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 등을 계기로 올 하반기부터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담임교사의 실종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실종아동보호법 등 관련법 시행령을 최대한 서둘러 개정하기로 했다. 18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 인근 게시판에 실종아동을 찾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2016.1.18 연합뉴스
새학기부터 사흘 이상 결석한 초·중학생의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학교장이 경찰에 즉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학생의 소재가 확인되더라도 6~8일간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보호자와 학생이 학교 면담에 나와야 하는 ‘학부모 소환제’가 도입된다. 학교장과 아동보호전문가·경찰 등이 포함된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가칭)가 구성돼 취학·출석이 어려운 사유 등을 심의하고, 교육장(감) 산하에 9일 이상 장기결석 학생을 관리하는 전담기구도 신설된다.
교육부는 22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어 ‘미취학·무단결석 등 관리·대응 매뉴얼’을 발표하고 일선 학교에 매뉴얼을 배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11살 소녀가 장기결석 상태에서 아버지로부터 감금·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근 초등생 1명과 여중생 1명, 미취학 아동 1명이 부모 등으로부터 맞아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미취학·장기결석 아동 방치’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어 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무단결석한 학생에게 교사가 등교를 독촉하거나 학부모에게 경고 조처를 하고 결석이 계속되면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유선연락 및 가정방문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미흡해 미취학·장기결석 아동을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마련된 매뉴얼을 보면, 미취학 또는 결석 1~2일 동안은 학교와 읍·면·동이 각각 유선으로 가정에 연락을 취하도록 했다. 이 기간엔 경찰 수사 의뢰 의무는 없지만, 아동학대 등이 의심될 경우 수사 의뢰는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3~5일째는 교직원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 2인 이상이 동행해 가정방문을 하도록 했다. 이때 학생의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가정 방문 이후에도 학생이 등교하지 않으면 6~8일째에는 보호자와 학생을 학교로 불러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서 면담하도록 했다. 관리위원회는 학교장과 교감·교사·학부모·아동보호기관 관계자·학교 전담 경찰관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는 학생의 취학과 출석을 독려하고, 학교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일 때는 사유 확인 및 취학유예 신청 심의 등을 담당한다. 만일 학생이 질병 등으로 위원회에 출석하지 못하면 위원회가 직접 학생을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
미취학·결석 9일째 이후부터는 학교가 아닌 교육장(감) 산하 전담기구에서 해당 학생을 관리하게 된다. 전담기구는 미취학 아동과 무단결석 학생 관리카드를 만들어 매달 한 차례 이상 유선으로 학생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한다.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교육부는 또 장기결석 학생을 이듬해 3월 다시 취학·등교 대상자로 등재하도록 해, 장기결석 학생 방치를 근본적으로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초등학교 취학과 중학교 입학을 유예한 학생에 대한 별도 규정도 마련됐다. 현재는 주소지 읍·면·동장이 마음대로 해당 학생의 취학·입학을 연기해줬다. 앞으로는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서 보호자와 해당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심의를 해 취학 유예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전학 학생 관리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전출 학교에서 해당 학생의 주소가 실제 이전됐는지 확인 없이 전학 조치를 했다. 앞으로는 전출 학교에서 주소 이전을 확인한 뒤 전학을 승인해야 한다. 또 주소지의 읍·면·동장이 전학 예정 학교에 전학 대상자를 통보해야 한다. 이밖에 학생의 출입국 여부도 학교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3월2일 새학기 시작 때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이 매뉴얼에 따라 미취학 초등학생과 미입학 중학생, 무단결석 학생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매뉴얼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부는 일단 행정지침으로 매뉴얼을 시행한 뒤 상반기 중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미취학·미입학·무단결석 학생의 보호자가 학교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가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교육 과정에 자녀를 보내지 않을 때에도 의무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장기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아동학대 여부를 정부가 전수조사하는 것과 함께 경찰이 현재 있는 곳이 확인되지 않은 아동 7명의 소재 파악에 나서는 등 최근 ‘아동 보호‘와 관련된 이슈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19일 서울 역삼동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무실에 붙은 아동학대 예방 포스터 뒤로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 17개 시도의 53개 지역 기관과 함께 아동보호 협력체계를 확립하고, 정책 제안을 통하여 학대받는 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또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증진을 위한 홍보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6.1.1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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