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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화에 ‘스토리’ 입히자 아이 마음 보여요

등록 2016-07-12 11:41수정 2016-07-12 13:27

부모-자녀 ‘스토리 대화법’

6월 11일 서울시 강서교육지원청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가 스토리큐브를 이용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6월 11일 서울시 강서교육지원청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가 스토리큐브를 이용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김유미씨는 성별이 다른 아들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다. 아이는 밖에서는 살가운데 엄마한테는 무뚝뚝한 편이다. 궁금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봐도 이야기를 안 해서 갈수록 질문을 안 하게 된다. 사춘기가 곧 올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아이가 관심을 갖지 않는데 미리 성교육을 하는 게 좋을지, 말하는 수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맞벌이가 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탓에 부모와 자녀의 대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화 시간이 있더라도 아이 성별이나 나이, 성격 등에 따라 어떤 대화를 끌어가는 게 좋을지 어려워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럴 때 이야기를 활용하면 소통이 쉽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용을 전달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해가 잘되기 때문이다.

9개 주사위 던져 나온 그림 소재로 이야기 풀어가

6월11일 오전 서울시 강서교육지원청에서 부모교육 프로그램 ‘온통부모’(온기가 통하는 부모교육)를 열었다. 초등 3~4학년 자녀와 부모가 ‘스토리큐브’를 활용해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이른바 ‘이야기 주사위’로 불리는 스토리큐브는 여섯개 면에 각각 다른 그림이 그려진 주사위 아홉개를 던져서 나온 그림을 배열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는 보드게임이다. 아홉개의 그림을 맞춰 자신이 직접 순서를 짜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대화를 끌어내는 데 유용한 학습교구다.

대화시간 부족한 부모-자녀
아이 성별·나이대, 개인차 따라
부모한테 말 잘 안하는 아이도 많아

‘스토리큐브’ 등 교구 활용해
아이 경험·마음속 감정 등 살피거나
‘이야기치료’로 문제행동 고치기도

이날 강연을 진행한 장선화 에스피(SP)교육연구소장은 “똑같은 집 그림을 봐도 어떤 아이는 ‘엄마한테 혼나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엄마 아빠랑 이야기를 많이 해서 행복한 집에 사는 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보통 자기 위주로 말하며 이야기를 만들 때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싣기 마련”이라고 했다.

스토리큐브는 언어력, 상상력, 이야기 구성력 등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이야기를 만들 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아이 심리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야기 조각을 맞춰가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돌아보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몰랐던 아이의 경험도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 판매 제품의 정해진 그림이 싫다면 원목 큐브를 사서 부모와 자녀가 그림을 그려 넣어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김씨는 “스토리큐브를 이용해 대화해보니 ‘나보다 동생을 더 챙겼을 때 서운하다’,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가족끼리 자주 놀러 가길 바란다’ 등 아이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장 소장은 “이야기를 만들며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일상 속 사소한 것에도 스토리를 담아보라”고 했다. 가령, 아이에게 주스를 만들어줄 때 ‘힘나게 하는 마법주스’라고 이름을 지어 건네거나, 지친 아이를 토닥여줄 때도 ‘불안을 없애주는 엄마의 손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가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알게 해주는 가족여행’이라고 이야기 주제를 불어넣는다면, 여행하는 동안 가족의 마음가짐이나 대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 아닌 ‘아이의 행동’ 들여다보는 대화 하기

평소 아이의 심리나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가는 게 좋을까. 초등학생 딸을 둔 김희진씨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이가 나와 달리 소심하고 덜렁대는 걸 보면 이해가 안 가서 화를 내게 된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이럴 때는 ‘이야기치료’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이야기치료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마이클 화이트와 뉴질랜드 가족치료사인 데이비드 앱스턴이 만든 가족상담의 한 분야다.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을 중심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경욱 이야기치료학회장은 “우리는 보통 행위자와 문제를 분리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데 이야기치료는 행위자의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며 “행위자와 문제를 분리해 문제 중심의 이야기를 원래 (올바른 방향의)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부모들은 자녀가 가끔 보이는 문제점을 두고 아이 자체를 문제삼곤 한다. 가령, 에이디에이치디(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라도 순간 집중은 잘할 수 있는데 부모들은 ‘늘, 항상 집중하지 않는 아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병리적 진단이나 지적할 만한 특정 에피소드를 놓고 ‘너는 그런 아이’라고 아이의 정체성을 규정해버리는 것이다. 이때 아이의 정체성은 부모 관점에서 본 일부분일 뿐 그 아이의 전부나 실체가 아니다.

아이가 “저는 자신감이 너무 없어요”라고 하거나 부모가 “우리 아이는 도벽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자신들이 만든 하나의 이야기다. 이 회장은 “아이와 대화할 때 ‘문제적 이야기’(특정 문제에만 집중해 대화하는 방식)만 하진 않는지 들여다보고, 아이 스스로 되고자 하는 상을 그려보는 ‘선호하는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 보라”고 충고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문제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문제를 그 자체로 봐야지 사람이 문제라고 보면 안 된다는 뜻이다. 아이가 “우울증 때문에 힘들고 꼼짝하기도 싫다”고 할 때 “너는 뭐가 그리 힘들다고 매번 우울하다고 하니!”라고 할 게 아니라 “우울이가 언제 찾아오고 어떻게 달라지니?” “우울이가 너한테 뭐라고 이야기하니?”라고 물으며 접근하라는 이야기다. ‘우울한 너’가 문제가 아니라 ‘우울’이라는 감정 자체를 들여다보며 아이가 바꾸고 싶은 점을 찾아주는 대화법이다.

이 회장은 “부모가 이야기하면 아이는 부모 말을 믿고 본인이 무작정 ‘그런 아이’가 돼야 한다고 인식한다.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부모가 돼버린 셈이다. 섣부른 위로나 칭찬을 하며 이야기를 끝내지 말고 당장 완결(해결)이 안 되더라도 아이 스스로 문제 중심의 이야기를 만들며 대안을 찾도록 디딤돌 구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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