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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색하고 밉던 새엄마… 살짝 손 잡으니 ‘친구’

등록 2005-10-30 19:04수정 2005-10-31 13:56

어색하고 밉던 새엄아 살짝 손 잡으니 ‘친구’
어색하고 밉던 새엄아 살짝 손 잡으니 ‘친구’
생각키우기
늘어나는 이혼·재혼가정…
상처 안고 조금씩 크는 아이
어른들만 힘든게 아니랍니다

콩쥐팥쥐와 백설공주, 신데렐라의 공통점은? 모두 악독한 계모 즉 새엄마를 뒀다는 점이다. 때문에 많은 아이들에게 새엄마는 결코 기분좋은 존재는 아니다. 불행과 고통의 씨앗일 뿐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새엄마, 새아빠가 꽤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혼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이혼율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재혼율도 높기 때문이다.

달가운 존재도 아닌데 같이 살아야만 한다면 그런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나의 비밀 일기장>은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새엄마와 같이 살아야 하는 이런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잘 그리고 있다.

주인공 ‘나보라’는 엄마와 이혼한 뒤 아빠가 데려온 새엄마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충돌한다.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에서 새엄마 사진만을 오려내고, 야구공을 엄마 얼굴에 맞힌다. 급기야 동생 보람이의 거짓 실종 사건을 꾸며 새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게 할 구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의 비밀 일기장
나의 비밀 일기장

이유는 하나다. 언제가는 다시 친엄마와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데, 새엄마가 들어옴으로써 그런 기대가 물거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일기에 적힌대로 “비 온뒤 쑥쑥 솟는 죽순처럼 새엄마가 점점 미워”질만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모른다. ‘절대로’라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도 한다. 무턱대고 미워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비슷한 점이 참 많다고 느끼기도 한다. ‘미움도 쌓이면 정이 된다’는 속담도 있듯이. 보라와 새엄마도 음치, 순두부를 좋아하는 등의 공통점을 하나둘씩 발견해 나간다. ‘막힘’이 ‘소통’으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역시 어렸을 적 새엄마랑 살았던 경험이 있다는 새엄마의 고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보라와 새엄마는 어느날 새벽 남대문시장을 같이 쇼핑도 하고 음식도 사먹은 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이른다. ‘새엄마가 친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서로 믿는 마음을 갖는다면 친구같은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보라의 결론은 ‘현실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혼과 재혼이 일반화된 만큼 아이들도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혼 가정의 자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따끔한 경고를 보낸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얘기지만 한편으로 너무 쉬운 결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아이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모들끼리 알아서 결정하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현실은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 비합리적인 강요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밤하늘에 언제나 반짝이는 별처럼 내 마음의 창속에 걸려 있는 별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보라. 그 허전한 마음을 새엄마의 헌신과 노력이 메워주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밤하늘의 별빛같은 친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아이에게 너무 아픈 고통이라는 점을 (이혼을 생각하는) 어른들은 깊이 생각해 볼이다. 문선이 글, 정문주 그림.-푸른숲/8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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