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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7:56 수정 : 2005.01.30 17:56

지진해일로 인해 타이 푸껫섬 카오락 리조트 건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 지난해 12월 31일 찍은 현장 사진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기출문제 풀이
■ 지문

자연의 이용이 도리어 재앙을 가져온 예들은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있어 왔다. 지중해 연안은 한때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을 비롯해서 여러 문명이 발생했다 사라진 곳인데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곳이 당시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던 곳이었는지 의심스럽다. 그 중에 에페소스는 로마가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시기에 번성했던 유명한 해양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비롯해서 대리석 기둥, 훌륭한 조각품의 잔재들만이 폐허로 변해 버린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을 뿐이다. 이렇게 에페소스의 문명이 갑자기 몰락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생태계의 변화상은 그 당시 번성했던 식물상을 조사해 보면 알 수 있다. 식물의 꽃가루는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지층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보존된다.

따라서 지층에서 발견되는 꽃가루를 분석해 보면 당시의 식물상과 기후뿐 아니라 농업의 형태나 사회상까지도 알 수 있다. 에페소스에서 채취한 흙에서 꽃가루를 분석해 본 결과 에페소스가 가장 번성했던 2천 년 전의 지층에서는 밀의 꽃가루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것은 밀을 중심으로 한 밭농사가 성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보다 오래된 지층에서는 목초지에서 발견되는 질경이의 꽃가루가 많이 발견되었고, 사람이 살지 않았던 4천년 전 지층에서는 떡갈나무의 꽃가루가 다량으로 발견되었다. 이것은 에페소스의 환경이 삼림 지대에서 목초 지대를 거쳐 농경 지대로 변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자 농경 지대가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삼림 지대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숲은 물의 순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림이 우거진 숲에는 낙엽과 표층토가 있어서 많은 물이 저장될 수 있다. 이곳에 저장되어 있던 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되고, 구름은 다시 비가 되어 숲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에페소스에서는 문명이 번창하면서 이러한 숲이 줄어들게 되었고 그에 따라 물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강우량이 줄어들었다.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땅이 점점 메마르게 되자 에페소스에는 흉년이 거듭되었고, 풍요로웠던 문명의 뿌리는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헐벗은 산의 표층토가 빗물에 씻겨 내려 서서히 바다가 메워지면서 에페소스의 교역도 사양길로 접어들어 해양 도시로서의 기능도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 사람들이 떠난 도시는 폐허로 남게 되었다.

■ 문제


위 글을 읽고 <보기>와 같이 추론하였다고 하자. 이와 같은 오류가 나타나 있는 것은?

<보기> 에페소스 사람들은 참으로 어리석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문명 기반을 파괴하려고 일부러 그런 일들을 하다니!

① 그는 열심히 책은 산다. 책이 많이 팔리면 출판사가 돈을 번다. 그러므로 그는 출판사의 이익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② 아무리 말해도 네 생각이 옳단 말이지?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한번 물어 봐라. 열이면 열 모두 네가 틀렸다고 할 테니.

③ 이번 경기는 꼭 이겨야 되거든. 그러니 너는 중계 방송 봐선 안 돼. 네가 중계 방송을 보면 꼭 지더라.

④ 그는 시립 도서관 옆에 산다. 그러니 그는 책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매우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⑤ 여러분들은 지금 제 이론이 설득력 없다고들 말씀하시지만, 무조건 공격만 하실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들 중 누가 이만한 이론이라도 제시한 적이 있습니까?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 풀이

에페소스인이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한 것은 문명의 번영을 위해서지, 문명을 몰락시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에페소스 문명의 몰락을 에페소스 사람들이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그들이 의도한 일이라고 보는 것은 ‘의도 확대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 확대의 오류’는 행위자의 의도를 행위가 가져온 의도되지 않은 결과에까지 확대하여 추론할 때 범할 수 있는 오류다. ‘너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담배는 폐암의 원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네가 폐암에 걸리고 싶어 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와 같은 추론이 그 좋은 예다. 이와 함께 다른 논리적 오류들도 알아둬야 한다. 논리적 오류에는 논거로 인한 오류, 심리적 오류, 언어적 오류가 있다. ‘의도 확대의 오류’는 이 중 논거로 인한 오류에 속하는데, 논거로 인한 오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순환 논증의 오류: 논증의 전제와 결론이 일치하는 오류.

2) 복합 질문의 오류: 둘 이상의 복합적 질문에 단순한 대답을 할 때.

3) 결합의 오류: 부분의 성질로부터 전체 성질을 잘못 추리하는 오류.

4) 분할의 오류: 두 전제의 성질로부터 그 부분의 성질을 잘못 추리한다. 5) 무지의 오류: 어떤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힐 수 없어 참이라고 할 때.

6) 선후 인과의 오류: 사건의 선후 관계를 인과적 선후 관계로 오해함.

7)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단편적 자료나 대표성이 결여된 자료로 성급하게 일반화를 시도할 때 발생하는 오류.

8) 편향된 통계의 오류: 대표성이 없는 편파적인 사례를 자료로 선정할 때.

9) 잘못된 유추의 오류: 비교되는 두 대상 사이에 유사성이 없음에도 같다고 본다.

이만기/언어영역·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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