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30 16:23 수정 : 2005.01.30 16:23

〈바람을 닮은 아이〉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동화가 반복하기 십상인 구태의연함이 이 책엔 없다. 섣부른 동정과 관심을 촉구하는 대신, 동화 속 등장인물의 ‘문학적 구현’에 힘을 기울였다. 그들의 삶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생동감을 얻어 세상과 만난다. 모두 5가지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된 〈바람을 닮은 아이〉는 장애인, 그중에서도 정신지체인의 삶을 말한다. 그들을 왜 긍휼히 여겨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그저 그 삶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이를 위해 때로는 동생의 눈으로 정신지체 형을 바라보기도 하고(‘가족’), 동네 아저씨를 골려주는 장난꾸러기 아이의 경험을 끌어들이기도(‘달빛 아래서’) 한다. 공교롭게도 장애인들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다른 이유로 세상이 외면한 또다른 소외자들이다. 유흥업소에 나간다고 손가락질 받는 여인(‘휠체어와 빨간 자동차’), 빨갱이로 낙인찍힌 사람(‘달빛 아래서’), 거리의 부랑자(‘바람을 닮은 아이’)는 장애인들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그 이야기를 따라 짚다 보면, 잔잔한 감동 속에 문득 다가오는 깨우침이 있다. 교실 창밖에 초록 바람이 부는 날이면 교사와 부모의 만류도 뿌리치고 무작정 기차 여행을 떠나고 마는 아이(‘바람을 닮은 아이’)는 바로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다. 단지 우리는 그 순수한 열망에 좀 더 솔직하지 못할 뿐이다. 장애와 지체를 겪고 있는 건 어쩌면 정상이라고 자부하는 나머지 세상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이 책은 말한다. 돌이켜보면 옛 마을마다 한명씩 있었던 ‘덩치 크고 어수룩한’ 형·누나를 대한 우리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마음가짐이 바로 그러했다. 고학년, 오카 슈조 글, 카미야 신 그림, 고향옥 옮김. -웅진닷컴/8000원.

안수찬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