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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등대 닮은 든든한 학교 다니며 사교육 불안 덜다

등록 2015-09-07 20:41수정 2015-09-07 23:01

2008년에 개교한 등대지기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3600여명의 부모들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08년에 개교한 등대지기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3600여명의 부모들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학교로 향한 학부모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대다수 엄마들이 ‘학교’에 입학한다. 학원이 세운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단 하나. ‘입시’라는 과목이다. “솔직히 ‘스카이’ 못 가면 실패라고 봐야죠.” 학력고사 준비할 때보다 더 열심히,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나온 엄마는 ‘그래도 아이랑 상의를 좀 해보자’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곧 ‘옆집 엄마’의 말에 귀가 얇아진다. “이번에 일등한 애 있지? 상가에 새로 들어온 학원 보냈다더라.”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서
2008년 시작한 부모대상 강의
잘못된 교육정보 비롯해
행복한 아이·부모 위한 철학 공유
불합리한 사회·노동구조 등
세상문제 시야 넓힐 기회도
지역별 모임 통해 뜻 나눠

2008년에 개교한 등대지기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3600여명의 부모들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08년에 개교한 등대지기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3600여명의 부모들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귀 얇은 보통 엄마가 변한 사연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사는 박부흥(46)씨도 옆집 엄마의 말에 귀가 얇아지는 보통 엄마였다. 큰아이가 초등 5학년이던 2010년. 엄마는 당시 큰아이의 담임교사였던 양영기씨를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이라는 교육시민단체를 소개받고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등대지기학교’(이하 등대)에 다니기 시작했다. 등대에 다니면서 엄마는 많이 달라졌다. 주변 엄마들의 말을 듣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덜해졌고, “한 학기에 최소한 수학 문제집 네 번은 반복해서 풀어야지”라며 아이를 달달 볶는 것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경기 안양 사걱세 지역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등대는 2008년 문을 열었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출범한 사걱세에서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하고 사교육 등에 목매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돕자는 뜻에서 출발했다.

등대 강사들은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영어는 조기교육보단 적기교육이 중요합니다”, “학원에 의존하다 보면 공부 테크닉이 쌓이지 않아요” 등 전 학원강사, 대학교수, 공부전문가 등이 해주는 조언들은 학원가 입시설명회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박씨는 “강의를 듣다 보니 학원에서 만들어둔 ‘불안마케팅’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학원에 안 다니던 애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성적은 바로 올라요. 평소 안 하던 걸 갑자기 몰아쳐서 하기 때문이죠. 효과는 이때뿐인데 부모들은 학원에 안 다니면 배운 내용을 다 잊고 원래 낮았던 성적으로 돌아갈까 싶어 두렵습니다. 그래서 계속 보내게 되죠.”

박씨는 “등대에 다니면서 초등 고학년 시기가 자녀의 공부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고, 공부나 활동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둔 뒤 담임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집에서 스스로 예습·복습하는 습관을 들이게 했다. 영어의 경우, 시디(CD) 등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독서 습관만큼은 제대로 들여뒀으면 했다. 어려워하는 책을 굳이 읽으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중학생일 때도 초등 대상 동화책을 소리내 읽어줬다. “얘들아. 이것 좀 들어봐”라며 마치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하듯 일상적으로 책 이야기를 소개했다. 책을 비롯해 읽을거리를 뒤적거리고 있을 때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집중할 수 있게 “그만 좀 봐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6학년부터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선정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또래 모임을 꾸리게 해줬다. 책 선정부터 독후활동까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큰딸은 이런 생활을 하며 달라진 게 많았다. 성격은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수동적으로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혼자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모르는 게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데 익숙한 아이로 자랐다. 박씨는 “아이가 앞으로 미술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하는데 영·수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면 자기 꿈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씨의 큰딸 강형정(안양예고 1년)양은 “내가 스스로 길을 찾아가며 영어 공부를 한 덕에 어휘 실력 등이 많이 는 것 같다”며 “엄마가 등대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을 때 나도 곁에서 봤었다. 가정에서도 공부를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엄마가 일을 할 경우, 사교육을 끊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저는 반대예요.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두니 혼자 있어도 시간이 빨리 가요. 또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잘 다져놓아서 그런지 엄마가 일을 해서 집에 없더라도 알아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독서모임에도 직장 다니는 엄마를 둔 친구가 있어요. 이렇게 생각이 비슷한 가정의 자녀들과 모임을 꾸려가면서 활동하면 되니까 직장맘의 자녀여서 큰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봅니다.”

아이 교육 고민하다 세상공부도

지난 1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강의장에서는 올해 등대의 첫 강의가 열렸다. 강사로 나온 이는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이들은 50여명의 부모들 앞에서 이미 성인이 된 세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 방점을 찍은 강의를 들려줬다. 부모교육 등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육정책 등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는 등대의 강의 가운데 전자에 해당하는 강의였다. 정혜신 전문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나도 있고 너도 있다’는 식의 ‘관계’가 형성이 돼야 한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는 이 명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말이 하나 있어요.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길을 찾아 떠난다’는 거죠. 누구에게나 ‘무의식적 건강성’이 있다는 뜻이에요.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런 게 다 내재해 있어요. 부모 눈에 ‘왜 저러나’ 잔소리가 나올 때가 있죠. 무조건 격려와 지지를 해주세요. 아이는 부모가 곁에서 믿어주는 그 힘으로 건강하게 자기 갈 길을 갑니다.”

