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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6:20 수정 : 2005.01.30 16:20

2학년 남자 아이입니다. 책은 좋아해서 잘 읽는 편인데 다 읽고 나서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을 못합니다. 글자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대답을 못할까요? 이런 경우 어떻게 지도해야 합니까.

어른들이 골라 주는 책도 척척 읽어 내고, 물어보면 막힘없이 대답도 잘 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아이 때는 자기가 생각한 것과 느낀 것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마음에 오고 가는 무수한 생각들이 있고 느낌이 있지만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엄마가 기대하는 답을 하기에는 힘에 겨워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묻기보다는 아이 마음에 오고 가는 생각들과 엄마 마음에 오고 가는 생각들을 나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힘도 생기게 되니까요. 즉 엄마도 아이가 읽는 책을 함께 읽고 엄마는 그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더라 혹은 그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따위의 감상을 이야기 하면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할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른의 처지에서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은 아이의 마음에 짐을 얹어 주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자기 느낌이나 생각과는 달리 엄마가 원하는 답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답을 찾으려 하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엄마는 답답해서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아이는 점점 더 주눅이 들어 알고 있는 것도 말할 수 없어집니다. 엄마가 먼저 자유로워지세요. 그래야 아이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도 책 한 권 읽고 나서 그것을 논리적인 말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냥 아이와 함께 책을 즐기세요. 그리고 아이가 자기 마음을 말하고 싶을 때 말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기다려 주세요. 사소한 이야기라도 진심으로 들어 주고 격려해 줄 때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길거예요.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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