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마실’ 투어가 진행된 지난 18일 이소주 작가가 문래동 거리의 철제 조형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유미 기자
[함께하는 교육] 청소년 대상 행사 풍성
10월과 11월은 이른바 ‘축제의 계절’로 불린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도 있지만 중간고사를 끝낸 청소년들이 관심 가져볼 만한 행사들도 눈에 띈다. 청소년이 직접 기획한 축제부터 동네 역사와 문화 낯설게 보기, 춘천 가는 기차 안에서 독서강연 듣기 등 놀거리, 배울거리 넘치는 행사들을 소개해본다.
학생 스스로 기획해 친구들 초대
‘우리들 이야기’ 풀어놓는 마당
세월호 ‘못다핀 꽃’ 펼치는 행사도
예술거리서 동네 역사·문화 탐방
춘천행 열차에선 인문학 만난다 어른들이 만든 축제는 가라! 경남 양산 효암고 2년 정유나양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집이 있는 양산에서 부산시청역 근처까지를 주말마다 오갔다.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는 축제 ‘반’의 사무실을 찾기 위해서다.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사무실을 매주 찾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양은 “‘반’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축제다. 무엇보다 우리 의견을 드러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어른들이 기획하고 청소년들은 손님으로 참여만 하는 다른 축제와는 다르다. 정양의 이야기처럼 부산의 대표적인 청소년 축제인 ‘반’의 주체는 모두 청소년이다. ‘반’은 11월3일 학생의 날, 10월16일 부산민주항쟁을 기억하고,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표현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축제는 공연부와 마당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꿈을 대신 펼친다는 뜻을 담은 행사도 마련한다. ‘안 펴진 색종이 장미꽃’을 직접 펴 꽃꽂이를 하는 ‘못다 핀 꽃’이 그것이다. 마당부에서는 자전거를 발전기에 연결해 믹서기를 움직여 바나나우유를 만드는 ‘녹색자전거’도 만나볼 수 있다.
‘반’은 올해로 개최 14년째를 맞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청소년 축제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도 그중 하나. 부산 전교조 등에서 받는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공연부 출연진의 출연료는 ‘김밥 한 줄’이다. 책임감이 부족해 중간에 활동을 중단하는 기획단원도 있었다. 정양은 “올해도 20명이었던 기획단이 14명으로 줄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친구들이 책임감이 강해 더욱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일을 해내고 있다”고 했다. 올해 ‘반’ 축제는 11월1일 오후 1시30분부터 부산 시민공원 흔적극장에서 열린다.
의정부 240개 동아리가 모인다
의정부 청소년 동아리 축제 ‘톡톡’도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청소년들의 톡톡 튀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축제에는 의정부교육지원청이 ‘드림하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원하는 240개의 청소년 동아리가 참여한다.
올해는 의정부 내 8개 분야(방송·영상, 사회참여, 자연과학탐구, 인문사회탐구, 문화예술창작, 문화공연, 음악, 창업·진로) 동아리들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의정부 청소년 동아리 네트워크 행복동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내용을 발표하고, 동아리 체험부스도 운영한다. 물리·화학·생물·전자·아이티(IT) 등 서로 다른 주제로 구성된 4개의 단계를 통과하며 8개의 과학실험을 해보는 ‘과학실험 스토리텔링’ 등 그야말로 ‘톡톡’ 튀는 기획이 눈에 띈다.
‘톡톡’이 운영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사회참여 분야를 대표하는 의정부 상우고 2년 임한음군은 “참여 청소년들 의견이 맞지 않아 내부 갈등이 첨예해지기도 했고, 기획했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또 “그럼에도 초기 기획부터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열심히 활동한 이유는 ‘학생들이 책임감이 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톡톡’은 11월1일 오후 2시부터 의정부시청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다.
문래역서 ‘아티스트의 방’ 만나봐
“이곳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교시절에 알았다면 매번 여기로만 놀러 왔을 것 같아요.”
불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오서현(24)씨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을 ‘모르면 놓치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동네’라고 표현했다.
철공소 샛길을 지나다 고개를 들면 건너편 옥상에 설치된 철제 예술 작품이 보인다. 골목 사이로 들어서면 독특한 벽화와 낙서가 시선을 끈다. 오씨는 지난 18일 문래역 7번 출구에 있는 ‘문래창작촌’에서 열린 예술문화축제 ‘아트페스타 헬로우 문래’의 ‘헬로우마실’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문래동 곳곳 예술 공방·건물·벽화 사진을 찍던 오씨는 “낙서나 오래된 건축물 등을 통해 이 동네를 읽는 법을 배웠다”며 웃었다.
‘2호선 문래 부근’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공장지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문래3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래창작촌 등은 이 지역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참여해 문화적 감수성을 살찌울 만한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있다.
