지기 일쑤였다. 3학년 2학기가 되어 실습 과목이 많아지면서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개강 첫 달에 코피가 터졌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몸이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에서 ‘서대문구에서 운영하는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 입주 대학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봤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5만원을 내면 약 6평(20㎡ 내외)짜리 2인실 풀옵션 원룸 입주가 가능했다. 서대문구에서 이 정도 규모의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은 내야 하므로 파격적인 집세였다. 한데 조건이 있었다. 임대료가 저렴한 대신 서대문구 지역 초·중·고교생에게 재능기부로 학습·문화·인성 등 일대일 멘토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미래씨는 “고3 때 수험생활로 힘들었던 내게 멘토가 되어준 학교 선배 언니가 떠올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싶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98-13번지. 지난 4월1일 미래씨는 1층에 주차장, 2~4층에 방이 있는 필로티 구조(1층은 기둥만을 세워 두고 2층 이상에 방을 두는 식의 건축 구조)의 건물에 입주했다. 건물 이름은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이하 ‘다락방’)이었다. 학교까지 버스로 약 20분 거리. 다락방에 입주한 덕분에 상당한 시간과 돈을 절약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만원이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낼 수 있는 임대료였다. “학교가 멀더라도 외동딸 혼자 자취를 하는 건 위험하다”며 걱정했던 부모님은 이 주택이 구청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안심을 했다. 외동딸인 미래씨는 이 주택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남동생도 한 명 생겼다. 미래씨에게 지난 6월17일부터 멘토링을 받고 있는 김형필(서울 인창고 1년)군이다.
“형필이는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점잖아요. 그림도 굉장히 잘 그립니다.”
지난 17일 다락방 2층에 있는 한 멘토링실. 미래씨가 이렇게 칭찬하자 형필군이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중하위권을 맴도는 성적. 공부를 좀더 잘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형필군은 담임교사를 통해 대학생 멘토링 사업 얘기를 들었다. 방과후 은평구에 있는 유명 단과학원에 다녔지만 공부에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한데 ‘누나’ 미래씨와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부쩍 재미가 붙고 있다. 두 사람이 하는 멘토링은 교과목 수업을 보충하거나 문제풀이 등을 하는 과외식 멘토링이 아니다. 멘토는 멘티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등을 함께 고민해보고 멘티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 방법을 설계하도록 돕는다. 이런 식의 자기주도학습 멘토링을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진행한다.
서대문구의 대학생 임대주택사업
저렴한 임대료에 입주 대학생 모아
관내 청소년 학습·진로 지도 맡겨
문제 풀이보다 자기주도공부 설계
멘토-멘티 양쪽 다 만족감 높은
지역 선순환 재능기부 프로그램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무료 교육 서비스지만 형필군이 느끼는 만족감은 비싼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닐 때보다 훨씬 크다. 형필군은 “무엇보다도 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 형필군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미래에 건축가가 되고 싶어서다. 평소 노트에 입체도형 등을 자주 그리는 형필군의 모습을 보고 미래씨가 “건축 분야도 잘 맞을 것이다”라고 운을 뗀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9일 형필군은 미래씨와 함께 연세대학교에 학교 탐방을 갔다. 멘토-멘티는 두 달에 한 번 6만원 예산으로 문화활동도 한다. 이 비용은 한 사람당 3만원씩 구청에서 지원한다. 형필군은 “누나가 학교 건물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건물들과 거기서 어떤 강의를 하는지 알려줬다”며 “나도 이런 좋은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다락방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씨도 얻은 게 많다. 미래씨는 “내가 누군가에게 ‘잘하자!’라는 말을 하려면 나부터 잘해야 하는 것 같다”며 “형필이 덕에 나 역시 생활이나 학업 면에서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다락방 멘토링은 대학생과 지역 청소년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기존의 대학 연계 사회봉사 프로그램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에게는 주거 공간을 지원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관내 초·중·고교생들에게는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의 ‘선순환 기부’ 프로그램이다. 현재 천연동 다락방의 총 입주생 48명 중 서대문구 관내 아동복지센터인 구세군 서울후생원에서 학습 멘토로 일하고 있는 2명을 뺀 46명이 미래씨처럼 일대일 멘토링에 참여한다. 그중 5명은 슈퍼바이저로 활동하며 멘토들이 멘토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멘티들은 천연동 주민센터와 인근 초·중·고교에서 추천받은 초등생 3명, 중학생 14명, 고교생 24명 등 41명이다. 이들은 오는 12월까지 다락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멘토는 임대주택에 기본 2년 계약으로 입주했다. 재학생 신분이 유지되고 있는 동안 계약은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지난 17일 저녁 7시 다락방의 다른 멘토링실에서는 두 학생이 마주앉아 자매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간호학과 2학년 권하은씨와 서울 동명여중 1년 장연수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수양의 방과후 일과는 집에서 쉬거나 과제를 하는 등 다른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원도 다녔지만 만족스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수양은 “학원에서 여럿이 모여 공부를 하니 모르는 게 있어도 질문을 할 때도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어느 날 동네 주차장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주택이 세워지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물었다가 “대학생들이 들어오고, 그곳에서 멘토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락방 멘토링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마음씨가 곱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가르쳐줄 것 같았습니다.” 연수양은 ‘언니’ 하은씨를 처음 봤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두 사람은 매주 화·목요일 저녁에 만나 매번 두 시간 동안 자기주도학습 관련 계획 등을 세우고, 계획에 맞게 해온 공부 결과를 검토하는 식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서대문구에서 개최한 ‘휴먼 라이브러리’ 행사에 참여해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글도 썼다. 