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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7:33 수정 : 2005.01.30 17:33

국토연구원이 새로 그렸다는 한반도 산맥 지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연구원쪽은 이를 토대로 일본 학자들에 의해 왜곡돼 잘못 알려진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바로잡겠다고 하는 반면, 지리학계에서는 국토연구원이 그린 산맥체계는 산맥의 형성 과정과 아시아 대륙 전체 속에서 한반도의 지형체계를 제대로 밝힐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그린 산맥체계가 <산경표>를 비롯한 조선 후기 지리서에 나타나 있는 한반도 지형 인식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전통 지리서에 대한 관심도 새삼 커지고 있다.

지형이나 산업, 생활 등 지역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적어 놓은 책을 지리서라고 한다. 우리는 지난날의 지리서를 통해 당시 사회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역사책의 한 부분으로 ‘지리지’가 들어가곤 했다. 예컨대 중국 역사책인 <한서> 중의 ‘지리지’에 들어 있는 고조선의 8조법을 통해, 우리는 고조선 사회가 운영되는 원리의 일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지는 고려 때 김부식이 펴낸 <삼국사기> ‘지리지’이다. 조선시대 편찬된 <고려사>에도 ‘지리지’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들 지리지는 단순히 어떤 지방의 위치와 명칭, 행정체계상의 지위 변화 등 연혁을 소개하는 데 머물렀다. 조선의 국가체계가 정비되면서 국가나 지역의 통치를 위한 기초 자료로서 지리서 편찬이 본격화됐다. 8도의 지리 정보가 조사돼 <세종실록> ‘지리지’에 실렸으며, <동국여지승람>과 이를 보완한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잇달아 편찬됐다. 지리서의 내용도 지리적 위치나 연혁뿐 아니라, 점차 인간의 활동을 지역적 관점에서 다루는 인문지리서의 성격을 띠었다. 관청을 비롯한 각종 기관, 주요 산물, 출신 인물, 풍속 등 각종 지역 정보가 포함됐다. 각 지역의 자연환경이 인간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민간의 지리지 편찬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각 지방의 양반들이 개인적으로 읍지를 펴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서양을 소개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이수광의 <지봉유설>도 일종의 지리지였다. 실학자인 정약용, 이중환, 신경준 등도 지리지를 펴냈다.

지리지의 내용이 인문지리의 성격을 띰에 따라, 한반도 지형에 대한 인식도 사람의 생활을 중심으로 재구성됐다. 신경준이 쓴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산경표>나 이 시기 가장 대표적인 지리지로 꼽히고 있는 이중환의 <택리지>에 나오는 산맥의 체계가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산맥체계와 비슷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반도 산맥체계를 둘러싼 논란 중 어느 편의 주장이 맞는지는 전문가의 논의를 거쳐 결정될 일이겠지만, 지형을 보는 지리적 관점의 차이는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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