‘헬로우마실’은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3~7월/9~11월) 오후 3시에 열리는 문래 문화 투어 ‘올래?문래!’의 ‘미니 버전’이다. 철공소와 예술작업실이 모여 있는 문래창작촌 곳곳을 돌며 설치작업과 벽화를 찾고, 영등포와 문래동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올래?문래!’는 문래동 거주 10년차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주 작가가 기획해 5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이 작가는 “‘문래’라는 지역 이름은 ‘물레’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위치한 자리가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 ‘경성방직’ 자리입니다. 방직은 ‘실을 뽑는다’는 뜻인 거 아시나요? 그래서 문래공원에 가면 커다란 ‘물레’ 조형물이 있습니다.”
이 작가는 투어에서 ‘문래동’이라는 지역 이름의 유래부터 문래창작촌 벽화, 조형물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수치심’이라는 낙서, 건물 옥상에 붙은 발레리나 모양의 철조형물, 벽화 ‘옥상의 아이유(IU)’ 등 25개가 넘는 다양한 거리예술 작품도 만나고 ‘어반아트 게스트하우스’, ‘사진공간 빛타래’ 등 예술가의 공간도 방문할 수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수현(20)씨는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철이나 나무를 활용해 만든 작품들이 흥미로웠다”며 “예술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강추’한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볼 수 있어 진로교육에도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했다.
이소주 작가는 “직접 목공 체험 등을 해보면서 흥미를 느끼는 청소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올래?문래!’ 참가비는 만원이다. 자투리 나무로 동물을 만드는 체험까지 하면 여기에 3천원이 추가된다. 진행 및 투어에 대한 문의는 보노보씨(02-2637-3313)나 영등포구 문화체육관(02-2670-3131)으로 전화하면 된다. 영등포 문화관광 누리집(tour.ydp.go.kr)에서도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에 공부를 더한 ‘달리는 강의실’
“공부하느라 지친 딸에게 인문학 강의도 듣게 하고, 춘천의 자연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지난 25일 오전 9시54분 구로역. 구로역에서 김유정역까지 가는 경춘선 전동열차 8번 칸에 탑승한 어머니 정지윤씨 이야기다. 정씨 옆에는 그의 딸 백하은(부천여고 1년)양이 엄마 손을 꼭 잡고 앉아 있었다. 열차 칸에는 이들뿐 아니라 3살 아기부터 80살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약 20명이 탑승했다. 9시58분에 열차가 출발하자 밴드 ‘요술당나귀’의 공연이 펼쳐졌다. 상봉역부터는 동양철학자 김시천 박사가 나와 ‘노자 공자와 함께 번잡한 도시를 떠나다!’라는 주제로 미니 강의를 시작했다.
여행과 인문학, 음악 등이 어우러진 이 행사는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 코레일이 주최한 ‘춘천 가는 인문학 열차’(이하 ‘인문학 열차’)다. 기차여행을 하며 편안하게 인문학 강의를 만나자는 뜻으로 마련한 행사다. 참가자들은 열차 안에서 미니 인문학 강의를 듣고 김유정역에서 내려 김유정문학촌 등을 탐방한다. 문학촌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는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춘천으로 이동해 이어지는 강의를 듣는다. 강의 사이사이, 춘천 수변공원이나 의암호 나들길 등을 산책하는 시간도 있다.
인문학 열차는 11월8일에도 출발한다. 열차는 오전 9시58분 구로역에서 출발하며 영등포역(10시3분), 노량진역(10시10분), 청량리역(10시33분), 상봉역(10시42분) 등에 정차한다. 정차역 가운데 참가자가 편한 역에서 타면 된다. 강의는 상봉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날은 도서평론가 이권우씨가 ‘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1인 8만원.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참여하면 자녀의 참가비는 50% 할인된다.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누리집(chuncheon.sangsangmadang.com/academy)에서 11월4일까지 접수를 받는다.(문의전화 070-7586-0541~3)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우리들 이야기’ 풀어놓는 마당
세월호 ‘못다핀 꽃’ 펼치는 행사도
예술거리서 동네 역사·문화 탐방
춘천행 열차에선 인문학 만난다 어른들이 만든 축제는 가라! 경남 양산 효암고 2년 정유나양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집이 있는 양산에서 부산시청역 근처까지를 주말마다 오갔다.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는 축제 ‘반’의 사무실을 찾기 위해서다.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사무실을 매주 찾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양은 “‘반’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축제다. 무엇보다 우리 의견을 드러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어른들이 기획하고 청소년들은 손님으로 참여만 하는 다른 축제와는 다르다. 정양의 이야기처럼 부산의 대표적인 청소년 축제인 ‘반’의 주체는 모두 청소년이다. ‘반’은 11월3일 학생의 날, 10월16일 부산민주항쟁을 기억하고,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표현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부산청소년축제 ‘반’의 기획단원이 축제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청소년축제 ‘반’ 제공
‘한국민속촌 사극드라마 축제’에서 볼 수 있는 마상무예 공연. 한국민속촌 제공
25일 춘천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제1차 ‘춘천 가는 인문학 열차’의 강연 현장. 동양철학자 김시천 박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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