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다 일어났잖아요. 그래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뒤에 시위를 통해 손바닥이 뒤집어지고 사실이 알려지는 내용을 담아 2분짜리 유시시(UCC)로 제작했어요. 친구들은 글보다는 다양한 미디어와 체험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싶어하고요, 저도 글로 쓴 독후감 대신 영상을 선택했어요.”
인천 해원중 3학년 이다영 학생은 학교 역사동아리 친구 유상혁 학생과 함께 만화가 최규석의 <100℃-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창비)을 읽고 유시시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지난 1일 오후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우리역사 제대로 보기 범국민 역사책 읽기 운동(대회)’ 시상식에서 중학생 부문 ‘역사정의상’을 수상했다. 저지네트워크는 1월 중순부터 2월10일까지 역사책 독후감을 모집했고, 이날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 부문에서 모두 23개팀에 상장과 상금 및 상품을 수여했다.
뉴미디어에 익숙한 초·중·고 학생들은 독서감상문 이외에 유시시와 역사신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후감’을 제출했다. 경기 부천여고 박수인·양은희·최진실 학생도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현대법학부 교수가 쓴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을 읽고 유시시를 제작해 역사정의상을 받았다. 박수인 학생은 “사람 모양을 오려 그림자를 만든 뒤 교실에서 촬영했고 동영상 편집 앱으로 편집했다”며 “일제시대 때 재일조선인의 애환을 회상하는 책이어서 흑백 화면으로 만들면 책의 정서와 잘 맞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남중 이희정 학생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20년간의 수요일>을 읽고 나서 <한국사국정화반대신문>을 만들어 제출했다. 이희정 학생은 “책을 읽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해하고 싶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역사를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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