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10여개 대학 총학생회 주관 ‘1.20 교육현실 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례1. (저소득층 대학생의 악순환) 등록금 마련 아르바이트→공부시간 부족→성적장학금 탈락→등록금·생활비·취업학원비 벌며 휴학→졸업 연장→취업 실패 또는 불안정 일자리 취업
#사례2. (고소득층 대학생의 선순환) 부모님이 등록금과 생활비 지원→학과 공부 충실→성적장학금 수혜→부모님 지원으로 취업준비→제때 졸업 및 안정된 일자리 취업 성공
대학 등록금은 흙수저 논란의 출발점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의 ‘뜨거운’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 대책은 2017년 대선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논쟁거리다. 박근혜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대학교육연구소·참여연대·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 4개 시민단체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헬-우골탑 해소방안, 차기정부에 요구한다’ 토론회를 열고 새 정부의 대학교육비 대책을 내놨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쪽 선대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안철수 후보 쪽 김지영 국민의당 교육위원, 심상정 후보 쪽 배준호 정의당 부대표가 참가했다.
입학금 폐지 모두 ‘찬성’, 등록금 해법엔 ‘차이’
세 후보 모두 사립대학은 물론 국공립대학에서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걷는 100만원 안팎의 ‘입학금’을 폐지하는 데 동의했다. 다만 문 후보 쪽은 “단기적으로 대학들에게 입학금 산출 근거을 공개하게 하고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입학금을 심의하도록 한 뒤 중장기적으로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선 세 후보 모두 찬성했지만 방법론은 달랐다. 김상곤 위원장은 “정부 지원으로 예산 절반을 투입해 진짜 반값등록금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연차적으로 등록금수입액 대비 국가 지원액을 절반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교육위원은 “‘고지서 상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자는 의견에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장 시행하기에는 예산 등 무리가 있다”며 “현행 국가장학금을 소외·취약 계층에게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호 부대표는 “4인 가정의 1개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액수 상한 ‘표준등록금’을 도입해 사립대학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만들겠다”며 “국공립대 등록금은 전액 무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반값등록금 ‘시즌2’, 방법론 더욱 치밀해야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반값등록금 정책을 대선에서 공약한 뒤 지난해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고 발표했다. 정부 3조9000억원, 대학 3조1000억원을 합쳐 7조원으로 등록금 총액인 14조원의 반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 분위에 따라 차등지원할 뿐아니라 국가장학금을 실제 받는 대학생은 신청대상자(재학생)의 40%수준이라 반값등록금에 대한 국민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부담에 따른 국민적 고통에 견줘 각 후보 대책이 원론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박현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등록금 고통의 심각성과 정부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지난 대선 때 논의됐고, 이제는 방법론에서 더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는 통계적으로만 ‘반값등록금’을 말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유럽 등은 등록금 부담이 적고 대학진학률도 높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도 높고 등록금 부담도 크다”며 “대학진학률을 낮추면서 등록금 부담도 줄이는 장기적 청사진이 필요하다. 당장 시혜적으로 얼마를 지원해주겠다는 것만으로는 등록금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값등록금을 지원받아 연명하는 부실 사학 문제, 고교 졸업 뒤 바로 사회에 나가는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더욱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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