하은씨는 연수양이 앞으로 50년 동안 나이대별로 무슨 활동을 할 것인지를 적어오는 과제를 성실하게 해온 것을 보며 대견해했다. 하은양은 “보통 학원 수업은 강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거나 문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진행하는데, 멘토링 시간에는 과목별로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짚어줘서 나 혼자 해볼 수 있게 해준다. 정말 좋다”고 만족해했다. 다락방 멘토링 프로그램에 만족하는 건 하은씨도 마찬가지다. 하은씨의 고향은 충북 음성.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며 통학을 하다가 이곳에 입주했다. 침대·책상·에어컨 등의 시설을 갖춘 공간이 월 5만원이라는 점에 놀랐다. 기숙사가 아니기 때문에 취사시설까지 구비하고 있어 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 하은씨는 “지역사회 아이디어 덕분에 좋은 공간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또 “나도 어렸을 때 대학생 언니·오빠와 함께 공부하며 동기부여도 하고, 마음으로 그분들에게 의지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점에서 연수가 부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지난 17일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의 또다른 멘토링실에서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간호학과 2학년 권하은(왼쪽)씨와 서울 동명여중 1학년 장연수양이 방학 때 함께 공부할 것들을 의논하다가 활짝 웃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에 입주 대학생 모아
관내 청소년 학습·진로 지도 맡겨
문제 풀이보다 자기주도공부 설계
멘토-멘티 양쪽 다 만족감 높은
지역 선순환 재능기부 프로그램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무료 교육 서비스지만 형필군이 느끼는 만족감은 비싼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닐 때보다 훨씬 크다. 형필군은 “무엇보다도 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 형필군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미래에 건축가가 되고 싶어서다. 평소 노트에 입체도형 등을 자주 그리는 형필군의 모습을 보고 미래씨가 “건축 분야도 잘 맞을 것이다”라고 운을 뗀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9일 형필군은 미래씨와 함께 연세대학교에 학교 탐방을 갔다. 멘토-멘티는 두 달에 한 번 6만원 예산으로 문화활동도 한다. 이 비용은 한 사람당 3만원씩 구청에서 지원한다. 형필군은 “누나가 학교 건물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건물들과 거기서 어떤 강의를 하는지 알려줬다”며 “나도 이런 좋은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다락방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씨도 얻은 게 많다. 미래씨는 “내가 누군가에게 ‘잘하자!’라는 말을 하려면 나부터 잘해야 하는 것 같다”며 “형필이 덕에 나 역시 생활이나 학업 면에서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다락방 멘토링은 대학생과 지역 청소년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기존의 대학 연계 사회봉사 프로그램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에게는 주거 공간을 지원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관내 초·중·고교생들에게는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의 ‘선순환 기부’ 프로그램이다. 현재 천연동 다락방의 총 입주생 48명 중 서대문구 관내 아동복지센터인 구세군 서울후생원에서 학습 멘토로 일하고 있는 2명을 뺀 46명이 미래씨처럼 일대일 멘토링에 참여한다. 그중 5명은 슈퍼바이저로 활동하며 멘토들이 멘토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멘티들은 천연동 주민센터와 인근 초·중·고교에서 추천받은 초등생 3명, 중학생 14명, 고교생 24명 등 41명이다. 이들은 오는 12월까지 다락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멘토는 임대주택에 기본 2년 계약으로 입주했다. 재학생 신분이 유지되고 있는 동안 계약은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지난 17일 저녁 7시 다락방의 다른 멘토링실에서는 두 학생이 마주앉아 자매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간호학과 2학년 권하은씨와 서울 동명여중 1년 장연수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수양의 방과후 일과는 집에서 쉬거나 과제를 하는 등 다른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원도 다녔지만 만족스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수양은 “학원에서 여럿이 모여 공부를 하니 모르는 게 있어도 질문을 할 때도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어느 날 동네 주차장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주택이 세워지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물었다가 “대학생들이 들어오고, 그곳에서 멘토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락방 멘토링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마음씨가 곱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가르쳐줄 것 같았습니다.” 연수양은 ‘언니’ 하은씨를 처음 봤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두 사람은 매주 화·목요일 저녁에 만나 매번 두 시간 동안 자기주도학습 관련 계획 등을 세우고, 계획에 맞게 해온 공부 결과를 검토하는 식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서대문구에서 개최한 ‘휴먼 라이브러리’ 행사에 참여해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글도 썼다. 하은씨는 연수양이 앞으로 50년 동안 나이대별로 무슨 활동을 할 것인지를 적어오는 과제를 성실하게 해온 것을 보며 대견해했다. 하은양은 “보통 학원 수업은 강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거나 문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진행하는데, 멘토링 시간에는 과목별로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짚어줘서 나 혼자 해볼 수 있게 해준다. 정말 좋다”고 만족해했다. 다락방 멘토링 프로그램에 만족하는 건 하은씨도 마찬가지다. 하은씨의 고향은 충북 음성.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며 통학을 하다가 이곳에 입주했다. 침대·책상·에어컨 등의 시설을 갖춘 공간이 월 5만원이라는 점에 놀랐다. 기숙사가 아니기 때문에 취사시설까지 구비하고 있어 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 하은씨는 “지역사회 아이디어 덕분에 좋은 공간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또 “나도 어렸을 때 대학생 언니·오빠와 함께 공부하며 동기부여도 하고, 마음으로 그분들에게 의지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점에서 연수가 부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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