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책 참여, 보완할 점은?
“이거 진짜 너희가 만든 거 맞아?” “어떻게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2000년대 중반 정책참여기구에 참여했던 이아무개씨가 당시 국무총리에게 직접 만든 정책 과제를 제안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그는 “그런 말을 들으며 많이 서운했다. 그는 누가 시키거나 만들어준 걸 대신 이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감추지 않았다”고 했다.
여전히 청소년을 어리게만 보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 활동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의 참여 활동이 쌓이면서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학생시절 참여기구 활동을 했던 김아무개씨는 “학생들이 직접 정책 의제를 정한다고 하지만 발대식 때 하는 기조강연 내용에 영향을 받거나 어른들이 조언한다며 제안한 주제가 그대로 결정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특별회의’(청특)를 담당할 때는 ‘청소년 복지와 권익증진’, 여성가족부가 맡을 때는 ‘성범죄와 청소년의 안전’이 각각 정책 의제로 정해졌다.
여성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청특에서 제안한 총 388개의 정책과제 중 344개(88.6%)가 수용돼 실제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장은 “이 가운데 이미 추진 중인 정책에 형식적으로 끼워 맞추는 경우도 있다”며 “가령, ‘안전’을 주제로 다룰 때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실행하기보다 안전센터를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에 일부 반영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국가 주도로 하면 정책 방향이나 예산에 휘둘리는 면이 있다. 민간 주도의 청소년 자치활동을 활성화하고 그걸 지원하고 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몇 명의 학생이 대표성을 띄고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누구나 쉽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최창욱 박사는 “청소년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힘이 빠지고 아쉬움이 클 수 있다”며 “하지만 간혹 무리한 주장을 펼쳐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스스로 그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해 개선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 내용을 잘 모르거나 정보접근에 대한 제한이 있다. 의사결정을 대신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실제로 제도화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줄 ‘서포터’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부서 담당자나 청소년지도자 교육에 좀 더 힘써야 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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