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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고생 열 중 셋은 알바…‘알바권’을 아시나요?

등록 2015-08-03 20:36수정 2015-08-31 23:42

지난달 28일 고용노동연수원에서 열린 ‘15년도 상반기 청소년고용노동교육 지도교사과정’연수에 참가한 30여명의 교사들이 나눔노사관계연구소의 김영호 노무사로부터 근로기준법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연수원에서 열린 ‘15년도 상반기 청소년고용노동교육 지도교사과정’연수에 참가한 30여명의 교사들이 나눔노사관계연구소의 김영호 노무사로부터 근로기준법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어른들이 알아야 할 청소년 노동
지난달 28일 화요일 경기도 광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이하 연수원)의 한 강의실. 강의실 벽 위 흰 종이에는 다양한 직업 카드가 붙어 있었다. 교사들이 모여 종이에 큰 원을 그리고, 근로자라고 생각되는 직업을 원 안에, 비근로자라고 생각되는 직업을 원 밖에 붙여보는 활동을 해본 결과물이었다. 근로자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은 원을 그린 선에 걸쳐 붙였다. 모둠별로 진행한 이 활동에서 많은 교사들이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을 원 밖에 붙였다. 이 활동은 7월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간 30여명의 중등교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청소년고용노동교육 지도교사 과정’ 연수의 일환이었다.

방학 때 알바하는 청소년 권리
교사·학부모 등 어른들도 알아야
교육과정 노동인권 내용 부족한 상황 속
‘현장실습’ 학생 담당하는 교사 등
성인 대상 청소년 노동 공부 기회 늘어
자녀 또는 학생 ‘어떤 일 하나’ 살피며
청소년의 ‘일’ 존중하는 문화 만들어야

“실습은 교육인가요, 근로인가요?”

나눔노사관계연구소 김영호 노무사의 질문에 수강생들이 낮게 웅성였다.

“근로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근로자성의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작업도구는 누구의 것인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있었는가?’ ‘시간을 정해놓고 한 일인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죠.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할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판례에 있습니다.”

이어지는 김 노무사의 설명에 교사들 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 관련 교육 프로그램들도 많이 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회는 많지 않았다.

기존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연수는 실습 나가던 학생들 때문에 비교적 청소년 노동권을 접하기 쉬웠던 특성화고의 진로·직업 교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최근에는 그 대상층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교육에 참가한 전북 만경여고 강양례 교사는 “교사들은 노동과 관련해서 달라진 청소년들의 생활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예전보다 아르바이트를 훨씬 많이 하고,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의 최저임금 광고 등으로 노동권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됐죠.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할 필요가 커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인성교육과 연계하면 더 좋지 않을까도 생각했어요. 일을 그만 둘 때의 기본 예의나 노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책임’까지 알려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알바하러 가네’ 방관적 태도 버려야

이날 연수원에서는 경기 성보경영고등학교와 성남시청소년재단이 연수원과 함께 연 ‘성보경영고등학교 청소년 진로취업캠프’도 열리고 있었다. 캠프 둘째 날인 7월29일에는 ‘예비취업자를 위한 법률교실’이 마련돼 청소년들이 산업재해 발생 등 일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여기에 따른 대처법 등에 관한 내용을 전달했다.

이 캠프에는 학부모 20여명이 학생들과 함께 참가했다. 부모특강을 듣고, 아이들의 멘토링이 진행되는 동안 같은 공간에서 자녀들과 나란히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노동권 관련 강의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3학년 송민석군의 학부모 김소임씨는 “청소년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근로계약서 작성 등 직장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노출될 수도 있는데, 어른들이 정확한 대응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지요”라고 말했다.

2학년 조아름양의 학부모 이문희씨도 “엄마들은 아이들이 알바를 나갈 때 ‘알바 다녀오나보다’라고 생각하지 어떤 조건으로,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잘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며 “만 15세부터는 부모 동의 아래 일을 할 수 있는데, 학부모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아이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고요”라며 덧붙였다.

고교 졸업 전 3분의1 이상이 일 경험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은 여러 부당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근로자인 청소년에게 지급돼야 하는 임금이 부모의 계좌로 입금된다거나, 여학생들의 경우 남성 업주로부터 언어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근로기준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악용하는 사용자들도 많다. 이아무개군의 경우 6개월간 일하기로 하고 한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점주는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첫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점주는 일하기로 한 기간이 1년이 넘지 않는 경우 수습기간이라 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책정할 수 없다는 관련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런 식으로 청소년 노동 현장에서 권리를 침해 당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만 공교육과정에는 청소년들이 노동인권이나 관련법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 하지만 일하는 청소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럴수록 교사들이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북교육청에서도 지난 6월19일 교원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연수를 열었다. 이날 연수는 조장우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위원장의 ‘청소년 노동인권의 현실과 교육의 필요성’, 청주공고 김경원 교사의 ‘교사가 알아야 할 일하는 청소년을 위한 노동법’ 등의 강의로 진행됐다.

원래 기계과 교사였던 김 교사는 진로·직업 교사가 된 뒤 청소년 노동권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중국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을 돕기도 하고, 십수년째 교과 시간에 1학년 학생들에게 노동권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전까지 3분의 1이상의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가운데서도 중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10%를 넘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연소자 근로 보호 관련 법령’ 등 관련법에 관한 지식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별로 없습니다. 노동인권 관련 내용이 공교육과정에서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교사들이 이러한 내용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일을 하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최소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나 근로복지센터 등 전문가가 있는 기관을 연결해줄 수는 있어야겠죠”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하면 학생과 교사의 관계도 더 돈독해진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선생님 알바 하다가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하면,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이 ‘알바를 하면 문제가 생기니 하지 마라’는 식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할 때, 무조건 말리기보다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나 그에 따른 대처법을 알려주면 학생은 교사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히 교사-학생간의 관계가 두터워집니다.”

조 위원장은 최근 충북지역의 교사 등 20여명이 모여 ‘충북청소년노동인권교육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만든 청소년노동인권연구회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연수원 누리집(elti.kut.ac.kr/lms)에는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툰 형태로 제작한 청소년 노동법 관련 자료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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