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팔랑 파르르 나뭇잎이 떨어진다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낙엽 이불위서 뒹굴까… 멋진 왕관 만들어 써 볼까
겨울이 우리 코 바로 밑에까지 바짝 다가와 있어. 쨍하리만큼 차디찬 기운이 후욱 밀려들어와. ‘햐, 겨울 냄새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을 뽐내던 나뭇잎들은 겨울이 온 걸 알아채고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해. 살짝 지나가는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지고, 비라도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몽땅 떨어져 버리기도 해. 나무는 겨울을 나려고 잎을 떨어뜨려. 추운 겨울에 나뭇잎은 양분을 못 만들고 물만 써. 나무는 겨울 동안 물과 양분을 꼭 필요한 데만 쓰려고 잎을 떨구는 거야. 그렇다고 얘들아, 너무 섭섭해 하지 마. 따뜻한 새 봄이 오면 새 잎이 돋잖니? 게다가 떨어진 낙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얘들아, 낙엽놀이 하러 어서 숲으로 와” 하고 말이야.
숲으로 가는 길에도 온통 낙엽이야. 커다란 버짐나무 낙엽이 길바닥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정말이지 커다래. 우리 엉덩이에다 깔고 앉아도 될 만큼 커다래. 이 멋진 버짐나무 낙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멋진 왕관이라도 만들어 써야지. 잎자루를 뗀 다음 잎을 맨 아래에서 위로 삼분의 일 가량 올려 접어. 접은 낙엽을 아까 떼어 놓은 잎자루로 잘 겹쳐서 꿰어 주면 짜잔 쨘 왕관이 완성 돼. 에헴, 괴물들이 사는 나라 괴물들 왕이라도 되어 볼까? 그러려면 무시무시한 가면이 필요하다고? 버짐나무 낙엽에다 눈만 뚫으면… 어때, 커다란 눈알이 뒤룩뒤룩 무섭지롱?
숲은 온통 도톰한 낙엽 이불을 덮고 있어. 낙엽을 팔에다 한 아름 긁어모아 안고서 휘이익 낙엽 더미 받아라. 에잇, 너도 받아라. 한바탕 신나게 낙엽 뿌리기를 하고 나서 이번엔 낙엽 이불 속에 파고 들어가 폭 파묻혀야지. 더 도톰하게 덮어 주세요. 더 따뜻하게 덮어 주세요. 이렇게 도톰한 낙엽 이불 속에 있으니 굴에서 겨울나는 다람쥐가 하나도 안 부러워. 그런데 우아, 하늘에서 팔랑팔랑 파르르 낙엽이 떨어진다. 하나 둘 셋, 후다닥 일어나 낙엽을 받아야지. 맨손으로 받아볼까? 누가 누가 잘 받나? 맨손으로 받는 게 어려우면 모자를 들고 받아 봐. 뛰어라, 저쪽에 음나무 낙엽 떨어진다! 노란 음나무 낙엽을 몇 개 받아서 이번엔 동생 왕관을 만들어 볼까?
얘들아, 쪼그려 앉아라. 낙엽으로 가위바위보 하면서 놀자. 쫙쫙 갈라진 단풍나무 낙엽은 가위, 한두 군데 갈라진 은행나무나 튤립나무 낙엽은 바위, 하나도 안 갈라지고 둥그스름한 벚나무나 산수유 낙엽은 보자기. 등 뒤에다 꼭꼭 숨기고는, 어느 잎을 내야 이길 수 있을까? 두근두근 도근도근. 가위바위보! 이번엔 낙엽 색깔로 가위바위보 해 볼까? 빨간 색 낙엽은 가위, 노란색 낙엽은 바위, 갈색 낙엽은 보자기. 색다르게 가위바위보! 가장 샛노란 낙엽은 누가 주웠을까? 가장 새빨간 낙엽은 누가 주웠을까? 가장 커다란 낙엽은 누가 주웠을까? 커다란 떡갈나무나 일본목련 낙엽을 주웠으면 낙엽을 종이 삼아 그림을 그려야지. 매직이나 사인펜으로 그리면 쓱쓱 잘 그려지지. 뿔난 도깨비 얼굴이나 그려 볼까? 잘 그려서 벽 그림처럼 집에다 붙여 놓아야지.
얘들아, 낙엽 많이 모았니? 많이 모은 낙엽을 그냥 버리고 가기에는 너무 아깝지? 그럼, 고스란히 조심스레 집으로 가지고 가서 책갈피 사이사이에다 끼워서 예쁘게 말리렴. 다 마르면 작은 앨범 같은 게 있으면 하나씩 끼우고 이름을 적어주는 거야. 앨범이 없으면 같은 크기 종이를 몇 장 오려서 거기다 말린 낙엽을 붙이고는 이름을 써. 그리고 표지를 만들면 ‘내 낙엽 도감’이 완성되겠지. ‘내 낙엽 도감’은 이번 가을 ‘내 예쁜 추억’으로 남을 거야.
na-tree@hanmail.net
팔랑팔랑 파르르 나뭇잎이 떨어진다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잎자루를 떼고, 삼분의 일 가량 접어서, 떼어낸 잎자루로 잘 꿰어.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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