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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6:54 수정 : 2005.01.30 16:54

지난 1년 동안 아침마다 아이들과 명상을 했다. 5분 동안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웃는 얼굴로 눈을 감고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며 호흡과 하나 된다. 아침에 집에서 있었던 일이나 오늘 학교에서 해야 할 일 같은 다른 생각에 ‘끄달리지’ 않고 오로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자신의 호흡만 의식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마음 모으는 연습은 명상 시간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학 시간에도, 청소를 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저마다 그 순간에 마음이 모아지도록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 순간순간 자기가 하고 있는 일과 진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도 그렇게 대상과 하나 될 때 쓸 수 있다. 영광이와 재원이가 숨쉬기 명상에 대해 시를 썼다.

숨쉬기 명상

수업하기 전에

숨쉬기 명상을 한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길게 내뱉는다.

그런데 옆에서

딸그락 딸그락

신경 쓰인다.

몇 시인지도 궁금하다.

그카다가

5분 다 지났다.

(나영광/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매미 소리

아침에 책을 읽다가

다 같이 숨쉬기 명상을 시작한다.

오늘따라 집중이 안 된다.

매미 소리 때문이다.

박자가 아주 잘 맞고 듣기 좋다.

개구리 소리보다 백 배 낫다.

이 좋은 매미 소리라면

숨 쉬기에 마음 안 모아도 되겠지.

(장재원/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영광이는 옆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 신경쓰다가 명상 시간이 다 지나버렸다. 명상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지. 재원이는 매미 소리가 듣기 좋아 호흡 대신 매미 소리에 마음을 모았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원이가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아침마다 명상한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은 눈에 드러나지 않겠지. 하지만 ‘명상’이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마음을 모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맛은 조금이라도 보았을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만 참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겠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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