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마지막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시내 고교생의 학업중단(자퇴) 사유를 집계한 결과 강남은 ‘해외출국’, 비강남 지역은 ‘학교 부적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시 교육청의 ‘2013년 고교별 학업중단 현황’ 자료를 보면 고교생의 학업중단 사유는 소재 지역에 따라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강남구의 경우 ‘해외출국’(유학·연수·이민·파견동행)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경우가 278명으로 구 전체 학업중단자(512명)의 54.3%를 차지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자치구 가운데 해외출국으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7.8%(15명)를 기록한 구로구였다. 반면 ‘학교 부적응’(학업부진·대인관계·교칙압박 등)으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은 중랑구가 71.3%(174명 중 124명)로 가장 높고, 서초구가 15.9%(322명 중 51명)로 가장 낮았다. 강남구는 21.1%로 서초구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해외출국으로 인한 학업중단이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보다 많다는 게 특징이다.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학교 부적응 사유가 해외출국 사유보다 많았다. 해외출국으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이 높은 상위 5개 자치구는 강남(54.3%), 서초(44.4%), 종로(35.2%), 송파(29.2%), 양천(28.1%)으로 주민의 경제력·학력수준이 높은 자치구 순위와 대체로 일치했다. 종로구의 경우엔 특목고인 서울예술고의 해외출국자(17명)가 포함되면서 순위가 올라갔다. 개별 학교 가운데 해외출국 학업중단자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 ㅅ고로 30명이나 됐다. 이 수치는 구로구(15명)와 금천구(13명)의 모든 해외출국 학업중단자 수를 더한 것보다 많다.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이 높은 지역은 중랑(71.3%), 성북(60.5%), 강서(56.8%), 은평(56.5%), 마포구(56.3%) 등 강북과 서남부의 서민층 밀집지역이었다. 부적응 학업중단 비율이 낮은 5개구는 서초(15.9%), 강남(21.1%), 송파(28.0%), 양천(32.2%), 종로구(35.3%)로 해외출국 학업중단자가 많은 상위 5개구와 겹쳤다.
고교 유형별로도 학업중단 사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특목고(외국어고·과학고·예술고)는 출국으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8.8%였다. 반면 특성화고(옛 실업계고)는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이 63.3%로 압도적이었고, 가사로 인한 학업중단 비율도 8.0%로 다른 유형의 학교들보다 높았다.
유인태 의원은 “경제력과 교육환경의 격차가 학업중단의 형태에도 고스란히 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서민층 주거지역의 일반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지원과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보호·복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