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스마트폰에 쉴 틈 없는 뇌…창의성은 멍하게 쉴 때 작동

등록 2014-08-25 19:29수정 2015-03-16 11:16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최근 만난 한 통신사 임원은 중학교 3학년 딸이 인터넷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팝스타들의 공연 티켓 초대권을 유료로 파는 인터넷 글을 보고 카카오톡으로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뒤 10만원을 송금했으나, 티켓이라며 보내온 것은 빈 봉투였다. 경찰에 신고하고, 허락 없이 낯선 사람을 인터넷으로 접촉하다가 사기당한 딸은 벌칙으로 스마트폰을 압수당했다.

딸은 압수 초기 스마트폰 없이 방학을 보내는 것에 못내 지루해하더니, 일주일이 지나면서는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이후로는 거들떠보지 않던 피아노를 만지기 시작했다. 딸은 지루함에 못 이겨 눌러본 피아노를 사나흘이 지나면서 갈수록 집중해서 치고, 오랫동안 잊었던 즐거움을 되찾은 것 같다는 게 아버지의 전언이다. 스마트폰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잊었다고 말한다.

뇌 속에 얽히고설켜 있는 신경섬유. <한겨레> 자료사진
뇌 속에 얽히고설켜 있는 신경섬유. <한겨레> 자료사진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는 한가로움이나 여유로움을 누리기 한층 어려워졌다. 늘 휴대하고 다니는 소통수단이라는 점도 있지만,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알림’을 밀어넣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정보로 사용자의 관심을 끌려고 경쟁하는 통에, 사용자가 그 유혹을 벗어나 무위의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을 보면 한 가지 일만 하거나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게 왠지 불안할 정도다. 16세기 유럽 청교도운동은 쉼을 죄악시하고 근면한 노동이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한국 사회만큼 무위도식을 추방해야 할 사회악으로 여기는 곳도 없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의 연구 결과는 휴식과 무위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아성찰, 사회성, 창조성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두뇌 활동은 뇌에 아무런 인지 부하를 주지 않을 때, 즉 멍하게 쉴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도, 뉴턴도 연구실이 아닌 곳에서 멍하게 지내다가 놀라운 발견을 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