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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과학 잘하니까 공대로? 답 찍듯 접근하지 말기!

등록 2016-04-11 20:43수정 2016-04-12 08:34

취업률이 좋다는 이유로 공학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과학시간에 이과 학생들이 컴퓨터를 놓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취업률이 좋다는 이유로 공학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과학시간에 이과 학생들이 컴퓨터를 놓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공학계열 진학 알아둘 것들

“이젠 경영에서 공대로 틀어야 하나 싶던데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학부모 최아무개씨는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아들의 진로진학에 매우 관심이 많다. 양천구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김아무개군은 주요 과목 공부를 골고루 잘한다. 아직은 “문과도 좋고, 이과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최씨는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접했지만 그래도 큰일을 하려면 경영 쪽이 좋겠다 싶었는데, 얼마 전 알파고가 주목 받는 걸 보며 공대가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마침 아이 수학, 과학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문과 취업 어려움 속 공대 인기
‘알파고’ 등장으로 더 주목받아

수학·과학 성적 좋아 대학문 열었지만
진학 뒤 어려움 겪는 일도 많아
물리·전자 등 어려운 공부도 해야
전공-취업 연결성 뚜렷한 분야라
전문가들 “전공적합성 잘 판단하라”

최근 들어 최씨처럼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지금 중고생 학부모들이 학교에 다니던 약 20년 전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했지만 이젠 이공계, 이 가운데서도 공학계열은 취업률이 높아 큰 인기다. 최근 ‘알파고’의 등장으로 공학 분야는 학부모들에게 더 주목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이공계열 진학 등을 돕는 학원들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공학계열 가운데서도 생명공학과 화학공학을 합친 생명화학공학은 최근 부쩍 인기가 높아졌다. 그 뒤로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공학을 비롯해 기계 및 전자전기공학 분야는 꾸준한 인기를 얻는 전공들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약 10년은 컴퓨터, 인공지능, 기계 등 공학 분야 직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부는 산업수요에 맞게 공학계열 위주로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과 취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학과마저 통폐합하고 있어서 중·고교 자녀를 둔 부모들 시선이 공대로 쏠릴 수는 있지만 이 분야로 진로진학을 선택할 때 반드시 알아둘 것도 있다. 전문가들은 “공학 분야는 대학 전공과 직업이 직접적으로 매칭이 되기 때문에 대학 학과 선택을 할 때 매우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문과는 영문과나 사회학과나 직업 선택을 할 때 큰 차이가 없는데 공대는 배우는 게 워낙 구체적이어서 그렇지 않다. 이른바 ‘전공적합성’을 반드시 따져보고 가야 하는 곳”이라며 “기계공학 분야가 취업이 잘된다고 진학을 했는데 잘 안 맞을 경우, 다른 쪽으로 경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공학계열은 크게 전기·전자·컴퓨터공학군과 기계공학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학부모들은 중학교 때 아이가 수학, 과학을 잘하면 이공계, 이 가운데서도 공대 쪽으로 진로를 좁힌다. 문산고 최승후 교사는 “대학 진학이야 할 수 있지만 진학해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공대는 수학, 과학뿐 아니라 ‘물리’가 매우 중요한데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이 아니면 고교 때 물리를 제대로 안 배우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나 어려움을 잘 모른다. 대학에 가면 ‘물리Ⅱ’ 그 이상을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취업 잘되니 얼마나 좋겠냐”고 말하지만 아무리 봐도 자기한테는 안 맞는 것 같아 인문계열로 방향을 돌리는 학생들도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아이티(IT)공학과 4학년 소설씨는 “아버지가 공학박사이고, 대기업에서 일하고 계셔서 그 경험치로 공대가 취업이 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지금 전공을 택했다”고 했다. 고교 때 수학, 과학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전공에서 접하는 ‘전기’ 관련 공부를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소씨는 “눈에 보이는 과학 원리나 힘, 수치 등은 잘 파악하는 편인데 눈에 안 보이는 원리나 회로 등을 파악하는 감각도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하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국어교사로 진출을 꿈꾼다”고 했다.

“사실 아이티공학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정보가 없었다. 입학할 당시에는 ‘멀티미디어과학과’였는데 ‘미디어’가 붙으니까 왠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공학계열에 융합학과들이 나오면서 학과명도 다양해졌는데 그 전공이 정확히 어떤 걸 배우는지 정보를 꼼꼼히 찾아봐야 한다.”

공학계열은 다른 계열보다 이수해야 할 학점이 약 20점 더 많다. 기본 이수학점이 많기 때문에 공대에서 복수전공 등을 할 경우 ‘너 고3이냐?’ 소리를 들으며 학교를 다닐 정도다.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 정장식씨는 “공부할 양이 참 많다. 기계공학과의 경우 수학, 과학 가운데서도 수학 미적분, 과학 역학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기에 더해 영어 등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여덟 개 전공수업 가운데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세 개, 영어와 우리말 반반씩 섞어서 진행하는 수업이 두 개 정도다. 공학 분야 용어가 대부분 영어라서 시험을 치를 때도 부담이 있다. 내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레고 갖고 노는 걸 워낙 좋아했던 터라 일찍부터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고,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을 보면서 기계공학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꾼 경우다. 지금 학과 공부가 힘들지만 적성에 맞고 확신과 꿈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힘든 점이 많을 거다.”

현재 문과와 비교할 때 공학계열 일자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공학계열에만 집중 투자를 하다 보면 인력 과잉공급 현상이 올 수도 있다. 공학계열의 먼 미래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면밀한 탐색이 필요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미래인재자격연구본부에서 직업 자격 연구를 하고 있는 김상호 박사는 “현재 문과 취업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지표상으로 보면 공학 분야 직업이 근로 시간은 길고, 급여는 적은 편”이라며 “직무 특성상 ‘팀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탓에 회사를 떠나서 혼자 프리랜서 활동을 하기도 쉽지 않은 분야”라고 했다.

“공학 모든 분야가 그런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자동차 신상품 개발을 한다고 칠 때 어떤 사람은 엔진을, 어떤 사람은 섀시를 담당한다. 섀시 작업이 다 끝나야 엔진 작업이 들어간다. 협업해야 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많다. 퇴직하고 혼자서 할 만한 일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약 10년은 문과가 고전하겠지만 그 뒤에는 바뀔 수도 있다. 20년 정도 지나면 엔지니어가 만들어야 할 건 어느 정도 나온 상태라 콘텐츠를 채울 문과 쪽 인력이 더 필요해질 수도 있다. 직업세계는 ‘업다운’을 반복한다. 당장의 인기에 휩쓸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보고 내게 맞는 진로를 매우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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