이날 아내와 함께 강의를 들은 서울시 반포구에 사는 직장인 조성일(39)씨는 “‘무의식적 건강성’이라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며 “집에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지 말라’는 소리 안 할게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구은정(42)씨는 2002년께, 고향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줄곧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목동에 살았다. 아이가 초등 6학년쯤 되면 중학교 1학년 진도는 다 빼고 진학하는 주변 분위기를 보며 이런 방식의 속도전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구씨는 “교육이 모든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사교육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 노동구조, 직업구조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공부가 적성에 잘 안 맞는 아이도 있는 건데 우리나라 아이들한테는 공부 외에 열려 있는 선택지가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을 안 가는 아이들이 뭘 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대학을 가려는 이유가 임금격차나 일자리의 질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이 어디서부터 오는지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고요. 농담처럼 ‘우리 애가 공부를 잘했으면 우리 애들만 봤을 텐데 그렇지 않았던 덕에 인생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웃음)”

2008년에 개교한 등대지기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3600여명의 부모들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08년에 개교한 등대지기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교육정보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3600여명의 부모들이 다양한 강의를 접하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뜻 맞는 이들 모여 지지대 구실도

등대에 모이는 부모들도 불안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 대다수가 입시설명회를 찾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길을 바라보며 걷는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전라남도 담양에 사는 정철성씨는 교사다. 교사로 지내면서 하루 종일 수업만 듣고 중학교에 진학한 제자들이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걸 곁에서 참 많이 봐왔다. 두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학원 문화에 익숙한 도시(광주광역시)를 떠나 담양으로 이사했다. 정씨는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하지만 등대 등을 통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실천한 이들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얻으면서 내 주관과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등대를 졸업한 뒤 부모들은 각자 지역에서 크게 또는 작게 모임을 꾸려가며 서로 지지대 구실도 한다.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추명순(41)씨는 등대 9기 졸업생이다. 주변에는 ‘나중에 아이한테 한 소리 안 들을 거면 지금 학원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등대를 통해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났다. 안산, 군포, 산본 인근 지역에 사는 세 사람은 등대 졸업을 했지만 북스터디 모임을 꾸려 정기적으로 만난다.

“셋 다 직장맘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각자의 생활, 아이들 공부하고 생활하는 패턴, 주변 사교육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나누죠. 사교육 없이도 배움을 잘 접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함께 공부하고 자기점검도 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워낼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은 얼마나 튼튼하게 살고 있는지를 자문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노는 아이는 매사에 기본기를 갖는다. 계절의 변화, 밤낮의 변화를 책이 아니라 몸으로 누려본 아이들은 세상의 진리를 온 삶으로 터득한다. 학교에서는 수업에 몰입하고, 집에서는 놀이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 수밖에 없다.” 추씨는 이런 메모들을 보여주며 “이런 배경에서 내 가정은 사교육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이 사교육을 안 받아서 얻은 것들이 정말 많다”고도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집에서는 공부하는 거 아니야.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었으면 그걸로 된 거야’라고 말합니다. 잠을 푹 자게 하고, 에너지가 충분한 상태에서 학교 수업시간에 충실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방과후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피아노, 발레, 독서 등에 몰입하게 하죠.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선택해서 하니 피곤한 줄 모르고 즐거워합니다. 돈으로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얻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10기…수업 통해 자녀교육 소신 키워

“배려, 경청, 소통, 공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게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정에서 부모의 구실이 더 중요하죠. 경쟁해야 살아남는 사회라며 공부도 경쟁적으로 시키기보단 남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충남 서산에서 4살, 3살 두 아이를 키우는 정샛별씨의 이야기다. 정씨는 지난해 등대 9기로 활동하며 이런 소신을 품게 됐다. 정씨처럼 많은 부모들이 등대를 통해 비슷한 생각을 품은 친구를 만나고, 자신만의 소신을 지켜나간다.

등대는 2009년, 2010년에만 두 기수를 뽑았고, 그밖에는 매해 한 기수씩 뽑았다. 매 기수 400여명이 강의를 들어 지금까지 학교 강의를 들은 누적인원만 3600여명.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재영 간사는 “많은 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지역모임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좀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서 사교육 문제 등과 관련해 전문적인 도움말을 주는 ‘100인강사’, ‘노워리상담넷’ 등의 창구에서 상담위원 등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에는 등대 10기가 닻을 올렸다. 8일에는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건달 할배 채현국이 들려주는 교육 이야기’), 15일에는 신성욱 과학저널리스트(‘뇌 과학은 조기교육을 지지하지 않는다’) 등의 강의를 비롯해 앞으로 총 여섯 개 강좌를 10월20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30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장소는 서울 삼각지역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강의장이며 현장강의뿐 아니라 온라인 생방송, 녹화방송으로도 접할 수 있어 현장강의 때 시간이 안 되거나 먼 지역에 사는 경우에는 이런 창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참가비는 정기후원회원 7만7000원, 비회원 9만9000원. 신청은 온라인 카페 www.noworry.kr에서 할 수 있으며 문의는 (02) 797-4044로 하면 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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