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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0 18:09 수정 : 2005.01.30 18:09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작품으로 인기가 높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번엔 영국 판타지 아동 문학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미야자키의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사진)에도 하늘을 나는 거대한 비행기와 로봇(움직이는 성),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자연이 등장한다.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과 자연 친화적인 메시지 또한 그의 여느 작품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마법사 하울과 마법에 걸려 90살 노파가 된 소피의 ‘사랑 이야기’가 돋보이는 것이랄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장면들이 이처럼 아름답게 와 닿는 이유는 영화 속에 많은 이들의 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새로 변신해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하울은 마녀와 마법사의 꿈이었고, 거대한 군함과 비행선은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제국의 꿈이었다. 소피가 타고 간 소형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와 같은 발명가들의 꿈이었다. 마녀는 환각제로 자신의 정신을 속임으로써, 제국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식민지 정복함으로써 꿈을 개척해 나갔다. 발명가들은 오랜 세월 거듭해 온 선배 발명가들의 실패를 거울삼아 문제점을 조금씩 개선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갔다.

증기기관차와 거대한 전함의 모양새로 짐작하건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듯하다. 영화는 마치 마법과 과학이 마지막으로 공존하던 시기가 19세기였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사실 19세기 유럽은 새로운 것들이 싹트는 만큼 혼란도 가중되는 시기였다. 마법사와 연금술사는 일찌감치 갈라섰으며, 연금술사와 화학자가 이별을 고하고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멀린과 같은 마법사가 떠난 자리를 프랭클린과 같은 과학자들이 차지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기의 성질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전기의 신비로운 힘에 이끌린 부자들은 의사 대신 떠돌이 전기 치료사를 믿었고, 전기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 무늬만 과학 부흥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 영화 속에서와 같이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떨까? 전기 대신 자석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 말을 알아듣는 물에 대한 책이 당당하게 과학도서로 분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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